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에서 국가정보국 요원 만식으로 열연한 배우 배정남./ 서예진 기자 yejin@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에 출연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배정남이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미스터 주’)로 설연휴 관객을 만난다. 동물과 말을 할 수 있게 된 국가정보국 요원 주태주(이성민 분)가 사라진 특사 판다를 찾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이 영화에서 배정남은 2% 부족한 국가정보국 요원 만식을 맡아 코믹 연기를 펼쳤다. 뜨거운 지난해 여름 동물탈을 쓰고 달리고 뒹굴었다. 영화의 ‘웃음’을 책임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많이 아쉽지만 또 한 번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는 배정남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먼저 봤을 텐데 재미있게 봤나?
배정남: 생각보다 슬펐다. 내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은 처음 봤는데 가슴 찡한 부분이 많았다. 반려견을 키워서인지 더욱 공감이 갔다. 웃기보다 울었다는 사람이 더 많더라. ‘미스터 주’는 따뜻한 영화다.10. 관객들에게도 공개되는데 떨리진 않나?
배정남: 사실 처음엔 걱정이 많았다. 부담도 되고 기대도 되고 만감이 교차했다. 오히려 개봉 날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편해졌다. 시사회 때 많은 사람이 웃고 분위기도 좋아서 한시름 놨다.

10. 분량이 많았다. 무엇보다 영화에서 ‘웃음’을 책임져야 했는데 아쉬움은 없나?
배정남: 다 아쉽다. 이건 이렇게 할 걸, 저건 더 잘 할 걸 하고 후회했다. 하지만 열심히 했다. 이렇게 또 배우고 성장하는 것 같다.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웃음)

10. 사실 쉽지 않은 캐릭터다. ‘웃음’을 위해 망가져야 하고 동물 탈을 쓰고 연기해야 했다. 출연이 망설여지진 않았을까?
배정남: 한국에 없던 소재의 영화다. 그래서인지 다른 배우들은 선뜻 결정하지 못했던 것 같다. 마지막까지 만식 캐릭터가 캐스팅이 안 됐다고 하더라. 나는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 언제 이런 캐릭터를 해보겠나 싶었다. 또 동물과 교감하는 이야기라 더욱 끌렸다. 망가짐도 두렵지 않았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감사할 따름이었다. 주변에서 ‘너 아니면 못 한다’며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더욱 힘이 됐다.10. 판다 탈을 쓰고 연기했다. 여름에 촬영한 거로 아는데 많이 힘들었겠다.
배정남: 바로 옆에서 냉동탑차가 항시 대기하고 있었다. 장면을 찍을 때마다 냉동탑차에 들락날락 해야 했다. 안 그러면 진짜 죽을 것 같더라. 너무 더웠다. 판다뿐만이 아니라 더 많은 동물을 연기했는데 런닝타임 때문에 아쉽게도 편집됐다. 촬영 전에 동물들의 동작을 연기하기 위해 선생님께 열심히 배웠다. 6~7마리 정도 배웠는데 영화에선 여러 마리가 날아갔다. (웃음)

10. 대부분 동물이 CG인데 셰퍼드 알리만 대부분 실사로 촬영했다던데. 알리의 연기를 직접 볼 때 어땠나?
배정남: 알리를 볼 때마다 감탄했다. 진짜 똑똑한 친구다. 집중력도 대단했다. 내 반려견 벨과 비교가 됐다.

10. ‘미우새’에서 보면 벨도 영리하던데. 잘 하는 게 많을 것 같다.
배정남: 벨은 사회성이 좋다. 하하. 잘 커 줘서 너무 고맙다. 지금 여섯 살인데 사람 나이로 치면 42살 정도다. 그래도 나한테는 여전히 아기 같다.10. 극 중 이성민처럼 동물과 대화하고 싶을 때가 있나?
배정남: 벨은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못 하지 않나. 나중에 아프다는 걸 알게 되면 조금 속상하다. 그럴 때는 동물과 대화하고 싶더라.

10. 극중 만식 캐릭터는 지나칠 정도로 오버하는 느낌이다. 인물에 어떻게 접근했나?
배정남: 진지한 사람이라는 걸 믿었다. ‘나는 국가정보국 요원이다’ ‘나는 진지하다’라고 생각했다. 억지로 하려고 하기보다 솔직하고 순수한 인물이라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만식이 나랑 비슷한 부분이 많다. 2% 부족하다. 악의는 없는데 뜻대로 안 되고 열심히 하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

배우 배정남은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를 통해 또 한 번 배우고 성장했다고 털어놨다./ 서예진 기자 yejin@
10. 배우로서 자신의 사투리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나?
배정남: 지금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 캐릭터가 있는 것 같다. 갑자기 서울말로 연기하면 보는 분들은 와 닿지 않을 것 같다. 한 번에 바꾸려 들면 관객들이 낯설어 할 것이다. 일단 사투리로 표현할 수 있는 연기를 더 열심히 하고 천천히 보여드리고 싶다. 그래서 ‘어? 배정남이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

10. 계속해서 코믹한 이미지의 인물을 연기하는 것 같다. 진중하고 무거운 캐릭터를 맡고 싶은 생각은 없나?
배정남: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것도 사투리와 비슷한 문제다. 지금은 내가 가진 캐릭터로 낯설지 않게 보여 드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할지 조율을 잘 해야 할 것 같다. 서두르진 않을 생각이다. 보는 분들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야 한다.

