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KBS2 월-화 밤 9시 55분
소영(장나라)은 더할 나위 없는 소시민이다. 그녀는 사장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버릇없이 행동하는 아이에게조차 속없이 장단을 맞춰주고, 허름하고 맛도 그저 그런 족발집 정도면 감지덕지한다. 옛날 로맨스의 여주인공이 가진 자의 뺨을 때리며 그들에게 “네가 처음”이라는 인상을 남겼다면, 소영은 자신의 궁색한 처지와 위치를 굳이 감추지 않는다. 꿋꿋하게 자존심을 지키면 인생 역전의 기회가 온다는 판타지를 믿기에 소영은 너무 지쳤고, 여유가 없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승일(류진)과 진욱(최다니엘)은 “요즘 여자들”과 다른 소영의 매력을 발견한다. 그러나 정작 드라마는 서른넷이라는 소영의 나이가 만들어낸 씁쓸하지만 현실감 있는 순간의 매력을 붙들지 못한다.
환상에 기대지 않는 담백한 여성의 모습은 순간에 불과하며, 소영은 로맨스를 위해 다시 무능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소진(오연서) 때문에 궁지에 몰린 그녀는 스스로 싸우기 보다는 분통을 참아내는 쪽을 택했고, 진욱과 승일은 그런 소영에게 보상하듯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때로 험한 꼴을 보이고, 소리 지르며 따져묻기를 주저하지 않던 여자 주인공이 결정적인 순간에 오히려 온순하게 피해자를 자처하는 모습은 결국 이 드라마가 목표로 하는 로맨스가 ‘기사도’를 지향하는 전근대적인 형태임을 알게 한다. 그래서 자본가에 굴종하고 검약을 실천하는 소영의 생활 태도는 현실적인 공감을 만들어내는 대신 남성들의 판타지로 소비된다. 요컨대, 소영은 스스로를 구하는 대신 남성들에게 ‘구해 줄 가치가 있는 여성’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드라마는 동시대 여성 시청자들을 위로하는 대신 신랄하게 계몽한다. 조금 비굴하더라도 남성들의 판타지를 정확하게 공략하는 것이 인생 역전에 보다 가까워질 기회라고.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역전이 불가능한 시대의 맞춤 판타지다.
글. 윤희성 nine@
소영(장나라)은 더할 나위 없는 소시민이다. 그녀는 사장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버릇없이 행동하는 아이에게조차 속없이 장단을 맞춰주고, 허름하고 맛도 그저 그런 족발집 정도면 감지덕지한다. 옛날 로맨스의 여주인공이 가진 자의 뺨을 때리며 그들에게 “네가 처음”이라는 인상을 남겼다면, 소영은 자신의 궁색한 처지와 위치를 굳이 감추지 않는다. 꿋꿋하게 자존심을 지키면 인생 역전의 기회가 온다는 판타지를 믿기에 소영은 너무 지쳤고, 여유가 없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승일(류진)과 진욱(최다니엘)은 “요즘 여자들”과 다른 소영의 매력을 발견한다. 그러나 정작 드라마는 서른넷이라는 소영의 나이가 만들어낸 씁쓸하지만 현실감 있는 순간의 매력을 붙들지 못한다.
환상에 기대지 않는 담백한 여성의 모습은 순간에 불과하며, 소영은 로맨스를 위해 다시 무능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소진(오연서) 때문에 궁지에 몰린 그녀는 스스로 싸우기 보다는 분통을 참아내는 쪽을 택했고, 진욱과 승일은 그런 소영에게 보상하듯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때로 험한 꼴을 보이고, 소리 지르며 따져묻기를 주저하지 않던 여자 주인공이 결정적인 순간에 오히려 온순하게 피해자를 자처하는 모습은 결국 이 드라마가 목표로 하는 로맨스가 ‘기사도’를 지향하는 전근대적인 형태임을 알게 한다. 그래서 자본가에 굴종하고 검약을 실천하는 소영의 생활 태도는 현실적인 공감을 만들어내는 대신 남성들의 판타지로 소비된다. 요컨대, 소영은 스스로를 구하는 대신 남성들에게 ‘구해 줄 가치가 있는 여성’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드라마는 동시대 여성 시청자들을 위로하는 대신 신랄하게 계몽한다. 조금 비굴하더라도 남성들의 판타지를 정확하게 공략하는 것이 인생 역전에 보다 가까워질 기회라고.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역전이 불가능한 시대의 맞춤 판타지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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