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자매’가 돌아왔다. ‘시청률 100%의 사나이’ 이승기와 손잡았고 ‘그냥 커피가 아닌’ 신민아도 합류했다. SBS 후속으로 8월 11일 밤 9시 55분 첫 방송 되는 수목 드라마 (이하 )는 대하 사극도, 100억 이상 제작비를 투입한 블록버스터 드라마도 아니지만 이 셋의 조합만으로도 이미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8월 4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부성철 감독은 “웃음, 눈물, 애절한 멜로가 모두 들어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라는 말로 작품을 설명했고, 주인공 차대웅 역을 맡은 이승기는 “많은 분들이 원톱의 중요성, 개인의 능력에 대해 말씀하시지만 제일 중요한 건 팀워크인 것 같다.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도 화려한 개인기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훌륭한 팀워크라는 사실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1+1+1이 언제나 3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0으로 줄어들기도, 혹은 10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면에서 의 실질적 주인공인 홍자매, 이승기, 신민아는 각각 어떤 기대요소, 혹은 불안요소를 안고 있을까.
1. 홍자매, 매번 하던 이야기 vs 럭비공 같은 드라마
2005년 KBS 으로 데뷔한 홍정은, 홍미란 자매는 SBS , MBC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흥행보증수표 작가의 대열에 합류했다. 코믹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를 시도한 KBS 과 아이돌 팬덤의 판타지를 극대화한 청춘 로맨스 SBS 는 흥행 면에서 전작들만큼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마니아 층을 형성하며 특히 웹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생계형 사기꾼, 오만방자한 재벌, 순수하다 못해 민폐를 끼치는 남장소녀 등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여주인공을 비롯한 새로운 캐릭터 창조가 이들의 특기다. 예능 작가 출신다운 감각적 코미디와 후반부로 접어들며 한없이 애절해지는 로맨스를 적절히 배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와 고모 손에 자란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이 얼결에 수백 년 묵은 족자 속 그림으로부터 구미호를 풀어주는 바람에 구미호와 옥탑방에서 함께 지내다 사랑에 빠진다는 의 스토리는 홍자매 특유의 발랄한 상상력으로부터 나왔다. “오늘은 소(쇠고기) 안돼”, “닥쳐, 확 잡아먹어버리기 전에!”로 대표되는 차대웅(이승기)과 구미호(신민아)의 대사는 ‘겁나 예쁜’ 여자친구를 겁내는 남자 주인공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한 눈에 보여준다. 차대웅의 첫사랑이자 “얄밉고 인간 여우 같은” 은혜인(박수진) 캐릭터는 오유경(박한별)이나 김세현(박시연)처럼 끈질기게 둘 사이를 방해하는 서브 여주인공 역할에 충실할 전망이고, 에서 설공찬(이동욱)의 엄격한 재벌 할아버지 역을 연기했던 변희봉은 에서도 차대웅을 엄하게 키우려는 땅부자 할아버지로 등장한다. 과 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중년 로맨스 역시 ‘중년 주윤발’을 꿈꾸는 반두홍(성동일)과 차대웅의 소녀 같은 고모 차민숙(윤유선)을 통해 구현될 예정이다. 에 주인공들의 친구인 ‘지단 커플’이 있었다면 에서는 대웅의 친구들인 김병수(김호창)과 반선녀(효민)가 러브라인의 복선을 깔고 있기도 하다.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풀어내겠다는 배치가 돋보이는 동시에 그동안 홍자매 드라마를 접해 왔던 이들이라면 다소 기시감을 느낄 수도 있는 지점이다. 그런 면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강박보다 우리가 재미있어 하는 걸 남들도 재밌게 봐 주면 좋겠다는 마인드”(홍미란)로 “매번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드라마를 쓰고 싶다”(홍정은)고 말했던 이들의 신작 는 과연 어떤 결과물이 될까.
2. 이승기, 시청률 100%의 사나이 vs 또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
4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한 SBS 이후 1년여가 지났지만 고정 출연 중인 KBS ‘1박 2일’과 SBS 의 시청률 역시 건재하다는 면에서 이승기는 여전히 시청률 보증수표로 손꼽힌다. 그러나 못지않은 시청률을 갱신 중인 KBS 는 물론 후속작 역시 의 제작진 및 비, 이나영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9월 초 방송될 MBC 는 동년배 스타인 김현중이 주연을 맡아 결코 만만하지 않은 상대들이다. 하지만 이승기에게 중요한 것은 흥행 성공 여부보다 를 통해 연기자로서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철없는 마마보이(KBS ), 철없는 부잣집 아들()에 이어 액션 스타를 꿈꾸는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 차대웅 역을 맡게 된 그는 “단지 ‘철없다’는 단어로만 표현하면 비슷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충분히 다른 게 나올 수 있다. 의 선우환이 굉장히 진지한 인물이었다면 에서는 코믹하고 귀여운 면이 많아 전혀 다른 캐릭터가 될 것”이라는 말로 변신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연말 무렵부터 시놉시스를 받아 작가들과 캐릭터를 연구하고 “나 역시 재밌는 걸 좋아해서 표정이나 대사의 스피드를 코믹하게 극대화시키는 등 실제 내 모습을 반영”한 데다 과거 준비하던 작품을 위해 와이어 액션과 검술을 3개월간 배워둔 것이 이번에 도움 된다는 이승기의 노력은 “코믹, 멜로, 액션 등 에로 빼고 다 있는” 에서 연기의 영역을 한층 더 넓힐 수 있을까.
3. 신민아,대한민국 최고의 CF스타 vs 아직도 없는 대표작
신민아는 스타다. 그는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고 대형 CF의 주인공이며 8월 3일 방송된 SBS 역시 신민아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제작발표회에서 “한동안 작품을 하지 않고 광고에만 등장해 본업인 연기에 충실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가 “작년에 영화 두 편을 했다. 계속 영화를 했는데 단지 그에 비해 광고의 수가 많아서 그렇게 보인 것 같다”고 대답한 상황은 연기자로서 신민아의 존재감이 스타성만큼 높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KBS 과 영화 등 인상적인 작품을 포함해 10여 편의 영화와 6편의 드라마에 출연했음에도 ‘신민아’ 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대표작이 아직 없다는 점도 그렇다.
독특하면서도 사랑스런 여주인공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것이 특기인 홍자매의 작품을 만난 것은 그래서 지금 신민아에게 주어진 최상의 기회로 보인다. “나 고기 좀 사주라! 고기가 너무너무 먹고 싶어. 소 좀 사주라”며 막무가내로 차대웅을 졸라대고 투정을 들어주지 않으면 화를 내며 변신하는 구미호 캐릭터에 대해 신민아는 “전설 속의 구미호와 달리 막 태어난 아기 같은 순수함이 있다. 너무 오버스럽지 않나 싶을 정도로 동작이 크고 감정 표현도 솔직해서 여섯 살 난 조카의 행동을 많이 생각하면서 연기하고 있다. 후반에는 슬픈 상황에 처하기도 하는데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구미호가 사랑스러워 보일 수 있도록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연 신민아는 CF 속 ‘귀여운 여인’을 뛰어넘어 사랑받는 여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글. 최지은 fi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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