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뮤지컬 작품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김준수에 있어, 이 명제는 참이다. 2010년 1월 20일, 김준수의 첫공연은 조승우가 2004년 로 시장을 크게 성장시킨 이후 실로 오래간만에 찾아온 빅뱅의 순간이었다. 익히 알려진 탁월한 가창력 때문이거나, 5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45,000석 티켓을 몽땅 팔아서도 아니었다. 그가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것은, 김준수와 볼프강 모차르트의 경계를 허물어 버림으로서 존재를 증명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당시 정든 둥지를 떠나던 모습은 아버지 그늘을 끊임없이 벗어나고자 했던 자유의지의 볼프강을, 호소력 짙은 노래는 볼프강을 내내 따라다니던 천재의 다른 이름인 아마데를 연상시켰다. 여전히 저음엔 취약하지만 계속 나의 길을 가고 싶다고 울부짖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는 모든 논란의 여지를 ‘올킬’시키며 기어이 모두에게 ‘샤차르트’를 각인시키고야 말았다. 폭풍 같은 1년이 지나고, 김준수는 불과 3개월 전보다 한층 여유로운 모습으로 연습실에 들어섰다.

그리고 변화는 모두에게 일어났다. 지난 11일 남산창작센터에서 만난 대부분의 초연 멤버들은 1년 새 부쩍 다른 얼굴로 다가왔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달라며 오열하던 김준수의 모차르트는 완창 후 픽, 하고 쓰러졌다. 자신의 피로 레퀴엠을 작곡하던 박은태 모차르트의 눈에는 짧은 순간 광기와 두려움으로 핏발이 섰다. 그야말로 더욱 깊어진 순간몰입의 힘이 거대한 연습실의 공기를 통째로 뒤흔들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남자들은 붉은 재킷을 벗어던짐과 동시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훈훈한 미덕을 선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오열 하더니 수줍게 들어가는 김준수나 “노래 부를 때 자신의 살을 뜯어내는 것 같다”는 평에 실연을 해 보이는 임태경, 호명될 때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던 박은태와 “애교덩어리”라는 유희성 연출가의 말에 얼굴이 새빨개지던 전동석까지. 5월 24일부터 7월 3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멤버들은 더욱 깊어진 눈빛으로, 새로운 얼굴은 신선한 목소리로 17세기 천재를 지금 여기에 다시 환생시킨다. 이쯤 되면, 왕복 3시간이 훌쩍 넘어가는 성남행도 거뜬하지 않을까?




글. 장경진 three@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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