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 말고도 잘 생긴 배우는 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는 도중 ‘사람이 이렇게 잘 생길 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배우는 극소수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자신의 외모가 가진 매력을 작품 안에 녹여낼 수 있는 배우는 더더욱 없다. 영화 에서의 원빈은 바로 그런 배우 중 하나다. 원빈이 에서 소녀 소미(김새론)의 옆집 아저씨 태식으로 출연하는 건 판타지처럼 보인다. 하지만 원빈은 자신의 외모와 스타성을 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는 작품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매력이 빛나는 순간을 정확하게 잡아낸다. 이 절묘한 지점은 데뷔 후 지금까지 원빈이 천천히 쌓아온 경력이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다. 데뷔 시절부터 빛나는 외모로 주목받은 스타는 어떻게 자신의 외모를 빛내면서도 ‘아저씨’가 될 수 있었을까. 차분한 목소리로 ‘조근조근’ 말하는 원빈에게 직접 들어보자.
데뷔할 때 최민수의 영화 를 보고 배우가 되고 싶어 했던 걸로 안다. 도 한 남자의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다. 어떤 기분이었나.
원빈 : 는 그 때 나에겐 최고의 작품이었다. 그 영화를 보고 배우의 꿈을 꿨었다. 를 하면서는 굉장히 재밌는 시간이었다. 처음 경험하는 장르이기도 했고, 아이와 교감하는 역할이라는 게 더욱 좋았다.
“액션을 하면서 뭔가 배운다는 느낌이었다”
신났겠다. (웃음)
원빈 : 재밌었다. 많은 분들이 액션이 많다고 하니까 다치지 않냐고 걱정해주셨는데, 원래 땀 흘리고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액션하면서 꼭 놀이하는 것 같았다. 그 전까지 이런 액션 영화는 한 번도 하지 않아서 육체적으로 힘들긴 해도 새로운 걸 하면서 뭔가 배운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는 액션의 스타일이 중요한 작품이더라. 태식이가 머리를 자를 때 쓰는 면도날처럼 짧고, 간결하고, 날카롭다. 굉장히 실전을 염두에 둔 것 같고.
원빈 : 이정범 감독님이 동남아에 있는 세 가지 무술인 실라트, 칼리, 아르니스를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서 영화에 맞게 변형시키셨다. 차태식이라는 사람이 특수요원이었으니까 공격 받았을 때 순식간에 적을 제압할 수 있게 간결해야 했고, 실전무술이어야 한다는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무술에 각이 잡혀 있어야 하기도 했고.
이정범 감독은 당신의 액션에 대해 뭐라고 말하던가.
원빈 : 단 한 번도 어떻게 하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 다만 태식이의 감정적인 부분을 말씀해주셨고, 액션을 할 때 태식이의 분노가 드러나도록 해달라고 했다. 그냥 멋있게 짜여있는 액션 보다 감정을 쏟아 붓는 게 표현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런 감정이 부각되는 게 마지막 액션 신이었을 것 같다. 태식이 굉장히 격한 감정에 빠지는데, 어떻게 감정을 드러내려고 했나.
원빈 : 그 상황에서 태식이는 구해야할 아이가 아니면 살 이유가 없었다. 이미 세상 모든 걸 다 잃었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냉정하고 차분하게 가자고 생각했다. 그런 상태의 사람이라면 격분해서 싸우기 보다는 차갑고 냉정하게 싸우면서 상대방을 최대한 빨리 제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수요원을 연기하려면 그만큼 몸도 그에 맞출 필요가 있었을 것 같다. 풀 샷으로 잡히는 부분에서 몸 전체가 굉장히 각 져 있다는 느낌도 들던데.
원빈 : 태식이는 특수요원이니까 고양이 같은 날렵한 움직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특수 요원은 각이 잡힌 걸음걸이나 행동이 있어야 할 것 같았고. 큰 근육 보다는 슬림하게, 잔근육 위주로 몸을 만들었다.
