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생의 다이앤 버치는 2008년 말에 데뷔 앨범 를 발표하며 순식간에 차세대 싱어송라이터로 주목받았다. 물론 거기엔 모델 같은 외모와 뉴요커다운 패션 스타일이 한 몫 한 게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목사인 부친을 따라 아프리카와 호주 등지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피아노를 연주하며 가스펠과 소울 음악을 접했다는 음악적 배경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그녀가 한국에 왔다. 2010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무대를 찾은 다이앤 버치를 만나 그녀의 음악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한국 날씨가 덥지 않나.
다이앤 버치: 뉴욕보다는 덜 더운 것 같다. 그래서 금방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웃음)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전날인데, 이 정도로 큰 규모의 록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건 처음으로 알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다이앤 버치: 매우 흥분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서만 공연했는데 한국 팬이 특히 열광적이라고 들었다. 내일은 나름대로 노골적인 무대를 준비했다.
“내 음악은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노력”
노골적이라니, 혹시 헤드뱅잉을 해야 할 정도인가? (웃음)
다이앤 버치: 헤드뱅잉은 아니다. (웃음) 수록곡을 조금 다른 스타일로 부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앨범 제목이 다. 미국 남부에 대한 별칭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제목을 정한 이유는 뭔가.
다이앤 버치: 나는 종교적으로 딱딱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가족의 대화에서 성경이나 교리가 빠진 적이 없었으니까. 그게 너무 숨 막히고 싫었던 나머지 반항적인 시기를 보내기도 했는데 ‘Bible Belt’란 그렇게 종교적으로 꽉 조인 시간을 의미하기도 하고, 또한 내가 하는 음악을 통해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생각도 담고 있다. ‘Bible Belt’가 그런 억압적인 환경에 대한 역설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수록곡들은 가스펠이나 소울 아닌가. 종교적인 환경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지만 자신의 음악적 뿌리가 거기에 있음을 수긍하는 걸로도 보인다.
다이앤 버치: 목사의 딸로 자란 내게 종교는 유년기의 중심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든 종교적인 면과 연관되어 있다. 거기서 도망치려고 했다기보다는 음악적으로 그런 걸 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노래에 천사나 기적, 악마 같은 단어가 등장하고 음악 자체가 가스펠이기도 하지만 종교 자체를 믿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종교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 예를 들어 너의 적을 사랑하라거나 하는 교리에 대해 흥미롭게 생각한다. (웃음) 그리고 가스펠 뿐 아니라 팝에는 이미 기독교적 세계관이 포함되어 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나 엘튼 존의 노래가 대표적이다. 제프 버클리나 모타운 소울도 마찬가지다. 6, 70년대 클래시컬 팝의 바탕에 가스펠이나 기독교적 세계관이 깔려 있다면 내 음악은 그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소울 음악이 주목받고 네오소울이란 이름으로 분류되는 음악가들도 늘었다. 그 중 한 명으로서 6, 70년대 소울가수들과 21세기의 소울 가수들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다이앤 버치: 사실 나는 아무도 평가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아레사 프랭클린이나 니나 시몬 등은 정말로 놀라운 목소리를 가졌고, 닐 영이 부르는 노래를 들을 때 나는 그의 영혼을 느끼기도 한다. 에이미 와인 하우스나 아델 같은 요즘 가수들 또한 솔직하고 쿨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스티비 원더의 음악을 듣거나 공연을 보면, 그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릴지라도(웃음) 정말로 놀랍다. 영혼이 붕 떠가는 것 같은데 그가 정말 가슴으로 노래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요즘 가수들은 머리로 노래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옛날 가수들에게서 더 많은 걸 느끼는 것 같다.
그 ‘요즘 가수’에 본인도 포함되는 거 아닌가? (웃음)
다이앤 버치: 그렇다. 때로는 머리로 노래할 때도 있지만 가끔은 가슴으로 부르기도 한다. (웃음) 감히 내가 아레사 프랭클린이나 스티비 원더 같은 소울 가수라고 생각하지 못하겠다. 어려서부터 훈련받아온 가수가 아니기 때문에 나는 그저 내 자신이 되려고 노력할 뿐이다. 솔직하고 진실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일종의 롤 모델로 삼은 가수들은 없나. 누구처럼 되고 싶은가.
다이앤 버치: 트렌디한 문화나 패션, 밴드들을 모두 좋아하지만 누구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웃음) 하지만 경력에 있어서는 엘튼 존이나 니나 시몬, 아레사 프랭클린과 스티비 원더를 존경한다. 존 레논이나 마이클 잭슨 같은 가수들은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을 만들고 불렀다. 그런 점은 본받고 싶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좋은 출발선에 있을 뿐”
결국엔 그렇게 되지 않겠나. (웃음)
다이앤 버치: 설마. 지금 이렇게 대답하는 것도 좀 바보 같다. (웃음) 뭐, 그들도 처음엔 다 그랬을 거다.
다이앤 버치: 잘 모르겠다. (웃음) 때로는 그런 자신감이나 자만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지만 항상 현실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패션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어릴 때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같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음악과 패션은 어떻게 연결된다고 생각하나.
다이앤 버치: 나는 굉장히 시각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패션을 비롯해 아름다운 것들에 관심이 많다. 그쪽으로는 레이디 가가야말로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고 본다.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생각한 시절에 나는 반항기였고, 그래서 특히 18세기 고스 복장을 하고 다녔다. 내가 그 시대의 뱀파이어라고 생각했는데 (웃음) 화려하고 요란한 옷을 즐겨 입었다. 비주얼과 음악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양쪽 다 신경을 쓰는 편이다. 물론 이렇게 공연을 다니면 옷장 앞에 오래 머물 순 없게 되지만 그래도 이런 모자도 쓰고 무대와 어울리는 옷을 고르고 있다. (웃음)
지금 가장 즐겨듣고 있는, 요컨대 아이팟이나 아이폰에 넣어놓고 항상 듣는 음악이 뭔지 궁금하다. 그리고 요즘 브루클린에서 뜨는 밴드도 추천해주면 좋겠다.
다이앤 버치: 너무 많다. 정말로 많다. (웃음) 그래도 일단은 마이클 잭슨의 ‘Man Of Mirror’를 많이 듣는다. 그리고 자자(Zaza)란 밴드를 추천한다. 정말 놀랍다. 상당히 몽환적이고 노이지한 음악인데 베이스라인이 무척 흥미롭다.
지금 당신은 인생의 어떤 부분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하나.
다이앤 버치: 나는 출발선에 서 있다. 메이저 레이블에서 앨범을 발표하고 쇼 케이스도 하고 투어도 하면서 좋아하는 여행도 함께 하고 있지만 이게 단지 출발점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좋은 출발선에 있을 뿐이다.
글. 차우진(대중문화평론가)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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