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손을 떠난 공이 배트에 맞고 다시 투수에게 날아가는 시간, 2.4명의 아기가 태어나는 시간, 우주의 시간 150억년을 1년을 축소할 때 인류의 역사가 만들어간 시간. 모두 1초.” 2005년 9월 5일, 눈 깜짝할 사이에 스쳐 지나가는 1초 동안 지구상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들을 5분에 담은 다큐멘터리 EBS ‘1초’ 편은 내레이션 대신 음악과 자막만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획기적인 형식을 제시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1월 31일, 700회 ‘위대한 유산’은 갓 스무 살이 된 조카에게 보내는 한 고모의 편지를 소개했다. “우리 부모님은 배우지 못하여 지식으로 사람을 무시하지 않으셨고, 두 분은 평생을 가난하여 가난한 사람을 늘 가슴 아파했어. 세상이 무섭다고 지레 겁먹지 마라. 너의 부모도 나도 즐거이 살아온 세상이다.”
한 달에 한 번, 객원작가가 만드는
그런데 이 ‘고모’는 바로 KBS , 등 수많은 드라마를 집필해 온 노희경 작가였다. 사실 노희경 작가의 를 향한 첫 인사는 다소 짓궂었다. 지난 겨울, 의 김한중 PD는 자신을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청년”이라고 밝히며 시청자 UCC 공모전을 제안하는 한 시청자의 전화를 받았다. “작가님의 목소리가 젊은 남자 같아서 깜빡 속았던” 김한중 PD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상대가 노희경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된 뒤 700회 특집 참여를 부탁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노희경 작가는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절대자는 부모님이었다. 두 분이 없었다면 나도 없었고, 이런 드라마도 나올 수 없었다”며 가족에 대한 아이템을 제안했지만 어릴 적 가정환경이 넉넉지 않아 돌아가신 부모님 사진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리고 제작진은 노희경 작가가 “차라리 5분짜리 드라마를 쓰는 게 쉽겠다”며 고민 끝에 보내 온 A4 6장 분량의 글을 원고지 3장으로 줄여 방송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완성된 노희경 작가의 는 기존 제작진들이 만들었던 다큐멘터리와는 확연히 다른 정서를 보여주었다. 기존 가 짤막한 자막으로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는 파도였다면, 노희경 작가의 는 화면을 빼곡히 채운 편지글로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물결에 가까웠다. 이는 아이템 선정부터 다큐멘터리 형식, 콘셉트까지 모두 객원작가의 몫으로 돌렸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김한중 PD는 “우리가 추구하는 문법에 맞추는 게 옳을까, 아니면 자유롭게 맡기는 게 나을까 고민했는데 어차피 그 분이 얘기하는 니까 후반작업을 제외한 모든 과정은 객원 작가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는 700회를 기점으로 폐쇄적인 제작방식을 벗어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객원 작가를 섭외해 방송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노희경 작가가 다음 객원 작가를 추천한 상태며, 앞으로도 릴레이 추천방식으로 객원 작가를 선정해 방송 전에 공개할 예정이다. 과연 2월에는, 그리고 3월에는 누구의 를 만날 수 있을까. 밥상에 새로운 반찬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글. 이가온 thirteen@
편집. 이지혜 seven@
한 달에 한 번, 객원작가가 만드는
그런데 이 ‘고모’는 바로 KBS , 등 수많은 드라마를 집필해 온 노희경 작가였다. 사실 노희경 작가의 를 향한 첫 인사는 다소 짓궂었다. 지난 겨울, 의 김한중 PD는 자신을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청년”이라고 밝히며 시청자 UCC 공모전을 제안하는 한 시청자의 전화를 받았다. “작가님의 목소리가 젊은 남자 같아서 깜빡 속았던” 김한중 PD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상대가 노희경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된 뒤 700회 특집 참여를 부탁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노희경 작가는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절대자는 부모님이었다. 두 분이 없었다면 나도 없었고, 이런 드라마도 나올 수 없었다”며 가족에 대한 아이템을 제안했지만 어릴 적 가정환경이 넉넉지 않아 돌아가신 부모님 사진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리고 제작진은 노희경 작가가 “차라리 5분짜리 드라마를 쓰는 게 쉽겠다”며 고민 끝에 보내 온 A4 6장 분량의 글을 원고지 3장으로 줄여 방송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완성된 노희경 작가의 는 기존 제작진들이 만들었던 다큐멘터리와는 확연히 다른 정서를 보여주었다. 기존 가 짤막한 자막으로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는 파도였다면, 노희경 작가의 는 화면을 빼곡히 채운 편지글로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물결에 가까웠다. 이는 아이템 선정부터 다큐멘터리 형식, 콘셉트까지 모두 객원작가의 몫으로 돌렸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김한중 PD는 “우리가 추구하는 문법에 맞추는 게 옳을까, 아니면 자유롭게 맡기는 게 나을까 고민했는데 어차피 그 분이 얘기하는 니까 후반작업을 제외한 모든 과정은 객원 작가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는 700회를 기점으로 폐쇄적인 제작방식을 벗어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객원 작가를 섭외해 방송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노희경 작가가 다음 객원 작가를 추천한 상태며, 앞으로도 릴레이 추천방식으로 객원 작가를 선정해 방송 전에 공개할 예정이다. 과연 2월에는, 그리고 3월에는 누구의 를 만날 수 있을까. 밥상에 새로운 반찬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글. 이가온 thirte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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