정말 걷거나 뛸 때 직각이 되는 것 같더라. (웃음) 그런데 태식이는 산전수전 다 겪은 특수요원이고, 적에게는 매우 잔인하다. 그런데 아이 하나 때문에 목숨을 건다. 이런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원빈 : 그게 단지 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태식이에게 소미를 구하는 건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이지 않았을까. 그는 지금 가족 없이 혼자 있는 사람이고, 가족에 대해 죄책감이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소미를 구하면서 자신의 과거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태식이와는 혼자 지내는 게 비슷하다”
그래서 전당포에 혼자 있었던 걸까. 요즘 시대에 전당포를 차린다는 설정이 재밌었다. (웃음)
원빈 : 전당포는 현실과 차단된 외로운 공간이기도 하고, 창살이 쳐져 있어서 감옥 같다는 느낌도 든다. 소미 대사에도 있지만 태식이가 꼭 감옥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굉장한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면서 스스로를 감옥에 가둔거 아닐까. 태식이가 거의 표정 변화가 없다는 설정은 어땠나. 대사도 굉장히 제한 적이고. 대부분 눈빛으로 감정을 드러내던데.
원빈 : 3년 동안 바깥으로 나가지 않은 사람이라면 말수가 적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았고, 마음속에는 굉장한 슬픔을 안고 있었을 거고. 그런 인물이니까 표정 변화가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표정과 눈빛으로만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
원빈 : 어렵긴 했지만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표정을 과하게 쓴다든가 크게 소리를 지른다든가 하는 것보다 꾹꾹 누르면서 쓸데없는 얘기를 안 하고, 그래서 가슴에 담고 있는 슬픔이 더 잘 전달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대사를 할 때도 말을 딱딱 끊어서 낮은 저음으로 강하게 말했다. 몇 년 동안 하지 않았던 대화를 비로소 하게 되는 사람이니까.
당신도 사람들에게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많다. 그런 면에서 태식이와 비슷한 부분이 있나.
원빈 : 내가 하는 모든 역할들이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고, 태식이도 그렇다. 뭐가 비슷했다고 하기 보다는….. 혼자서 지내는 거? (웃음) 혼자 지내는 게 편한가? (웃음)
원빈 : 사실 꼭 혼자서 지내는 건 아닌데 (웃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혼자 있을 때 뭘 하나.
원빈 :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다. 그건 내 시간이고, 가장 마음이 편해진다. 누군가와 같이 뭔가 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혼자서 뭔가 하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머리가 복잡할 때 그림을 그리면 정서적으로 안정된다.
글. 강명석 two@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데뷔할 때 최민수의 영화 를 보고 배우가 되고 싶어 했던 걸로 안다. 도 한 남자의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다. 어떤 기분이었나.
원빈 : 는 그 때 나에겐 최고의 작품이었다. 그 영화를 보고 배우의 꿈을 꿨었다. 를 하면서는 굉장히 재밌는 시간이었다. 처음 경험하는 장르이기도 했고, 아이와 교감하는 역할이라는 게 더욱 좋았다.
“액션을 하면서 뭔가 배운다는 느낌이었다”
신났겠다. (웃음)
원빈 : 재밌었다. 많은 분들이 액션이 많다고 하니까 다치지 않냐고 걱정해주셨는데, 원래 땀 흘리고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액션하면서 꼭 놀이하는 것 같았다. 그 전까지 이런 액션 영화는 한 번도 하지 않아서 육체적으로 힘들긴 해도 새로운 걸 하면서 뭔가 배운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는 액션의 스타일이 중요한 작품이더라. 태식이가 머리를 자를 때 쓰는 면도날처럼 짧고, 간결하고, 날카롭다. 굉장히 실전을 염두에 둔 것 같고.
원빈 : 이정범 감독님이 동남아에 있는 세 가지 무술인 실라트, 칼리, 아르니스를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서 영화에 맞게 변형시키셨다. 차태식이라는 사람이 특수요원이었으니까 공격 받았을 때 순식간에 적을 제압할 수 있게 간결해야 했고, 실전무술이어야 한다는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무술에 각이 잡혀 있어야 하기도 했고.
