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은 영원하다. 여성들은 청순한 여자가 되기를 원하고, 남자들은 그런 여자를 갈망한다. 핑클이나 SES와 같은 1세대 여자 아이돌 그룹에게 청순한 콘셉트는 여자 아이돌 그룹으로의 입학을 의미했다. 청순한 콘셉트는 풋사랑처럼 미성숙한 느낌을 주고, 남성들에게 보호 본능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청순한 콘셉트로 출발한 걸그룹이 앨범을 낼 때마다 조금씩 성숙한 이미지를 더하는 것이 여자 아이돌 그룹의 활동 방식이었다. 최근의 걸그룹은 다르다. 데뷔 당시부터 그룹의 성격에 따라 뚜렷한 콘셉트를 정하고 활동한다. 지금 걸그룹에게 ‘청순’은 통과의례라기 보다는 다양한 콘셉트 중 하나다. 그래서, 이 준비했다. 1세대 여자 아이돌 그룹을 표방한 MBC 의 국보소녀의 ‘두근두근’과 2세대 여자 아이돌 그룹 에이핑크의 ‘몰라요’. 국보소녀의 구애정(공효진)이 10년의 시간을 겪는 동안, 걸그룹에게 ‘청순’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을까.
국보소녀 ‘두근두근’ 국보소녀의 특징은 ‘불완전성’에 있다. 손끝 각도까지 완벽하게 맞추거나, 화려한 무대 대형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지 않는다. 립싱크도, 안무도 완벽하지 않은 어설픈 모습이 오히려 풋풋한 청순함을 살린다. 국보소녀가 ‘두근 두근’을 데뷔곡으로 정한 것은 당시 1세대 아이돌이 그랬듯, 데뷔 초반에는 청순함을 극대화한다는 공식을 따른 것이다. 여성 아이돌 그룹에게 ‘청순함’은 풋내기 첫사랑의 느낌이고, 첫사랑이란 대중에게 순백의 이미지를 인식하도록 만든다. 이는 다음 앨범에서의 변신을 더욱 용이하게 만드는 콘셉트이기도 하다.
특히 국보소녀는 ‘두근두근’을 통해서 청순함에 친근한 이미지를 더했다. 그들의 무대는 핑클과 상당히 비슷하다. ‘두근두근’의 무대는 흡사 수화처럼 노래가사에 맞춰 안무를 표현한다. “가슴이 두근두근”에서는 가슴을 살짝 쳐준다거나, “그댈 꿈꾸고 있죠”란 부분에서는 기도하듯 손을 모아 한쪽 귀에 갖다 댄다. 이는 주로 팔 동작을 이용한 안무로 노래가사를 표현한 초기의 핑클과 닮아있다. 특히 두 손을 뻗어 앞으로 쭉 펼치거나 ‘당신’을 표현할 때 한 손을 펼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밀어주는 안무는 핑클의 초창기 노래인 ‘영원한 사랑’이나 ‘내 남자친구에게’를 연상하게 한다. 국보소녀가 실제로 존재했다면, 아마도 핑클처럼 모두에게 친근하고 귀여운 느낌을 주는 그룹으로 활동하지 않았을까.
또한 국보소녀의 무대는 멤버 개개인을 부각시키는 구성을 보여준다. ‘두근두근’에서 “숨겨도 감출 수 없는 건”, “이미 알고 있어요.”란 부분에서 노래의 템포가 느려지고 한 멤버에 집중되는 순간이 있다. 이런 구성은 데뷔 초반 대중의 시선이 한두 명의 멤버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구성이다. 가장 청순하고 뛰어난 외모를 가진 멤버에게 집중할 수 있게 무대를 만들고, 개인 팬들의 유입효과를 노리는 셈이다. 핑클에서 주로 이효리나 성유리가 이런 부분을 담당했다면 국보소녀에서는 강세리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 국보소녀 데뷔시절 소속사에서 소위 ‘미는 멤버’는 강세리(유인나)가 아니었을까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나중에는 친근한 이미지의 구애정(공효진)의 인기가 높아졌고, 치킨 CF에서도 메인을 의미하는 닭다리는 구애정의 몫이 되었지만.
이렇듯 안무나 음악, 교복에 무릎토시 포인트를 가진 의상까지, 국보소녀는 1세대 아이돌의 초반 모습을 세밀하게 반영했다. 작품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점에서 국보소녀의 해체는 아쉽다. 청순하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를 잘 구현하는 그룹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혹시 국보소녀의 또다른 멤버 한미나(배슬기)가 돌아오고, 멤버들간의 갈등이 풀린다면 10주년 특별 무대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Let`s Dance!
