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14:00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누군가는 그래피티라 부르고, 어떤 이들은 스트리트 아트라 칭한다. 이름 난 콜렉터에게는 “피카소, 몬드리안 같은 천재”의 팝아트로, 고매한 학자들에게는 반달리즘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 스페이스 인베이더, 셰퍼드 페리, 뱅크시 같은 이들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길을 걷다가, 여행 중에, 누군가의 사진에서 한 번 쯤은 보았을 이미지들이 있다. 오락실 게임 속에서 움직이던 8비트 캐릭터들의 모자이크로 생토노레 골목에 생기를 불어놓고, 알몸으로 창문에 매달려 있는 남자의 스텐실로 회색 벽에 유머를 불어넣는다. 컨템퍼러리 아트와 스트리트 아트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고 있는 지금, 그 조류에 큰 힘을 보탠 뱅크시를 비롯한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을 따라가다 그들을 닮아 버린 기록이 바로 다. LA에 사는 프랑스인 티에리는 자신을 비롯한 주변의 모든 사람, 사물을 영상으로 담아놓는 기록광이다. 우연찮게 그의 레이더에 들어온 건 뱅크시를 위시한 스트리트 아티스트들. 자신들은 예술이라 주장하지만 법으로는 범죄로 규정된 행위를 위해 아무도 없는 새벽, 빌딩 벽을 타고 고가 아래 매달려 위태롭게 그림을 그리는 이들은 “로빈훗”이라 칭송되는 동시에 동네 경찰들에게는 “골칫덩이”로 칭해진다. 따분한 표지판에 이야기를 부여하고, 일상적인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들의 오프닝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흥미롭다.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다스 베이더를 연상시키는 뱅크시의 실물과 목소리는 덤이다.
글 이지혜
4월 29일 14:00 메가박스 10관
자신을 버린 어머니(릴리 모노리)를 찾아 가는 길, 소년(루돌프 프레스카)은 꽃을 한 아름 산다. “그 꽃은 무덤에나 바치는 꽃이야.” “상관 없어요. 그 꽃이 좋아요.” 어떤 것이 사리에 맞는 행동인지 배운 바 없는 소년은 조화(弔花)를 사는 게 왜 부적절한 일인지 모른다. 어머니를 찾아온 소년은 배우 지망생들을 오디션 중인 영화감독(코르넬 문드루초)과 먼저 마주치고, 감독은 무표정한 소년에게 흥미를 느껴 그를 카메라 앞에 세운다. 당황한 소년은 함께 오디션 장에 던져진 자신의 이부(異父)누이(다이아나 키스)를 죽이고 도망친다. 아직 감독과 소년은 서로가 부자(父子)사이라는 것을 모른다. 자신을 창조한 이들에게 사랑 받고 싶었지만 끝내 모든 것을 파괴하는 괴물. 코르넬 문드루초 감독의 는 메리 셸리의 소설 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다. 소년을 연기한 루돌프 프레스카의 무표정한 얼굴과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낡은 고딕 풍 건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하얀 눈으로 빚어낸 차가운 비극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결과물이다. 그러나 코르넬 문드루초 감독은 괴물의 창조자인 소년의 생부를 직접 연기하며 를 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텍스트로 완성했다.
글 이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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