이정범 감독은 당신의 액션에 대해 뭐라고 말하던가.
원빈 : 단 한 번도 어떻게 하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 다만 태식이의 감정적인 부분을 말씀해주셨고, 액션을 할 때 태식이의 분노가 드러나도록 해달라고 했다. 그냥 멋있게 짜여있는 액션 보다 감정을 쏟아 붓는 게 표현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런 감정이 부각되는 게 마지막 액션 신이었을 것 같다. 태식이 굉장히 격한 감정에 빠지는데, 어떻게 감정을 드러내려고 했나.
원빈 : 그 상황에서 태식이는 구해야할 아이가 아니면 살 이유가 없었다. 이미 세상 모든 걸 다 잃었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냉정하고 차분하게 가자고 생각했다. 그런 상태의 사람이라면 격분해서 싸우기 보다는 차갑고 냉정하게 싸우면서 상대방을 최대한 빨리 제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수요원을 연기하려면 그만큼 몸도 그에 맞출 필요가 있었을 것 같다. 풀 샷으로 잡히는 부분에서 몸 전체가 굉장히 각 져 있다는 느낌도 들던데.
원빈 : 태식이는 특수요원이니까 고양이 같은 날렵한 움직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특수 요원은 각이 잡힌 걸음걸이나 행동이 있어야 할 것 같았고. 큰 근육 보다는 슬림하게, 잔근육 위주로 몸을 만들었다.
정말 걷거나 뛸 때 직각이 되는 것 같더라. (웃음) 그런데 태식이는 산전수전 다 겪은 특수요원이고, 적에게는 매우 잔인하다. 그런데 아이 하나 때문에 목숨을 건다. 이런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원빈 : 그게 단지 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태식이에게 소미를 구하는 건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이지 않았을까. 그는 지금 가족 없이 혼자 있는 사람이고, 가족에 대해 죄책감이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소미를 구하면서 자신의 과거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태식이와는 혼자 지내는 게 비슷하다”
그래서 전당포에 혼자 있었던 걸까. 요즘 시대에 전당포를 차린다는 설정이 재밌었다. (웃음)
원빈 : 전당포는 현실과 차단된 외로운 공간이기도 하고, 창살이 쳐져 있어서 감옥 같다는 느낌도 든다. 소미 대사에도 있지만 태식이가 꼭 감옥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굉장한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면서 스스로를 감옥에 가둔거 아닐까. 태식이가 거의 표정 변화가 없다는 설정은 어땠나. 대사도 굉장히 제한 적이고. 대부분 눈빛으로 감정을 드러내던데.
원빈 : 3년 동안 바깥으로 나가지 않은 사람이라면 말수가 적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았고, 마음속에는 굉장한 슬픔을 안고 있었을 거고. 그런 인물이니까 표정 변화가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표정과 눈빛으로만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
원빈 : 어렵긴 했지만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표정을 과하게 쓴다든가 크게 소리를 지른다든가 하는 것보다 꾹꾹 누르면서 쓸데없는 얘기를 안 하고, 그래서 가슴에 담고 있는 슬픔이 더 잘 전달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대사를 할 때도 말을 딱딱 끊어서 낮은 저음으로 강하게 말했다. 몇 년 동안 하지 않았던 대화를 비로소 하게 되는 사람이니까.
당신도 사람들에게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많다. 그런 면에서 태식이와 비슷한 부분이 있나.
원빈 : 내가 하는 모든 역할들이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고, 태식이도 그렇다. 뭐가 비슷했다고 하기 보다는….. 혼자서 지내는 거? (웃음) 혼자 지내는 게 편한가? (웃음)
원빈 : 사실 꼭 혼자서 지내는 건 아닌데 (웃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혼자 있을 때 뭘 하나.
원빈 :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다. 그건 내 시간이고, 가장 마음이 편해진다. 누군가와 같이 뭔가 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혼자서 뭔가 하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머리가 복잡할 때 그림을 그리면 정서적으로 안정된다.
글. 강명석 two@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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