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가 히틀러를 이해한다는 발언으로 비난을 받자 곧바로 사과에 나섰다.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개막한 64회 칸영화제 공식 경쟁부문 초청작 (Melancholia)로 현지에 체류 중인 트리에 감독은 18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히틀러를 이해하고 동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거센 비난이 이어지자 감독은 성명서를 통해 “내 발언으로 누군가 상처를 받았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나는 나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일계 혈통에 관한 질문을 받고 “정말 유태인이 되고 싶었는데 어느날 내가 실제로는 나치라는 걸 깨달았다. 내 가족이 모두 독일인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이 내겐 즐거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히틀러를 이해한다. 그가 분명 잘못한 일이 있긴 하지만 그에 대해서 많이 이해하고 조금은 동정하기도 한다. 2차 세계대전에 찬성하는 것도 아니고 유태인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이스라엘이 귀찮은 존재이니 그다지 유태인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이라고 덧붙였다. 트리에 감독은 특히 히틀러를 위해 일한 건축가 알버트 스피어를 좋아한다면서 “좋다. 나는 나치다. 예술의 측면이라면 나는 스피어를 지지한다. 그는 신이 낳은 최고의 인간이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위험한 발언에 기자회견장에 함께 앉아있던 할리우드 배우 키어스틴 던스트는 정색을 하며 프랑스 여배우 샬롯 갱스부르에게 “맙소사, 끔찍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배우가 주연을 맡은 는 지구와 행성 충돌을 앞두고 위기에 처한 자매에 관한 영화다. 키어스틴 던스트는 트리에 감독과 마찬가지로 독일계 혈통이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논란이 확산되지 이날 오후 트리에 감독은 대변인을 통해 공식 사과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내가 한 발언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나는 반(反)유대주의도 아니고 인종 차별주의자도 아니며 또 나치인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글.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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