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일부터 25일까지 열렸던 2010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에는 스테레오포닉스, 후바스탱크를 비롯한 해외 뮤지션들이 헤드라이너로서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하지만 이번 펜타포트에서 관객에게 가장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낸 해외 뮤지션은 단연 24일 낮 공연을 펼친 일본의 키시단이다. 일본 불량학생의 모습을 콘셉트로 해서 코믹하면서도 격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이 밴드는 한국의 노라조의 원형이 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보컬이자 단장인 아야노코지 쇼우는 DJ DOC의 ‘런 투 유’ 등을 리메이크한 DJ 오즈마라는 유닛으로 활동하며 한국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얻은 바 있다. 펜타포트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와 키시단이 함께 한 짧지만 유쾌한 인터뷰를 공개한다.

오늘 머리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
아야노코지 쇼우 : 기본적으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이것보다 멋진 머리 스타일이 있다면 버리겠다”

이렇게 번거로운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건 아티스트의 자존심인가, 사나이의 자존심인가.
아야노코지 쇼우 : 굳이 자존심을 지키려하지 않는 게 우리 밴드의 스타일이다. 가령 특별한 퍼포먼스와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밴드가 있다면 그걸 빨리 쫓고 쉽게 따라하면서 멋진 남자가 되는 게 최고다.

그렇다면 더 좋은 스타일이 나오면 지금의 헤어스타일을 버릴 수도 있다는 건가.
아야노코지 쇼우 : 이것보다 멋진 머리 스타일이 있다면 버리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10년 동안 더 멋있는 스타일을 본 적이 없다. 하하하.

이런 모습이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면이 있다. 2009년 키시단 컴백을 하며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잃어가는 게 무섭다고도 했는데 웃음이라는 코드가 키시단에게 가장 중요한 건가.
아야노코지 쇼우 : 웃음이라고 해도 개그맨 같은 웃음이 아니다.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열심히 뛰는 게 우리 스타일이다. 유머 있는 밴드로 기억해주면 되겠다. 그렇다면 로큰롤이란 본인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아야노코지 쇼우 : 로큰롤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유쾌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꼭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좀 못하는 사람이라도 노래를 좋아한다면 누구든 할 수 있는 게 로큰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로큰롤이 장르가 아닌 정신이라 생각하는 건가.
아야노코지 쇼우 : 물론이다. 로큰롤이란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그럼 로큰롤 라이프 스타일과 DJ 오즈마의 라이프 스타일은 동일한 것인가.
아야노코지 쇼우 : 물론 DJ 오즈마도 그런 식이다. 로큰롤이란 가식적인 옷을 벗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음… 그런데 생각해보니 DJ 오즈마는 실제로 옷을 벗어버렸군. 하하하. (DJ 오즈마는 NHK 에 출연해 백댄서가 속옷을 모두 벗어버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줘 큰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당시 여자 백댄서들은 나체처럼 보이는 바디슈트를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큰롤이라는 것에 대해 항상 의문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항상 로큰롤이 가장 멋지다고 하는데 과연 무엇이 멋진 로큰롤인지 고민하는 것, 그 부분에서 DJ 오즈마와 키시단은 같은 걸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일본 사람들도 단장의 독재를 의심한다”

지금 단장 혼자 말하고 있는데 혹 멤버들 중 단장이 규정하는 키시단의 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없나.
나머지 : 없다. 다 같다. 우리는 마음이 하나다.

정말? 단장의 독재가 의심되는데? (웃음)
아야노코지 쇼우 : 사실 일본 사람들도 그런 부분을 의심한다. 하지만 오랜 친구들이라 믿고 있다. 조금은 불안해질 때도 있지만. 하하하.

혹 반란이 일어날 기운은 없나.
아야노코지 쇼우 : 사실은 2006년에 한 번 있었다. 하하하하. 한 친구는 다른 음악을 하고 싶다, 다른 친구는 또 다른 활동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 어떻게 제압했나. (웃음)
아야노코지 쇼우 : 나도 그 때 DJ 오즈마로 활동했다. 하하하. 그런데 친구들이 DJ 오즈마 공연을 보러 오고 노래도 만들어주면서 다시금 자연스럽게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오늘 공연을 앞두고 한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야노코지 쇼우 : 혹시 우리와 함께 하고 싶은 밴드, 혹은 우리와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은 밴드가 있다면 말해 달라. 함께 하고 싶다.

혹 오늘 127콜(‘국도 127의 하얀 번개’ 사이에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 키시단의 대표적인 퍼포먼스)를 볼 수 있을까.
아야노코지 쇼우 : 글쎄, 이번 공연에서 하기에는 한국 팬들에게 127콜이 익숙하지 않을 거 같다.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싶다.

글. 위근우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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