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 밤 8시 50분
여자는 과거의 남자를 만났다. 새로운 남자도 만났다. 과거의 남자는 갑작스레 여자의 집으로 들어왔고, 새로운 남자는 순식간에 여자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설명과 달리, 의 인물들의 말과 행동에는 방향만이 감지될 뿐이다. 어떤 속도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리조트 건설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 역시 마찬가지다. 동주(심창민)의 미션인 ‘동의서’는 개념으로 존재할 뿐, 마을 사람들에게 이 땅이 어떤 의미인지는 좀처럼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리조트 건설은 큰 압력으로 부상되지 못하고, 동주의 노력은 깊이를 얻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이와 관련한 사안들은 네 남녀를 얽히게 하는 것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지극히 평면적이고 단순한 세계 안에서 일하는 주인공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멘사 회원이며 유전공학부에 수석 입학한 천재라는 다지(이연희)가 말의 성별을 구분하는 것 이상의 전문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단지 그녀의 캐릭터가 얄팍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에 앞서 이 드라마는 다지가 말과 목장에 대해 진정한 애정과 열정을 드러낼 어떤 상황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야기의 빈약함은 인물들의 감정 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동주는 언급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애마를 잃은 상처가 컸다고 말한다. 그리고 애마의 상실은 곧, 동주와 다지의 잃어버린 사랑의 시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감정은 구술될 뿐, 전혀 인물들에게 내면화 되지 못한다. 실연이 슬프기 위해서는 사랑이 깊어야 하고, 재회가 애틋하기 위해서는 실연이 처절해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의 인물들에게는 어제가 보이지 않는다. 제주의 풍광은 평화롭고, 목장의 나날은 온유하다. 그러나 파라다이스의 안일함은 드라마에 있어서는 독이 된다. 대체 무엇으로 시청자들을 긴장하게 만들 작정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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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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