10. 지금까지 살면서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
배정남: 외할머니다. 내가 아기 때부터 키워주셨다. 정말 많은 사랑을 주셨다. 외할머니 때문에라도 잘 커야겠다고 다짐했다. 모나지 않게 잘 커야 효도라고 생각했다.10. ‘보안관’에 이어 ‘미스터 주’에서 이성민과 함께했다. ‘미우새’를 통해서도 알려졌지만 두 사람 사이가 각별한데 이성민은 어떤 사람인가?
배정남: 형님은 내가 알기 전부터 존경하는 배우였다. ‘인간 이성민’을 알고 난 후에는 형님의 인간적인 모습이 더 좋았다. 형님은 잘 되면 잘 될수록 주변 사람들에게 베푼다. 영화판에서 소문도 진짜 좋은 배우다. 이런 배우가 또 없다. 형님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잘 될수록 형님처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0. 두 사람 성격이 비슷해 보이진 않는데 어떤가?
배정남: 성격이 진짜 안 맞는데 이렇게 서로 좋아하는 게 신기하다. 형님은 술도 안 드신다. 그래서 만나면 밥 먹고 커피 마시고 그런다. (웃음)

10. 이성민에게 혼나서 운 적도 있었다고?
배정남: ‘보안관’ 촬영 때 형님이 연기와 관련해 조언을 해주셨는데 내가 술에 취해서 ‘싫은데요’라고 대들었다. 그때 많이 혼났다. 정말 아버지한테 혼나는 느낌이었다. 그 말에 분명 사랑이 담겨 있었다. 혼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잘되라고 한 말인데 내가 너무 못나 보였다. 그리고 너무 죄송했다. 형님이 놀라서 바로 달래주셨는데 그래서인지 더 눈물이 나왔다.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에 출연한 배우 배정남은 “잘 될 수록 이성민 형님처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서예진 기자 yejin@

10. ‘미스터 주’에서는 함께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많았다. 어떤 조언을 해주던가?
배정남: 리딩도 같이 하고, 따로 호흡도 많이 맞춰 봤다. 연기 지도도 꾸준하게 해주셨다. 무엇보다 ‘이 캐릭터는 너 아니면 안 돼’라는 말로 많은 용기를 주셨다. 너무 감사하다.

10. 연기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배정남: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황정민 선배가 연기한 태일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임창정 선배가 연기한 ‘창수’도 마찬가지다. 밑바닥 인생에 있는 인물들의 감정을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힘들게 살아와서 어떤 심리인지 이해가 간다.

10.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는?
배정남: 변요한과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호흡해본 적이 있는데 영화로도 만났으면 좋겠다. 솔직하고 거짓이 없는 친구라 너무 좋다. 친해서 호흡도 잘 맞을 것 같다. 류승범 형이랑도 꼭 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승범이 형이랑 요한이, 나 이렇게 뭔가 그림이 잘 맞지 않나? 셋이서 ‘태양은 없다’ 같은 작품을 찍어봤으면 좋겠다.

10. 언제까지 ‘미우새’로 살건가? 연애나 결혼 생각은?
배정남: 임자가 있으면 당연히 결혼한다. 이 사람 아니면 죽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개도 같이 키우고 그렇게 살고 싶다. 일을 하다 보면 매번 보는 사람만 볼 뿐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다. 때가 되면 인연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웃음)

10. 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 ‘닥터 두리틀’이 다소 부진하고 ‘해치지 않아’가 선전하고 있다. ‘미스터 주’의 흥행을 예상하나?
배정남: 잘 될 거라 믿는다. ‘남산의 부장들’과 같은 날 개봉하는데 성민이 형이 힘들다. 양쪽 다 홍보도 해야 하고… 우리 영화가 다 잘 됐으면 좋겠다.

10. 어떤 배우로 기억되길 원하나?
배정남: 친근한 이미지면 좋겠다. 내가 한 방에 연기파 배우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바라지도 않는다. 천천히 보여드릴 것이다. ‘가망 없다’라는 얘기가 아니라 ‘쟤도 되는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 늘 ‘잘 될수록 나를 낮추자. 나를 누르자’라는 생각을 한다. 인기는 한 방이다. 그렇게 겸손하게 열심히 노력하겠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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