MBC 의 복수
한 남자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남자(남편 1)는 저희 아버지 회사를 노리고 저와 결혼했고 제 친구 미란이와 바람을 피운 뒤 제가 아이를 유산하자 미란이가 낳은 딸을 입양해 키우자고 했어요. 사랑을 믿는다는 게 죄라면 또 죄겠지만 가슴 속 남겨놓았던 바보 같은 미련 때문에 사랑이 사랑을 배반하고 증오하도록 저는 보고만 있었던 거죠. 6년 뒤 미란이가 디자이너 줄리아로 성공해 미국에서 돌아오자 다시 만나기 시작한 두 사람 때문에 저희 집 재산은 남의 손에, 남동생은 감옥에, 아버지는 저승에 가셨어요. 과감히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복수를 결심한 전, 과거 아버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던 수지물산 대표이자 청담동 고급 부띠끄 사장이며 알고 보면 거물들만 드나드는 룸살롱들을 소유한 음지의 큰손이면서 정재계 고위급 인사들의 정보통인 오여사님께 무릎을 꿇었죠. 절 강한 여자로 다시 태어나게 도와달라고! 그리고 한 달 간의 유학 특훈으로 디자인 공모전에 입상, 미란이와 동등한 위치의 디자이너 마리아로 변신한 뒤 복수를 완성하기 위해 드림 그룹 맹회장님(남편 2)을 유혹하기 시작했어요. 그 사이 남편 2의 절친의 아들이자 그동안 저를 많이 도와주었던 남자(남편 3)와 결혼해서 평범한 행복을 찾고 싶기도 했지만 마침 그 때 남동생이 억울하게 감옥에서 죽는 바람에 복수를 재개하기로 결심한 거죠. 심지어 과거 아랍계 거부의 열네 번째 부인이기도 했던 미란이는 갖은 방법으로 남편 2와 저를 갈라놓으려 애썼고 남편 1은 저를 납치했는데, 겨우 풀려나 보니 남편 2는 저와의 사이를 의심해 남편 3을 납치했더라구요. 하지만 남편 2와 저의 결혼식 날 남편 3이 난입해 우린 함께 도망쳤고 전 남편 2가 휘두른 골프채에 맞아서 죽다 살아났는데 깨어 보니 남편 2는 아버지 회사를 저에게 주며 남편 3과 저의 행복을 빌어주었고, 저 역시 남편 1과 미란이를 용서하고 화해했어요. 이렇게 다 제자리를 찾고 보니 복수란 건 참 부질없는 것 같아요. 호호.
MBC 의 복수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차례로 잃은 저를 키워 주신 양부모님의 딸이었죠. 하지만 제가 양아버지와 저희 어머니 사이의 불륜 관계로 태어났다고 믿으신 양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저에게 일부러 끓는 물을 끼얹을 만큼 저를 미워하셨고 저희 둘 사이도 반대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그녀를 믿었던 만큼 양아버지도 믿었기에 아무런 부담없이 성당에서 단둘이 결혼식을 올렸는데 양아버지가 저를 납치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셨더군요. 그리고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양어머니가 저희 어머니가 탄 휠체어를 밀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을! 23년 전 그 현장에 계셨던 간호사 분이 다 말씀해 주셨어요. 복수를 결심한 저는 한 환자의 보호자이자 대형 병원 이사장의 딸에게 청혼하고 양아버지의 병원 행정부장을 매수하고 서류를 조작해 양아버지에게 후원금 횡령 및 의료사고 혐의를 뒤집어씌워 뇌출혈을 일으키게 만들었죠. 그에겐 죄가 없다구요? 훗…아무 것도 몰랐다는 거, 그게 바로 가장 큰 죄가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장인어른 입김으로 인수한 양아버지 병원 원장 자리에 오르는 걸 방해한 양어머니를 정신병원에 넣었더니 그녀가 뭔가를 눈치 챘는지 침실에서 저를 끌어안고 1004라는 번호로 문자를 보내면서 자꾸 부인이 오해할 만한 상황을 만들더니 이젠 아예 저희 장인어른께 접근하는 겁니다. 저는 부인과 장인어른 어머님께 걔가 돈 보고 접근하는 여자란 걸 알리기도 하고 걔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서 병원 게시판에 글도 올려보고, 심지어 원수지간인 양어머니와 손잡고 깽판까지 쳤는데 이 인간들이 진짜 결혼을 하겠답니다. 장인어른도 참 주책이시지, 딸보다 어린 여자랑.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저도 물러설 수 없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납골당 앞에서 맹세했는 걸요. 마지막 순간까지 저의 복수는 계속될 거라고…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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