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열도는 악녀를 사랑할까. 일본의 여배우 사와지리 에리카가 악녀 이미지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일본 나리타국제공항 취재진 앞에 사와지리 에리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2월 28일 ‘타카노 유리코 뷰티 클리닉’ 광고 발표회견에 참석한 이후 83일만이다. 5월21일까지 일주일간 유럽에서 헤어 제품 광고 촬영을 하고 돌아온 사와지리 에리카는 검정색 모자에 회색톤 긴 드레스를 입고 빨간색 버킨백을 매고 있었다. “이혼은 결정됐는지”, “앞으로의 활동은 어떻게 되는지”, “스페인 생활은 정리를 했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은 끝이 없었다. 물론 도도한 태도의 사와지리 에리카는 이를 짧게 답하거나 미소로 무시했다. 5월 2일엔 보도자료를 통해 2010년 말 사와지리 본인이 설립한 개인사무소와 에이벡스엔터테인먼트가 2011년 4월 1일자로 업무제휴계약을 맺었음을 밝혔다. 광고촬영이 계획되어 있으며 연기를 중심으로 활동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2007년 영화 기자회견 자리에서의 무성의한 태도로 대중의 뭇매를 맞은 뒤 무성한 가십 속에 묻혀 지낸 온 사와지리 에리카. 어쩌면 지금이 그녀가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으려는 순간일지 모른다.

사와지리 에리카, 스캔들로만 활동중?

지난 3년간 사와지리 에리카는 그야말로 스캔들의 여왕이었다. 기자회견 사건 한 달 후 모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눈물의 사죄를 했지만 3년 뒤 다시 그것이 거짓의 사과였다고 고백을 했고, 2008년 12월엔 22살 연상의 하이퍼미디어 크리에이터 타카시로 츠요시와 갑작스레 결혼을 발표했다. 그리고 둘은 스페인으로 건너가 생활했다. 하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불화설이 나왔고 사와지리 에리카가 20대 스페인 남성과 불륜관계라는 소문도 떠돌았다. 약물흡입설도 있었다. 결국 2009년 9월엔 기존 소속사인 스타더스트프로모션으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후 남편인 타카시로 츠요시가 설립한 사무소 엘엑스트라테레스트레를 기반으로 광고 활동을 했지만 2010년 사와지리 에리카 쪽이 언론에 요구한 ‘보도 6개 조약’은 또 한 번 언론을 시끄럽게 했다. 이 6개 조약은 ‘사실에 근거에 보도할 것, 일방적으로 굴욕적인 표현이나 민감한 사항은 보도를 삼갈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2011년 1월 23일 사와지리 에리카는 ‘타카노 유리코 뷰티 클리닉 신데렐라 대회’ 자리에서 합의이혼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타카시로 츠요시가 “사실 무근”이라 인터뷰에 응하면서 둘의 이혼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2011년 2월 28일 ‘다카노 유리코 뷰티 클리닉’ 광고 발표회장은 실소와 비웃음으로 가득한 자리였다. 이날 기자들에게 주어진 질문 기회는 단 다섯 차례였으며 사와지리 에리카는 이혼에 관한 질문에 5월 16일 이후 여부가 결정된다는 말만 되풀이했지만 아직도 이혼은 결정되지 않았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선 “이제 성녀가 아닌 악녀 사와지리 에리카로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지만 언론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TV 프로듀서이자 평론가, 그리고 연예인으로도 활동하는 테리 이토우는 “어른과 아이가 동거를 하고 있으니 정신적인 분열이 있을 수밖에”라 비난했고, 저널리스트 카츠야 마사히코는 “이들이 일련의 소동으로 얻고 있는 건 스포츠지 1면을 장식하는 일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최근 2~3년간 사와지리 에리카는 대중도, 언론도 눈 밖에 내 놓은 연예인이다. 한 스포츠지는 둘의 이혼 사건을 보도하면서 ‘이제 짜증나는 와이드쇼’라 타이틀을 붙였다. 사와지리가 ‘타카노 유리코 뷰티 클리닉’의 광고모델로 발탁되자 100건이 넘는 클레임이 쇄도하기도 했다. 인터넷에는 지금도 사와지리 에리카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이 놀이감 마냥 넘쳐흐른다. 그렇다면 사와지리 에리카의 연예계 생활은 정말 끝인 걸까. 하지만 사와지리 에리카가 스타더스트프로모션을 나와 벌인 일련의 활동들은 셀러브리티로서 그녀의 새로운 위치를 조심스레 점쳐보게 한다.

새로운 악녀 캐릭터의 등장

2010년 9월 사와지리는 아오야마 한복판에서 편집숍 KITSON의 홍보 이벤트로 드랙퀸들과 어울려 카 퍼레이드를 했다. 패션지 의 2010년 9월호에선 상반신을 탈의한 남자 모델들과 함께 도발적인 사진을 찍었다. 2년간의 침묵을 깬 활동이었던 ‘다카노 유리코 뷰티 클리닉’의 광고에서 카피는 ‘벗어 던지자, 아름다워지기 위해서’였고, 이 광고에서 사와지리 에리카는 전신을 까맣게 보디 페인팅한 채 출연했다. 그녀의 시끄러운 사생활은 파격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한 충분한 밑바탕이 됐다. 사와지리의 존재는 파격 그 자체였고, 여기에 더해진 충격적인 비주얼은 그녀의 새로운 면모를 물씬 드러냈다. 근래 발표된 광고 속 사와지리 에리카는 그저 치명적이게 아름답다. 그리고 ‘다카노 유리코 뷰티 클리닉’은 불륜으로 도마에 올랐던 여배우 마츠다 세이코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 구해준 브랜드이기도 하다. 대중에 휘둘리지 않고, 언론을 사냥감 삼아 유희를 즐기며, 도도함을 당당히 드러내는 여배우. 이는 솔직히 일본에서 사랑받기 힘든 캐릭터다. 비슷한 전례가 없다. 하지만 사와지리 에리카라면 이 새로운 캐릭터의 탄생을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전례 없이 수많은 소문 속에서 비난과 관심을 동시에 받으며 제 2의 도약을 노리는 그녀. 사와지리 에리카는 최근 인터뷰에서 “연기를 하고 싶다, 조금 더 성장할 수 있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제 악녀가 등장할 시간이다.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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