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블랙과의 인터뷰는 예능과 음악방송이 적절히 섞인 것 같은 자리였다. 리더 승호는 1위를 했을 당시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울먹거렸다면서 짠한 마음을 일으켰지만, 정작 승호보다 더 울었던 미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순간 돌아오는 건 “미르는 우는 동시에 초심을 잃었어요” 라는 지오의 말이었다. 그 후로 “초심과 눈물을 같이 날렸다”(이준), “이미 (1위) 발표 전부터 감정을 잡고 있었다”(천둥)며 미르를 놀리는 멤버들의 발언이 쏟아진다. 그 후 미르의 ‘초심’은 계속 멤버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인터뷰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예능의 핵은 타이밍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그들의 말처럼, 그들은 어떤 멘트든 서로 치고 받으며 예능으로 만들었다.
대화 자체가 예능인 것 같은 멤버들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건 미르였다. 미르는 바닥에 앉아 촬영할 때 사진기자가 “조금 편안하게”라고 주문하자 곧바로 고개를 떨어뜨리며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이따금씩 자신도 모르게 재밌는 제스처가 나오면 카메라 셔터가 잠시 멈춘 사이 곧바로 응용 동작을 취해본다. 그만큼 미르는 무엇을 하든 사람들의 눈에 띄었고, 사람들의 반응에 적절한 리액션을 할 줄 알았다. 그리고, 옆에 있던 천둥은 미르의 재밌는 행동들을 놓치지 않고 따라한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았을 때 더 바쁜 둘이지만, 인터뷰 자리에서는 형들이 인터뷰를 끌고 갈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에서만 멘트를 하는 두 사람은 절제된 장난꾸러기 같았다. 특히 초심을 잃었다는 형들의 구박에 1위 수상 후 눈물을 흘렸던 자신의 모습을 재현하는 미르의 모습은 왜 엠블랙의 데뷔 초에 회사에서 그를 예능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출연시키려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미르가 깨알 같은 웃음을 주는 사이 천둥은 멤버들의 말을 경청하면서 자신이 말해야할 순간에 느린 말투 속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담아낸다.
이준은 두 막내와 달리 예측할 수 없는 장난꾸러기였다. 그는 막내들과 달리 사진 촬영 내내 가장 과묵했다. 사진기자의 말에 따라 시선을 달리하거나 몸을 약간 비트는 정도가 그가 한 행동의 전부였다. 예능에서 ‘비 사장님’에 대해 폭로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의외다. “내성적이고 어두운 성격”이라는 자신의 말이 믿겨지는 순간.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질문이 돌아오는 순간 상체를 앞으로 내밀고 우렁찬 목소리로 답변을 시작한다. 미르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게 뭔지 알고 행동한다면 이준은 행동 자체가 예상할 수 없어 즐거운 캐릭터다.
두 막내와 이준이 인터뷰에서 앞으로 치고 나가는 스트라이커라면 승호와 지오는 상황을 조율하는 미드필더 같다. 얼마 전 신정환으로부터 “엠블랙 리더를 바꾸면 안 되냐”는 굴욕도 당했지만, 사진 촬영이나 인터뷰를 조금만 지켜보면 승호의 존재감은 확연히 드러난다. 인터뷰에서 이번 타이틀곡에 대한 설명, 연습과정 그리고 팀 전체에 대한 질문은 주로 승호의 입에서 대답이 나온다. 동생들이 대답을 하는 동안에는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여주면서 무언의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반대로 지오는 엄마처럼 엠블랙에 안정감을 준다. 사진 촬영 전 잠깐 있었던 한 홍보영상 촬영 중에도 지오는 관계자와 함께 홍보 멘트를 상의하고 이를 멤버들에게 전달하는 등 상황을 정리했다. 인터뷰에서도 종종 리더 승호의 대답에 보충 설명을 한다든가 하나의 질문에 대해 하나의 대답으로 끝내지 않고 연결되는 이야기를 꺼낼 만큼 꼼꼼했다. 멤버들의 대답 중간 중간에 빵 터지는 멘트를 던지는 역할도 지오의 몫이다.
그래서 엠블랙은 그들의 노래 ‘Y’의 군무처럼 각각의 개성이 돋보이면서도 팀으로서의 매력이 함께 있다. 개성 강한 형과 톡톡 튀는 막내들, 그리고 상황 전체를 보는 두 형이 말 그대로 ‘캐릭터가 겹치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그들을 하나로 묶는 건 역시 ‘그 분’, 비로부터 전수받은 ‘성공본능’일 것이다. 미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무리 망가져도 “활동을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이라며 프로그램의 목표를 알고 있고, 지오는 “성공하면 그 때 마음껏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며 지금 이순간이 미래를 위한 과정임을 알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처럼 즐겁지만 각자 가야할 길에 대해 공유하고 진지하게 미래를 생각하는 아이돌. 인터뷰를 한 번 했을 뿐인데도 왠지 엠블랙의 미래가 밝아 보인 건 그래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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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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