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구의 후예
지문 다가가기
삼남매의 장남, 없는 집에서 자라 유학 한 번 못 갔지만 사회학과 시간 강사 노릇 7년 만에 마침내 교수가 됐다. 미모의 후배이자 아나운서 서영의 주선으로 매스컴에도 오르내린다. 그리고 억눌려 있던 허세와 위선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이 가질 경제력이 안 됐던 것은 “인습의 굴레랄까, 그런 데 저항하고 싶었던 거 같아”로 둔갑하고 여성과 인권 문제에 대한 글을 기고하는 것이 “학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이지 뭐”라지만 “김태호 교수는 집에서 마누라랑 눈두 안 맞춥니다. 김태호 교수는 집에서 양말짝 한 번 빠는 일이 없습니다. 김태호 교수는 집에서 시끄러 조용히 해, 그런 말만 합니다” 라는 것이 부인 정임의 증언이다.

프로포즈할 때는 “이 넓고 넓은 우주에서, 무한한 시간 중에서, 너와 이렇게 함께 있다는 사실에 나, 하루에도 열두 번 씩 감사해. 이건 거의 신의 섭리라고 밖에 할 수 없어. 너 처음 봤을 때, 나는 그때 신의 예정된 목소리를 들었어. 갑자기 시공간이 정지된 기분, 그런 거 느껴봤어? 아무 것두 장담할 수 없어. 하지만, 날 믿구 따라와 준다면… 목숨이라도 바칠 자신 있어”라며 거창한 소리를 늘어놓더니 떡집에서 일하며 남편 뒷바라지 해온 정임더러는 이제 와 “난 독립적인 아내를 원해. 자기 인생, 자기 생각, 자기 주관을 가지고, 남편 성공이 아닌 자신의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그런 여자! 우리 이제 좀 이상적으루 살아보자. 멋지게, 자유롭게, 서로의 세계를 존중해주면서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나보자” 란다. 그래서 자기 성질 못 이겨 속도위반 딱지 떼놓고 잔소리 하는 정임에게 “연예뉴스만 보지 말구 정치 사회 환경 문제, 지구 온난화 문제나 제3세계 문제, 아니면 문화적인 얘기두 있어. 영화라두 보든가! 우리 인생은 짧구 허망하다. 지금 속도위반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야. 우린 혼돈의 세기를 살고 있어. 그렇게 근시안적으루 살다가 가면 얼마나 서글프니. 안 그래?”라니 이게 무슨 개떡 같은 논리란 말인가!

갈래 : 개천 용, 부부 클리닉 예비 수강생, 장진구의 후예 [1점 문제] Q. 다음은 여성지와의 부부동반 인터뷰를 앞두고 정임에게 모범 답안을 외우라고 강요하는 김태호의 주장이다. 괄호 안에 공통적으로 들어갈 단어는?

태호 : 우리, 꼭 이렇게 살아야겠어?
정임 : 우리가 어떻게 사는데?
태호 : 이렇게 이상이 안 맞아서 어떻게 살겠냐? 내가 지금 어떤 위치야. 최소한 남편 위신 생각해서 그냥 맞춰주는 시늉이라두 하면 안 되겠어? 사람들이 나한테 원하는 게 뭔지 알아? 동경이구 로망이구 그런 거야! 저 사람은 와이프와 어떤 모습으로 살까, 나도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 그런 거.
정임 : 누가 당신한테 그런 걸 원해?
태호 : ( )! ( )이(가) 원해! 원하든 안 원하든 난 어느새 워너비적 존재야. 아이콘이라구! 그런 기대는 충족시켜주는 게 선(善)이야.

1) 시대
2) 독자
3) 대중
4) 시청자
5) 사람들
[2점 문제] Q. 다음 대사를 통해 태호가 궁극적으로 드러내는 바를 고르시오. “나한테 교수가 되느냐 안 되느냐는 원래 중요한 적이 없었어. 원래 내 꿈은… 대중적인 작업을 하면서 저널리즘적인 학문으로 아카데미즘에 도움이나 자극을 주고 싶었지. 장르의 크로스오버랄까. 사실 이 시대는 통섭이 화두잖아. 지금처럼 매체가 발달한 시대에 어떻게 학문이랍시고 연구실에 파묻혀 있나. 현대철학과 물리학도 같은 얘길 하구 있잖아. 이제 방송은 시대의 사명이구 필연이야. 그런 쪽에 편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거 일종의 우월의식, 선민의식이라고 봐.”

1) 학문 탐구의 순수성
2) 방송의 시대적 역할
3) 아카데미즘의 타파
4) ‘고정’에 대한 욕망
5) 시대의 양심으로서 학자의 의무
[3점 문제] Q. 다음 태호의 대사에서 ㉠, ㉡, ㉢에 들어갈 단어를 차례로 맞게 고른 것은?

A. 태호 : 내가 암울한 시절을 보낼 때두 와이프가 잘해준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 ㉠ )! B. 서영 : 이상하게 요새는 베토벤이 좋아져요. 전에는 무거워서 싫었거든요. 저도 나이를 먹나 봐요.
태호 : 야아, 서영이 너 나랑 취향이 똑같구나. 나두 이 곡 참 좋아해. 뭐랄까, 거스를 수 없는 비애가 있어. ( ㉡ )적 허무감 같은 거.

C. 태호 : 정임아, 내가 생각해봤는데… 내가 좀 슬프네. 산다는 게 뭘까. 우리 사는 이 세상, 백년만 지나면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이 지구 위에 없어. 안 그러냐? 이런 데 오니까 문득 한 번두 내가 널 이런 델 데려온 적이 없다는 자각이 드네… ( ㉢ )의 광대함 앞에서 나 자신의 왜소함이 부끄럽다

1) 동지애 – 세기말 – 대자연
2) 진정성 – 우주 – 우주
3) 믿음 – 포스트모더니즘 – 우주
4) 진정성 – 형이상학 – 우주
5) 동지애 – 상실 – 대자연* 지난 주 정답
1점 문제 – 5) 사랑의 매
2점 문제 – 2) 지뢰밭
3점 문제 – 썩어! 썩어, 썩어.

[실전! 상대를 혼란시키고 본질을 회피하는 말하기 전략]

* 접촉사고에서 내 과실이 100%일 때
지금 차 긁힌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우린 혼돈의 세기를 살고 있어요. 지구 저편에서는 화산이 폭발하고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려 북극곰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데 이렇게 근시안적으로 사소한 것에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요? 안 그래요? * 친구가 실연 당했을 때
인간은 누구나 고독한 존재야. 이 광대한 우주에서 우리 각자는 모두 혼자일 뿐, 너만 외롭다고 생각하지 마. 절대자 앞에서의 절대 고독, 그것이 인간의 숙명이지.

* 난 여자가 있는데 다른 여자에게
왜 남자 여자 같이 있는 건 무조건 다 연애로 봐? 인간들은 왜 그렇게 꼭 관계를 규정하려 드는 거지? 촌스럽게! 널 보면 그저… 잃어버린 여동생을 보는 기분이야. 때론 잃어버린 나의 반쪽을 보는 기분이기도 해. 잃어버린 나의 순수, 잃어버린 나의 열정, 잃어버린 나의 이데아…

글. 최지은 five@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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