“그대 때문에 내 가슴이, 내 심장이 두근두근” 부분에서 국보소녀는 가슴을 치며 본능적으로 울화병을 치료한다. 속 터지는 일이 있을 때, 밥 먹다 체했을 때 따라해 보자. 되는 일이 없어서 가슴이 답답할 때 전중혈을 쳐주면 울화증이 풀린다고 윤필주 선생이 얘기한 바 있다.
Motion Capture
– “숨겨도 감출 수 없는 건”: 한 박자씩 늦거나 박자를 놓치는 등 댄스의 구멍이라 불리는 일명 ‘맨홀 구애정’
– “그댈 보고 싶은 걸” : 두 손으로 안경을 만드는 일명 ‘뽀로로 한미나’
– “그대 나와 같단 걸” : MBC 전용 수화인 ‘같이’를 선보이는 강세리
에이핑크 ‘몰라요’
지난 4월 데뷔한 그룹 에이핑크는 활동 중인 여느 여성 아이돌 그룹보다 청순함을 부각시킨다. 음악, 의상, 무대 매너, 안무까지 통일된 청순함이 그들의 색깔이다. 좋아하는 마음을 몰라주는 누군가를 향한 소녀들의 고백이 담긴 노래 ‘몰라요’ 역시 기교 없이 청아하고 시원한 느낌의 보컬에 포인트 안무로 청순한 이미지를 극대화 한다. 특히 노래의 처음과 끝부분 등 노래의 전반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나비를 만드는 안무로 소녀의 감성을 표현하고, 수줍은 소녀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또한 주로 스쿨룩이나 주름 원피스를 입는 에이핑크의 의상은 스핀 동작이 많은 안무에서 여성스러움을 강조한다.
청순한 콘셉트를 활용하는데 있어 에이핑크는 1세대 아이돌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에이핑크는 노래 부르는 멤버를 꼭지점으로 삼각 구도를 만든다. “한 발 다가가면 두발 멀어지지만”이 두 번 반복되는 후렴 부분에서 한 번은 보컬이 꼭지점이 되어 삼각형 구도를 만들고, 또 한 번은 “두 발 멀어지지만”이란 가사를 살려 한 줄에서 몇몇 멤버가 움직여 두 줄 대형으로 바꾼다. 멤버가 자주 대형을 바꾸면서 무대 구성이 지루하지 않다. 개인안무보다는 팀 안무를 중시하면서도 꼭지점이 되는 멤버를 강조하면서 개인의 인지도를 높이면서 ‘청순’으로 통일된 팀의 이미지를 동시에 부각시킨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런 통일된 이미지가 오히려 그룹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는 점이 있다는 것이다. ‘청순’이 하나의 아이돌 입문 코스였던 때와는 달리 요즘 여자 아이돌 그룹은 데뷔 때부터 팀 색깔을 정해서 나오기도 한다. 에이핑크는 의상에서부터 안무까지 통일화된 청순함을 보이기 때문에 관객을 확실하게 집중시킬 수 있는 포인트가 다소 부족하다. 보통 멤버들의 인기가 그룹 전체의 인기로 퍼지는 흐름에서 볼 때 ‘찍어서 좋아할’ 멤버를 찾기 힘든 구성은 아쉽다. 그룹 전체의 이미지를 살렸다는 점에서는 일부분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멤버별 개성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호감도를 높이기는 쉽지 않다. 얼마 전 에이핑크의 정은지는 MBC , 윤보미는 KBS 〈백점만점〉에 출연, 개인의 인지도를 쌓는 예능활동을 시작했다. 멤버의 인지도를 순차적으로 높여 에이핑크를 알리려는 의도일 것이다. 앞으로 발표할 후속곡 무대에서는 개개인의 특징을 보다 살린 무대로 그룹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을까. Let`s Dance
남녀 공학에서 청순하게 제기차고 싶을 때. 에이핑크 정은지의 고음 애드리브 부분에서 치마 끝을 살짝 잡고, 발을 앞뒤로 차는 안무를 따라한다. 앞뒤로 제기를 차는 묘기를 선보여 체육 실기 점수 또한 높게 나올지도.
Motion Capture
– 노래 전체 : 에이핑크 멤버들은 자기 파트가 아니더라도 노래를 열심히 따라 부른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수가 많아 멤버들을 종종 헷갈리곤 하는 카메라 감독들에게 시련을 주기 위함인가.
– “어쩜 그리 몰라요” : 눈웃음에 윙크, 고음까지. 무대 3종 세트를 선보이는 정은지
– “이러지 마요”: ‘몰라요’의 첫 부분을 책임지는 김아중+티아라 효민+민효린 = 손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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