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등 음악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로 자리 잡으며 과거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프로그램의 성격상 제작진이 기존의 예능은 물론 음악 순위 프로그램보다도 뛰어난 사운드의 완성도에 신경쓰고 있기 때문이다. ‘나가수’는 아예 시청자들에게 공연 전 자막으로 “TV에서 음향모드를 음악모드로 바꿔주세요”라고 알려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실제로 ‘나가수’를 비롯한 프로그램들은 음향에 많은 공을 들인다. ‘나가수’는 최고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밴드를 동원하고, 8월 방송이 예정된 M.net 와 6월 방송이 예정된 KBS 또한 밴드가 연주하는 라이브를 원칙으로 한다. 특히 는 출연 가수들이 밴드와 함께 하는 것을 쉽게 보기 힘든 아이돌 가수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가수와 시청자 모두의 요구를 수용하다
외부 전문가의 영입과 심야 음악 전문 프로그램의 인력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는 등의 변화도 눈에 띈다. 를 연출하는 권재영PD는 “TV 방송에서 가장 최고의 음향을 자랑하는 의 노하우를 많이 빌릴 생각이다”고 말했다. ‘나가수’는 정지찬을 음악 감독으로 초빙해 가수들의 모니터 환경은 물론 방송과 음원 모두의 음향과 사운드 상태를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나가수’의 신정수PD는 “윤도현씨와 이소라씨의 강력 추천으로 정지찬씨를 음악 감독으로 모시게 되었는데, 그 뒤로 전체적인 사운드 밸런스가 좋아졌다. 한 달 동안 방송을 쉬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다” 라고 말했다. 녹화 뒤 후보정 작업을 신경 쓰는 것도 시청자들이 무대의 현장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유다. 현장 음향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 특성상 녹화 된 프로그램의 음향 상태는 방송에는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때문에 ‘나가수’를 비롯한 , M.net의 는 녹화 당시 악기 별로 따로 녹음을 하고 다시 믹스다운 작업을 거쳐서 방송에 내보내게 된다. 믹스다운은 여러 개의 채널로 녹음된 소리를 혼합하는 믹싱을 통해 소리의 밸런스를 잡아 두 개의 트랙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때 각 악기의 밸런스나 이펙트 처리가 진행되어 엔지니어와 작곡, 편곡자의 의도에 따라 음악의 인상이 크게 변할 수 있다. ‘나가수’의 신정수PD는 “믹스다운 작업을 할 때 가수들은 올 때도 있고, 안 올 때도 있지만 정지찬 음악 감독과 각 가수의 편곡자들이 반드시 참여한다. 노래를 직접 편곡한 이들이 직접 자신의 의도에 맞게끔 믹스다운 작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시청자들과 가수들이 모두 만족하는 음향이 나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가의 스피커와 모니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다. ‘나가수’가 높은 제작비의 대부분을 음향 장비의 도입에 들이고 있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 의 이상윤PD는 “우리 방송은 관객석이 무대를 중심으로 360도 감싸고 있어서 스피커 배치가 특히 중요하다”면서 “고가의 장비 뿐 아니라 전문 인력이 특별히
밴드 뒤쪽에 있는 관객들도 박진감 넘치는 현장 사운드를 만끽하실 수 있게끔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오디션 프로그램, 시청자의 귀를 씻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의 변화는 ‘나가수’에 평소 TV 방송에서 보기 힘들었던 이소라나 김연우, 윤도현 밴드 등이 출연하는 이유와 무관치 않다. 이들 가수들은 섭외 과정에서 최고의 음향 시스템을 갖출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음향의 문제로 연주하는 흉내만 낼 수 밖에 없었던 씨엔블루가 에서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던 것 또한 이러한 변화와 관련이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즉각적이다. 인터넷에는 ‘나가수’의 음향과 사운드에 대한 찬사가 가득하다. ‘나가수’의 신정수PD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빠르다. 신경 쓴 만큼 알아 주시는 것 같다. 원음보다는 조금 더 왜곡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현장감 있는 사운드를 전달해드리고 싶어 TV를 음악 모드로 변경해달라는 자막을 넣었다”고 밝혔다. 의 이상윤PD 역시 “이제 100%의 밴드 연주가 아니면 관객은 물론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말해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부쩍 올라갔음을 방송 제작 현장에서도 피부로 느끼고 있음을 전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한번 높아진 눈높이는 다시는 낮아지지 않는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은 그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