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세상이다. 작년 말 ‘좋은 날’로 시작된 아이유에 대한 열광은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옥택연과 수지가 입을 맞춘 KBS 10회가 방영된 다음 날에도 인터넷에는 아이유가 부른 패닉의 ‘기다리다’가 화제가 됐고, 원작자 이적이 아이유의 노래를 호평하기도 했다. 지금 아이유는 ‘대중적’이라는 말에 가장 어울리는 가수인 셈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오는 17일 아이유의 리패키지 미니앨범 에 실린 신곡들은 지금의 유행과 일정부분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좋은 날’의 작곡가였던 이민수는 “리패키지 앨범의 신곡에 참여한 입장이 아니라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전제한 뒤, “는 지난 의 방향성을 더 강화했다는 의미에서 플러스(+)를 더 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은 대중이 아이유에게 가지는 기대를 배반하지 않으면서도 윤종신과 김형석 등의 뮤지션들을 통해 음악적 성숙과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시도했었고, 는 거기서 한 발짝 더 나간 곡들을 실었다는 것. 이민수는 윤상이 작곡한 타이틀 곡 ‘나만 몰랐던 이야기’를 미리 들어 보고 “‘좋은 날’이 아이유의 고음을 밝은 톤으로 살려낸 곡이라면 ‘나만 몰랐던 이야기’는 아이유의 중저음대를 살릴 수 있는 곡”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특히 “정말 오랜만에 만나보는 정통 ‘윤상표 발라드’ 곡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곡의 후반부로 가면 아이유의 목소리에서 강수지의 느낌도 조금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중성과 음악성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또한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세인트 바이너리가 작곡한 ‘잔혹동화’는 보다 파격적인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인트 바이너리는 이민수와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LOVE’, ‘You’, ‘Candy Man’을 공동 작곡한 뮤지션으로, 광고음악과 일렉트로니카 신에서는 이미 유명한 아티스트다. ‘잔혹동화’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왈츠를 섞어 최근 주류 대중음악계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스타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유의 음색은 유지해도 감정을 상당히 절제해, 마치 아이유의 목소리가 사운드의 일부처럼 느껴진다고. 보컬의 힘을 끝까지 밀어 붙여 대중을 사로잡았던 ‘좋은 날’ 이후 선보인 곡들이 고음 대신 중저음대를, 또는 보컬을 부각시키는 대신 전체적인 사운드를 강조한 셈이다.
리패키지 미니앨범에서 자신의 셀링 포인트를 되풀이하지 않고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시도를 하는 것은 양적인 측면의 대중성보다 대중에게 음악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질적인 측면을 고려한 행보로 보인다. 아이유가 다른 아이돌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대중으로부터 일정수준 이상의 음악적 신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의 더 큰 성공보다 음악적인 기반을 보다 탄탄하게 가져가겠다는 셈이다. 아이유는 최근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인 코린 베일리 래의 내한 공연에 게스트로 나서는 등 음악적인 신뢰를 쌓을 만한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아이돌 스타의 위치와 음악적인 신뢰를 모두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과연 ‘요즘 대세’ 아이유는 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까.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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