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여름, 영화 는 성적 강박증에 시달리는 학생들, 정답을 맞혀야 의문의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설정 등 우리나라의 과도한 입시경쟁을 소재로 18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속편 역시 생존게임을 큰 골자로 하지만, 전편과는 달리 사전 단서나 죽음의 순서마저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더 치열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캐릭터 면에서는 유선동 감독의 “전편보다 더 스피디하고 섬세한 연출”이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성적 강박증에 시달리는 학생 뿐 아니라 수영 선수, 힙합 마니아, 조숙한 여고생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각각의 캐릭터가 개연성을 얻지 못해 오히려 역효과를 낸 점이 아쉽다. 다음은 영화 이 공개된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 내용이다. 개봉은 오는 28일.
속편 을 연출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유선동 감독: 전편이 가졌던 장점들을 흡수하면서도 전편보다 더 스피디하고 섬세하게 연출하려고 애썼다. 전편이 시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학교라는 공간에 더 집중한다. 강 선생(김병옥)이나 차 선생(김수로)처럼 권위적인 선생님이라든가 학생들 간의 경쟁, 폭력 같은 부분은 내가 학교에서 보고 느꼈던 상황이다. 그런 공포스러운 느낌을 영화에 담으려 했다.
“밝은 이미지의 배우들에게 섬뜩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문제를 푼다는 설정은 동일한데, 그 문제 형식이 좀 달라진 것 같다.
유선동 감독: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전편처럼 퀴즈 형식으로 문제를 풀어보자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렇게 되면 전편을 답습하는 것 같았다. 전편이 수능이었다면 이번에는 논술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답을 맞히는 건 중요하지 않다. 누가 죽이는지, 누가 왜 어떻게 죽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 관객들이 함께 학교에 들어가서 답을 구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몇몇 학생들이 성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친구를 강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런 부분에서 캐릭터 설정이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유선동 감독: 학창시절에 있었을 법한 캐릭터들을 다양하게 배치하려는 의도였는데, 그렇게 느꼈다면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 학창시절 때는 분명 술 먹고 강간 비슷한 걸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김수로, 박지연, 황정음, 윤시윤 등은 지금까지 밝은 캐릭터들을 주로 소화해왔는데, 어떤 점에서 공포영화 주연배우로 캐스팅하게 됐는가.
유선동 감독: 기존 이미지가 영화를 통해 변한다면 관객들에게 더 무서운 자극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김수로 씨 같은 경우도 지금까지 재밌는 모습들을 많이 보여줬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섬뜩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윤시윤은 시트콤 에 이어 드라마 와 이번 영화까지 병행하고 있는데, 바쁘게 사는 소감이 어떤가.
윤시윤: 운 좋게 좋은 작품 세 개를 연달아 하게 됐다. 활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느낌이다. 공부를 쉬면 안 되는 것처럼, 연기 공부도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열심히 하고 있다. 어떤 걸 배우고 그것을 연기에 대입해보는 게 재밌다.
“좋은 친구들과 작업하는 게 행복하다”
영화에서는 굉장한 의리파로 나오는데, 실제 학창시절은 어땠는지.
윤시윤: 사람들을 워낙 좋아해서 항상 학업보다는 친구들과 장난치고 노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 학생이었다.김수로는 영화 , KBS 등 최근 선생님 역할을 많이 맡으면서 어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 추천할 만한 후배 유망주를 한 명 꼽는다면.
김수로: 원래는 선생님 역보다 학생 역할에 더 욕심이 많았다. 나한테 많은 영향을 줬던 영화가 같은 학원물이었는데, 20대엔 연극하느라 (학생 역할을) 못하다보니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이렇게 유망주들이 많은데, 한 명만 뽑으라면 그 사람한테는 추석 선물 받고 나머지한테는 악플 받을 거다. (웃음) 후배를 한 명 뽑기 보다는 그냥 지연 양, 황정음 씨, 윤시윤 씨 등 좋은 친구들과 작업하는 게 행복하다.
그러면 김수로가 보기에 후배 윤시윤의 첫 인상은 어땠나.
김수로: 굉장히 진지하고 겸손하고 장면에도 충실하고, 여러모로 놀라게 하는 후배다. 많은 신인들과 작업하다 보면 될 성 싶은 신인들은 좀 다른데, 얘(윤시윤)는 어우, 많이 다르더라. 정말 잘 되겠구나 했는데, 에서 훅 잘되더라. 이번 영화로도 훅 잘되면 양쪽을 다 훅훅 가는 건데, 이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웃음) 하여튼 윤시윤은 참 대단하다.
이번엔 윤시윤 차례다. 김수로의 첫 인상은 어땠나.
윤시윤: 한 마디로, 그냥 TV 안에서 봤던 유쾌하고 정 많은 모습 그대로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분처럼 편하고 좋다.박지연에게는 첫 영화, 황정음에게는 첫 공포영화라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
박지연: 아직은 연기하는 게 어색한데,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촬영한 시간에 비해 기대 이상으로 나온 것 같아서 좋다.
황정음: 전편을 굉장히 재밌게 봤고, 이번 시나리오에서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캐릭터의 연장선이면서도 또 다른 반전이 있었기 때문에 입체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큰 스크린에 내 연기가 나오는 게 부끄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뛴다.
“너무 무서워서 꿈에 나올 것 같았다”
수중 신이 인상 깊었는데, 극 중 수영선수로 나오는 박은빈은 따로 준비한 게 있나.
박은빈: 원래는 수영을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배우게 됐다. 안 그래도 물이 무서운데 잠수를 5m까지 해야 하고, 거기다 학교 생활까지 병행하다보니까 촬영하면서 처음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아무리 대본을 숙지하고 촬영하더라도 분명 무서운 장면들이 있었을 텐데.
박지연: 다이빙대 위에 서 있던 장면이 제일 무서웠다. 높은 곳도 무서워하고 물도 무서워하는데, 두 가지 상황이 겹쳤으니 얼마나 무서웠겠나.
황정음: 가장 깜짝 놀랐던 건 사람을 본떠 만든 더미 인형이었다. 너무 무서워서 꿈에 나올 것 같았다.혹시 영화 촬영 중에 귀신을 본 경험은 없나.
박지연: 극 중 현아(남보라)가 자해하면서 죽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감독님께서 컷을 외치셨다. 배우들이 다 멈추고 감독님을 쳐다봤는데, 감독님은 왜 멈추냐며 소리를 지르셨다. 분명 감독님은 컷을 외치지 않으셨다는데, 모니터로 확인해보니 그 장면에 정확히 ‘컷’ 소리가 들어가 있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윤시윤이 박지연에게 인공호흡을 해주는데, 당시 느낌은 어땠나.
윤시윤: 처음에는 몰입해서 촬영했는데, 공기를 너무 많이 넣었다. (웃음) 그래서 지연 씨가 복어처럼 이렇~게 크게 나왔다. 생각보다 이런 신들이 많이 어렵고 긴장되더라.
방금 말했던 인공호흡 신을 비롯해 윤시윤이 라이터를 던지는 부분 등 분명 심각한데 의외로 웃음이 터지는 장면들이 종종 있었다.
유선동 감독: 라이터를 던지는 장면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부분이 아니었다. 학교에 계속 갇혀 있다가 벗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좀 더 통쾌하게 철문을 폭파하는 장면을 구상하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리얼한 방식보다는 독특하고 기발하게 풀어나가고 싶었다.
사진제공. 루비키노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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