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 오후 4시 45분
개표 방송이 단순히 개표 현황과 선거의 결과만을 알려주던 시절은 지났다. 오늘의 개표 방송은 최첨단 기술력을 동원한 가장 화려한 방식의 쇼인 동시에, 단순한 콘텐츠로 오랜 시간 동안의 생방송을 어떻게 긴장감 있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지 각 방송국의 역량을 확인하는 장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MBC의 개표 방송은 이 둘을 모두 만족시킨 방송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를 자체적으로 패러디했던 ‘투바퀴’나 영화 의 판도라 행성을 대한민국 현실에 빗댄 ‘투바타’까지 재미를 우선시한 코너들을 전면에 배치하여, 개표 방송은 지루하다는 고정 관념을 깨는 시도를 했다. 최일구 앵커와 최윤영 아나운서가 가장 높은 관심이 쏟아지는 시간대의 진행을 맡아, 딱딱하지 않게 재치를 발휘하며 개표 방송을 이끌어 간 점 역시 반복 되는 내용에도 시청자들을 지치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시선을 끈 것은, 역시 개표 과정 그 자체였다. 선거 전에 이루어진 여론조사의 결과와는 다르게 출구 조사 결과와 개표 과정에서 접전 지역이 늘어나면서 눈을 뗄 수 없는 시간이 계속되었고,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 등의 정규 방송은 결방 되었다. 그렇게 3일 새벽 3시, 투표 종료 시간 후 9시간이 지난 뒤에야 대부분의 접전 지역에서 당선 윤곽이 드러났다. 의 형식을 빌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비스트 등의 아이돌이 출연해 투표에 대한 정보를 퀴즈로 풀어보았던 ‘투바퀴’는 ‘투표를 바꾸는 퀴즈’의 줄임말이었다. 정말로 투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아니, 12시간 가까이 지켜보아도 결과를 알 수 없는 선거를 모두가 함께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쩌면 세상은 지금 이 순간 바뀌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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