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악재에 부딪친 이 선택한 ‘MBC 가요제’ 미션은 여러 모로 아쉬운 선택이었다. ‘MBC만의 축제’라는 느낌을 주는 미션 주제 자체도 아쉬운 것이었지만, 지금까지의 미션이 대개 흘러간 명곡들을 부르는 것이었고, 그만큼 곡 자체가 낯설고 어린 나이로 공감하기 어려운 정서를 표현해야 하는 멘티들의 버거움이 무난하고 심심한 무대로 나타났다. 지금까지의 논란이 잦아들기 보다는 오히려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 ‘MBC 가요제’ 미션의 무대들을 짚어본다.

신승훈 멘토 팀
셰인 : 심수봉 – ‘그때 그사람’

트로트와 재즈 사이의 미묘한 경계에 걸쳐 있는 심수봉의 노래를 깔끔하게 재즈 풍으로 재해석한 매력적인 편곡이었다. 브라스를 무대에 세워 다른 무대와 차별화한 것도 무대를 빛나게 했다. 그러나 한 곡의 노래 안에서 기승전결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쉽다. 편곡이 깔끔한 만큼 셰인이 보컬에서 원곡의 처연함이든 나름의 해석이든 감정을 더 불어넣어야 했다. 음색은 매력적이지만 특정 색이 지나치게 강하고 잘 모르는 한국어와 낯선 한국 곡의 정서 탓에 해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다소 지루함을 노출한 이유일 것이다. 분명한 매력과 지루함의 경계에서 탈출한 셰인을 볼 순 없는 걸까. 가장 좋은 무대였던 동시에 가장 아쉬운 무대였다.방시혁 멘토 팀
데이비드 오 : 샤프 –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데이비드 오는 언젠가부터 상대적으로 단순한 곡들을 불러 왔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데이비드 오는 펑크록보다 더 복잡한 노래의 구성, 편곡, 멜로디, 감정을 소화할 수 있다는 증거를 보인 적이 없었다. 시청자들이 처음 데이비드 오에게 가졌던 기대감은 빠르게 실망감으로 변했지만 초기에는 방향 설정과 프로듀싱의 문제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미션이 진행되어 나갈수록 데이비드 오의 노래 실력 자체에 대한 실망도 커져 갔다. 오늘 무대는 탈락의 위기에 몰린 데이비드 오가 지금까지 시청자들에게 준 실망감을 지워버릴 마지막 기회였고, 때문에 ‘연극이 끝나고 난 뒤’처럼 지금까지 데이비드 오가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감정의 무대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데이비드 오에게 필요한 선곡이었지만 아쉽게도 데이비드 오의 ‘연극이 끝나고 난 뒤’는 데이비드 오의 모든 문제를 집대성한 무대였다. 음정은 불안했고, 음역대는 턱없이 좁았다. 가성은 전혀 낼 줄 모르는 사람의 것이었고, 데이비드 오는 이 노래를 그냥 예전에 펑크록을 부를 때처럼 불러서 노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김태원 멘토 팀
손진영 : 이정석 – ‘첫 눈이 온다구요’손진영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비장하고 처연한 곡이 아닌 노래를 이만큼 소화했다는 것은 큰 발전이다. 그의 성장만을 지켜본다면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다. 어쩌면 손진영은 그 혼자만의 레이스를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레이스가 다른 멘티들에겐 상관이 있다는게 손진영에 대한 호불호에 상관없이 안타까운 점이다. 여전한 음정 불안과 음을 정확히 짚지 못하는 발음, 고음에서 지나치게 옛스러움은 여전했다. 이 계속 흘러간 명곡을 부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단점이 그렇게까지 부각이 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이 다 끝나고 난 뒤 진짜 경쟁이 시작된다면 손진영의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다.

이태권 : 이상우 – ‘슬픈 그림같은 사랑’

오늘의 생방송 무대는 참으로 이상한 것이었다. 음정을 정확하게 부르는 멘티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음에서의 음이탈은 실수이거나, 의 긴 레이스가 반환점을 돌면서 멘티들의 체력 문제가 드러난 것 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태권마저 고음이 아닌 저음에서 이렇게 음정이 많이 틀린다면 그 자체를 즐기는 시청자들은 갈 곳을 잃는다. 여전히 밴드 사운드에 묻히지 않는 성량만큼은 발군의 것이었지만, 이 노래에서 이태권은 그의 음색이 매력적인 것과는 별개로 어쩌면 진짜 교회 오빠는 조형우가 아니라 이태권인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거룩하고 선하지만, 흥미롭진 않은 교회 성가를 듣는 듯한 느낌이 조금 더 강하게 드러난 것은 ‘슬픈 그림같은 사랑’이 그만큼 정직한 발라드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이태권이 가장 단점이 없고, 가장 노래를 잘 하는 멘티이면서도 세간에 회자되는 무대를 만들지 못한 이유는 감정 표현의 단조로움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백청강 : 이선희 – ‘J에게’

이선희는 보컬의 능력만 따지면 지금 이 미션의 어느 원곡자보다 출중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선희의 청아한 보컬이 백청강의 그것과 닮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선희의 폭발적인 성량이 백청강에게는 없다. 특히 폭발적인 성량을 가진 이선희의 레퍼토리 가운데서도 ‘J에게’는 이선희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노래다. 그래서 백청강의 ‘J에게’는 록으로 편곡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백청강의 장기만 생각하면 원곡 그대로 가는게 당연히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비트가 받쳐주는 록 편곡에서도 이렇게 기운 없이 들린다면 보컬의 힘만으로 승부하는 원곡 버전에서는 이선희와 정면으로 비교될 수밖에 없어 아쉬움이 더욱 더 커졌을 것이다. 이것은 이선희의 아우라가 워낙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문제고, 록으로의 편곡은 고육지책에 가까웠다. 이 고육지책은 백청강이 어떤 문제를 극복해야 하는지 여실히 드러낸다. 이 노래에서 백청강은 음정 불안도 노출했고, 기껏 극복했던 비음이 다시 새어나오기도 했지만 이는 어쩌면 사소한 것이다. 백청강은 밴드 사운드를 떨치고 터져 나오는 성량이 부족하다. 비트가 강한 록 편곡이기 때문에 밴드 사운드에 묻힌게 아니다. 백청강의 성량은 이전부터 줄곧 한계를 노출했었고 ‘J에게’를 선곡하면서 전면에 드러난 것 뿐이다. 물론 성량 문제는 단번에 해결될 수 있는건 아니다. 하지만 백청강은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는데 능하다. 지난주 무대에서 소극적이었던 단점을 지적받고 한주 만에 이 문제를 많이 고친 백청강이라면 이 끝나고 이 성량 문제를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팬으로서는 해봄직 할 것이다.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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