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를 타고 시속 300㎞까지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게 이런 느낌일까. 영화 (이하 )는 정말 쉬지 않고 달리는, 더 정확하게는 쉬지 않고 가속하는 액션 영화다. 시리즈 내내 이어져온 현란한 카 스턴트는 이제 묘기에 가까운 수준이 됐고, 도심의 절반 이상을 때려 부수는 후반부 액션은 시리즈의 업그레이드에 가깝다. 하지만 이 영화 최고의 액션은 총격전도, 레이싱도 아니다. 시리즈의 히어로인 빈 디젤과 프로레슬링의 전설 ‘더 락’ 드웨인 존슨, 두 거구가 보여주는 순수한 몸 대 몸의 부딪침은 마주보고 달려오는 포르쉐와 람보르기니의 충돌보다 더 폭발적이다. 잘 짜인 합만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테스토스테론의 부글거림이, 서로 뒤엉켜 씩씩 거리는 그 둘의 싸움에는 있다. 그리고 그 매개체는 두 사람의 넓은 등과 굵은 팔이다.

화려한 액션보다 근육질의 몸에서 나오는 감정

서부극 시절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초대 007 숀 코네리 등, 매력적인 액션스타는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실베스터 스탤론이라는 두 근육질 배우의 등장은 액션 스타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두 배우의 액션은 그 자체로서 화려하거나 고난도인 건 아니다. 록키의 복싱은 투박하고, 터미네이터는 주먹보다는 레밍턴 샷건을 선호한다. 중요한 건 한 두 해 정도의 노력으로는 만들 수 없는 그들의 몸이다. 배우 전업 이전 보디빌더로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던 아놀드와 그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근육질인 스탤론의 몸에는 바벨, 덤벨 등과 씨름해온 시간이 가슴 두께만큼 누적되어 있다. 그 시각적 효과도 효과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몸은 강한 ‘남자’를 상징하는 일종의 기호다. 여자가 무술의 고수가 되는데 장애는 없지만, 남자 대회 수준의 보디빌더가 되려면 남성 호르몬이 필요하다. 때문에 근육질 액션 히어로는 기본적으로 마초의 길을 걷는다.

액션 소화 능력에서 두 선배보다는 앞섰던 장 클로드 반담이 어딘가 부족한 건 이 부분이다. 발레리노 출신인 그는 상당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제법 우아한 360도 회전 킥을 주로 사용했다. 최근 제이슨 스태덤 같은 배우의 액션을 보면 확실히 비교되는데, 엉거주춤 준비했다가 마지막에 나오는 그의 킥은 공격적이라기보다는 ‘나 이거 할 수 있어’의 모션에 가깝다. 때문에 아놀드의 압도감이나 스탤론의 투박함에 비해 마초적 에너지가 부족했다. 그의 작품 중 가 걸작인 건, 화려한 킥 때문이 아니라 다리가 부러져라 이 악물고 나무를 차던 장면 때문이다. 거인 돌프 룬드그렌도 있지만, 최근의 을 제외하면 의 이반 드라고 이후 이름 있는 작품에 출연한 적이 거의 없다.마초를 완성하는 쿨할 수 없는 뜨거운 심장

빈 디젤과 드웨인 존슨은 노쇠한 아놀드와 스탤론 이후, B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반담과 돌프를 넘어 가장 그 매력에 근접한 근육 마초라고 할 수 있다. 멋진 등근육을 가진 제이슨 스태덤이라는 탁월한 배우도 있지만, 그의 몸매는 우악스럽기보다는 매끈하고 무엇보다 시리즈의 그는 너무 시크하다. 마치, 영화 속에서 그가 몰았던 생채기 하나 없는 아우디 승용차처럼. 사실 걸작 와 의 빈 디젤 역시 클래식한 히어로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시리즈의 도미닉 토레토를 통해 비로소 진짜 마초의 아레나에 올랐다. 드웨인 존슨은 프로레슬링 링 위의 영웅 더 락으로서 쌓아온 서사만으로도 이미 멋진 남자였다. 에서 둘이 붙는 장면은 와 시절부터 그 둘을 라이벌로 여기던 팬들의 환상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말하자면 약간 다운그레이드된 아놀드 대 스탤론 대결 정도의 위상을 갖는다.

하지만 영화 속 둘의 격투가 매력적인 건, 빈 디젤 대 드웨인 존슨의 대결이라서만은 아니다. 를 통해 비로소 빈 디젤이 마초를 보여줬다고도 했지만, 애인에 대한 복수를 위해 거대 조직에 홀로 맞서고(), 그녀가 남긴 목걸이를 되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경찰을 찾는() 도미닉 토레토는 요컨대 로맨티스트다. 그리고 드웨인 존슨이 연기한 수사관 홉스는 범죄자를 징벌해 세계를 정화하겠다는 신념이 뚜렷한 남자다. 마초를 완성하는 건, 이처럼 쿨하지 않은, 혹은 쿨할 수 없는 뜨거운 심장이다. 얼굴이 엉망이 되도록 15라운드 동안 싸운 뒤 애드리안을 외치는 록키의 순정이, 몸이 부서지는 것에 아랑곳 않고 존 코너를 지키는 터미네이터의 강직한 매력이 이들에게는 있다. 선명한 식스팩을 포기하고 잔뜩 벌크업한 몸을 이끌고 거의 들소가 돌진하듯 싸우는 둘의 액션신은 그래서 더 뜨겁다. 자신이 믿는 것을 지키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근육질 남자들이라니.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오락 영화를 만났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멋진 마초들을 만났다.

글.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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