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화 밤 11시 15분
차라리 와 MBC ‘무릎 팍 도사’가 매주 한 명의 게스트를 공유하는 건 어떨까. 어제 방영된 ‘오은선 편’을 보고 느낀 솔직한 심정이다. MC 중 한 명인 우영을 보고 귀여워하고, 안나푸르나 등정 중 간식을 공유하지 않은 것 때문에 KBS 정하영 촬영감독과 티격태격하는 오은선 대장의 모습이 ‘무릎 팍 도사’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 담담히 말하던 엄홍길 대장의 그것보다 못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은선 대장이 그런 의외의 면모를 파편적으로 드러내는 것만으로 만족할 정도의 게스트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기본적으로 는 수많은 시청자 질문을 이용한 단답형 토크 스타일을 시도한다. 그것은 때때로 미처 예상하지 못한 깨알 같은 재미를 주지만, 게스트의 답변 밑에 숨은 고갱이를 한 번 더 파헤치지는 못한다. 내려갈 산을 왜 오르느냐는 질문에 대해 “배설할 거 왜 먹느냐”는, 조금만 더 생각하면 분명 그다지 명료하지 못한 대답에 대해 MC들이 마치 우문현답이라도 들은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마는 것이 과연 게스트에 대한 배려일까? 남성 트라이애슬론 선수와 맞먹는 폐활량에 대해 그 정도 능력을 얻게 되기까지 겪은 고통과 단련의 시간, 그리고 굳이 무산소통 등정을 하는 산악인의 긍지에 대해 한 번 더 질문하는 건 너무 빤한 시도일까? 어쩌면 깊이보다는 좀 더 넓고 다양한 오은선이라는 세계의 지형도를 그리기 위한 시간 배분일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우영과 신영의 상황극, 깜짝 손님 김병만의 개그가 너무 길었다. 다시 말하지만 ‘무릎 팍 도사’가 가 가야 할 정답은 아니다. 다만 어제 방영분을 30분 이내로 편집하고 나머지를 ‘무릎 팍 도사’의 계속 찔러 들어가는 질문 공세로 채웠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자꾸 드는 건 사실이다.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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