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스타’ MBC 수 밤 11시 5분
혹시 기억하시는가? 윤종신이 이번 앨범을 내면서냈던 출사표. 바로 “설리 양, 준비됐나요?”다. ‘내 사랑 못난이’ 시절 댄스 음악의 경쟁자로 서태지를 지목했던 윤종신은 자신의 새로운 경쟁 상대이자 시대의 대세로 설리를 지목했었다. 윤종신이 지목한 경쟁상대여서일까. 조카뻘인 f(x)의 등장에 삼촌MC들은 수줍지만 상당히 달아올랐고, 당황했다. 특히 윤종신의 설리를 찾던 김구라는 막상 눈도 못 마주치고 얼굴이 빨개졌다. 또, 외국인 멤버 포함 10대가 4명이나 포진한 눈높이에 맞춰 영어 구구단 대결을 하다 망신당하고, 조카뻘 게스트들에게 표독하던 김구라는 시종일관 매우 큰 웃음거리가 됐다. 그러나 ‘라디오 스타’는 ‘라디오 스타’였다. 루나에게 말이 많다고, 쓸데없는 얘기는 하지마라고 면박을 준다거나 자기들은 좋은 옷 입고 엠버만 운동복 입혔다고 다른 멤버들을 질책했다. 비록 설리에게 삿대질을 하고, 소녀시대는 절대 안 입는 아줌마 옷 입은 거 아니냐고 묻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특이한 콘셉트에 대한 불만여부에 대해서도 접근했다. 애교의 빅토리아, 라마와 닮은 엠버, 이모 혹은 근육 싱어 루나 등등 f(x) 멤버들의 무대 밖 개성과 매력을 타박과 질문 사이에서 끄집어냈고, 툭 건드리기만 해도 꺄르르 터지는 발랄한 게스트들은 자신들을 웃기고 흉내 내는 삼촌들의 재롱에 자지러지는 것으로 대답했다. 노래를 잘 몰라도, 이들이 누군지 궁금해질 정도고, 보고만 있어도 흐뭇한 웃음꽃이 퍼지니, 적어도 이 만남이 이뤄진 20여 분 동안의 에너지는 모든 축구팬들이 기다리던 무적함대 스페인의 첫 경기를 잠시 지구반대편 로컬 뉴스로 돌릴 만큼 대단했다.

글. 김교석(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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