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팍 도사’, 다음 주에 두고 보겠습니다
‘무릎 팍 도사’ MBC 수 밤 11시 5분
조영남의 예능사는 MBC 의 ‘세시봉 특집’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호감과 비호감으로 분류되는 연예인 구분법에서 여전히 후자 쪽에 위치한다는 사실 자체를 바꿀 수는 없었으나, 적어도 그 단순한 이분법에 가수로서의 매력 재발견이라는 새로운 스펙트럼을 추가한 방송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무릎 팍 도사’에 그리 유리하게만은 작용하지 않았다. 5년 전 기획 단계부터 섭외가 들어갔다는 게스트 조영남은 세시봉 대히트 이후 이미 여러 인터뷰와 토크쇼를 통해 많은 이슈를 제공했고, 마침내 성사된 출연은 다소 늦은 감이 있었다. 바로 여기서부터 ‘무릎 팍 도사’ 만의 장점과 약점이 동시에 드러난다. 정통 토크쇼로서 게스트의 인생사라는 일관된 서사를 따라가며 그 안에서 신선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라면, 그에 실패할 경우 게스트에 대한 기존 자료와 정보의 밋밋한 취합에 머무르고 만다는 것은 결정적인 약점이다. 조영남의 “인생사를 총망라한 대서사”라고 자기 평가한 어제의 ‘무릎 팍 도사’는 그 장점과 약점을 동시에 보여줬다. ‘무릎 팍 의뢰인으로 가장 적합한 남자이자 뜯어먹을 게 많아 연예계의 갈비 같은 남자’라 표현한 선정적 예고와 달리 그의 인생 전반부를 정리하는 잔잔한 토크에 귀를 기울인 방송은, 말하자면 다음 주의 본격적 토크를 위한 차분하지만 다소 심심한 워밍업이었다. ‘무릎 팍 도사’가 과연 이 워밍업을 통해 ‘뽑아먹을 게 많은’ 그에게서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끌어내며 뒤늦게 도착했다는 느낌을 뒤집을 수 있을지, 일단 판단은 다음 주 2탄까지 유보해야 할 것 같다.

글. 김선영(TV평론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