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그렇게 양신, 양신 하던 양준혁이 KBS ‘남자의 자격’ 멤버가 됐더라?
그러게. 소리 소문 없이 그렇게 결정이 됐더라? 새 멤버를 물색하는 중인지도 몰랐는데 말이야. 어쨌든 ‘남자의 자격’ 스타일을 생각하면 좋은 영입인 거 같아. 예능감도 좋고, 친화력도 좋은 편이니까. 아무래도 남자들만 득시글거리는 야구부, 프로야구팀에서 살아왔으니 여기에도 잘 적응하지 않겠어?
하긴 그렇긴 하겠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은 KBS ‘1박 2일’이랑 달리 멤버 추가는 이번이 처음 아니야?
어, 정말 그러네.
그럼 아무래도 원년 멤버들의 텃세가 세지 않을까?
그런 게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천하의 양준혁에게 그런 게 통할 거 같지는 않은데? 지난번에 네가 얘기해줘서 양준혁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는 대충 알겠지만 야구 잘 하는 거랑 낯선 곳에서 적응 잘하는 거랑은 다른 거잖아.
그 때 내가 양준혁이 정말 말도 안 되게 꾸준히 잘했다고 그랬지? 그런데 정말 대단한 게, 타의로 다른 팀에 갔던 시기에도 꾸준히 잘했다는 점이야. 몸속에 파란 피가 흐른다고 할 정도로 삼성 라이온즈의 절대적 프랜차이즈 스타지만, 구단의 트레이드 때문에 1999년에 해태 타이거즈로 가야했어. 심지어 삼성이 임창용을 데려오기 위해 해태에 넘긴 3명 중에 한 명이었지. 한국 최고의 타자이자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얼마나 속이 상했겠어. 게다가 타이거즈는 팀 컬러와 팀 내 위계질서가 상당히 뚜렷한 팀이었다고.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한 시즌 동안 타율 3할을 넘기고, 30개가 넘는 홈런을 때렸어. 어디로 어떻게 스카우트 되든 하던 만큼은 해준다, 그게 양준혁이야. 만약 평소에 열 번 던져서 세 번 이상 웃길 정도의 예능감을 가지고 있다면 어딜 가든 그 정도 해줄 수 있는 게 양준혁이라고 보면 돼.
그러니까 안 쫄고 잘할 수 있다? 그건 그렇다 쳐도, 이경규는 어떡할 건데?
요즘 별로 호통도 안 치잖아. 또 야구부에서 ‘빳다’ 맞으면서 지냈던 경험이 있던 운동선수가 설마 방송 선배를 무서워할까.
아니 꼭 그런 걸 떠나서 이경규 특유의 예능 방식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거지. ‘무릎 팍 도사’나 ‘1박 2일’에서 함께 했던 강호동 같은 경우는 분량 뽑으려고 이것저것 하는데 이경규는 또 다르잖아. 처음이라 의욕 넘치는 양준혁이 이경규의 ‘날방송’에 적응할 수 있을까.
실제로 방송을 대충하는 건 아니지만, 빨리 빨리 녹화 끝내고 편하게 하자고 조르는 건 분명 이경규의 몫이지. 물론 그것까지 예능의 일부로 활용하긴 하지만. 어쨌든 너무 빡세게 하지 말고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방송하자고 하는 게 이경규의 스타일인데 그 대의명분에는 오히려 양준혁이 곧 공감하고 동참할 거 같아. 내내 성실하게 야구만 했다며.
그렇지만 뭔가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질 않았지. 너, 선수협이라고 알아?
네가 말해주기 전에 내가 그걸 알면 이 코너 끝나는 거지.
그건 그렇지. 이 선수협이라는 건 프로야구선수협회의 줄임말인데, 비록 노동조합은 아니지만 어쨌든 선수들의 권리를 한국야구위원회나 구단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만든 단체야. 사실 생겨도 진즉에 생겼어야 했던 조직인데 2000년이 되어서야 만들 수 있었어. 아무래도 기득권을 가진 쪽에서는 선수가 고분고분해야 트레이드도 마음대로 시키고 방출도 마음대로 시킬 수 있으니까 선수협을 못 만들게 했지. 그런데도 위험과 불이익을 감수하고 선수협 조직을 주도한 주요 인사 중 한 명이 바로 양준혁이야. 제작진이 좀 무리한 미션을 시키는 것 같으면 얼마든지 이경규와 함께 연합할 수 있을 걸.
그럼 ‘남자의 자격’에 양준혁이 어울리기 위해 특별히 준비해야 하는 건 없다고 보는 거야?
적어도 멘탈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없다고 봐. 대신 프로그램 자체가 이런저런 미션을 수행하는 거니까 그에 맞춰 준비하거나 대응할 것들이 있겠지. 당장 연초에 발표한 5대 기획만 해도 만만치가 않잖아.
아, 뭐가 있었더라?
먼저 지금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배낭여행 미션. 사실 어느 나라를 가든 양준혁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봐. 타의로 해태 타이거즈, LG 트윈스를 거치고 선수협 문제 때문에 한국야구위원회에 괘씸죄가 적용되어서 선수 생활이 어려워지는 순간에도 결국 다시 라이온즈에 복귀한 최고의 회귀 본능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러니 어디 어디를 거쳐 다시 한국에 돌아오는 루트를 짜는 걸 본인이 맡겠다고 자원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이건 조금 억지 같다는 생각 안 드냐.
어허, 원래 서로 다른 분야의 평행이론이라는 게 다 그런 법이야. 듣다 보면 소름 돋는 순간이 온다, 너. 어쨌든 배낭여행은 그 자체가 루트를 짠 이후에는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거니까 더 준비할 건 없어 보여. 문제는 탭댄스와 사물놀이 이 두 가지. 단편영화야 이경규 감독의 주도 아래 스태프 역할을 잘하면 되고, 창업이야 대구에서 떡볶이 장사만 해도 일일 매출 천만 원도 가능할 테니까. 그런데 탭댄스랑 사물놀이는 멤버 모두가 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서 공연을 성공해야 하는 거잖아. 이건 준비 좀 해야지.
두 가지 다 리듬 감각이 중요할 거 같은데?
그 부분에서 기대되는 면이 있어. 전에 양준혁이 에 출연해서 “음악이랑 야구는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야구도 리듬을 타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거든. 그냥 공 던지는 거 노려보다가 일격필살로 때리는 게 아니라 어떤 리듬감을 가지고 준비하다가 휘두른다는 거지. 그 특유의 리듬감각을 배팅이 아닌 탭슈즈와 장구, 꽹과리 등에 어떻게 녹여내느냐를 고민해야 할 거 같아. 우선 집에서 응원가였던 ‘위풍당당 양준혁’ 리듬에 맞춰서 발이라도 한 번 굴러보고 나오는 게 좋지 않을까. 정말 양준혁이 ‘남자의 자격’에서 잘 해낼 거라는데 의심이 없구나.
당연하지. 세상에는 딱 보면 너무 당연한 일들이 있는 거야. 설명이 필요 없는 것들. 소녀시대의 일본 성공, 카라의 일본 성공, 그리고…
그리고 뭐.
2011년 타이거즈 V11?
글. 위근우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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