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케이윌, 대성, 허각 등의 많은 이들이 다양한 버전으로 부른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과 영화 ,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의 갈라쇼 테마곡이었던 ‘한때는 꿈에’(Once upon a dream). 대중의 귀에 익숙한 이 두 곡은 바로 뮤지컬 의 넘버들이다. 뮤지컬에 관심이 없는 이들까지도 사로잡은 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지난 2월 1일 공연을 시작한 한국 창작뮤지컬 에 참여했다. 자신이 가진 팝과 재즈의 음악적 영토를 넘어 클래식한 선율을 담아낸 로 한국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세우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무엇이 나를 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로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여준 프랭크 와일드혼을 만났다.

“한국 스태프들은 미국에서 절대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다”

프레스콜로 공식적인 첫무대를 본 셈인데 소감이 어떤가.
프랭크 와일드혼: 브로드웨이에서는 정식오픈 전 6주정도의 프리뷰 과정을 거치는데 은 워낙 그 과정이 짧아서 벌거벗은 기분이다. 브로드웨이에 올라가는 작품만큼 큰 사이즈인데, 뉴욕이라면 2-3주간의 기간을 거쳤을 보컬 밸런스 작업을 지금 한국의 음향감독이 하루 만에 맞추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과정들이 절대 불가능하다. 모든 사람들이 너무 많은 일을 짧은 시간에 힘들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영광이지만, 이 작품이 나 처럼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진행 중인 작품이라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에게 2주 정도의 숨 쉴 시간이 필요하고, 첫공연과 2주 후의 공연은 굉장히 다르리라 본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자신 있는 곡이 있다면.
프랭크 와일드혼: ‘들리나요’. 남자친구, 선생님, 부모님 등 인생을 살면서 한번쯤은 ‘Can you hear me?’라는 말을 해봤을 거다. 나는 의 ‘지금 이 순간’처럼 누군가에게 음악으로서 깊이 다가갈 수 있는 곡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 곡들을 작곡할 수 있는 기회를 사랑한다. 그리고 한곡을 더 꼽는다면 ‘이렇게 사랑해본적 없어요’. 한국가사를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들리나요’만큼 인생에서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에 소개된 , 를 비롯해 원작이 있는 작품을 주로 해왔는데, 은 참고할 자료들이 많지 않았을 거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프랭크 와일드혼: 기존 작품들은 책이나 영화가 먼저 만들어졌기 때문에 작곡을 하기에 좋은 가이드라인들이 있었다. 작곡할 때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책이나 영화로 다시 돌아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전혀 없던 은 상상력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뭔가 떠올리며 조각을 하듯 조금씩 깎아가며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이 그대로 나오길 바라며 작업했다. 그리고 두 차례의 뉴욕 워크숍으로 인해 좀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은 브로드웨이 입성을 노리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프랭크 와일드혼: 지금까지 나는 브로드웨이 공연만을 위한 것이 아닌, 많은 나라에서 공연될 목적으로 작곡을 해왔다. 도 이제 생명을 얻는 과정이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걸 주관할 수 있는 입장이 되는 것 같아 굉장히 좋다. 그동안 대부분의 작품들은 유럽에서 시작했다. 새로운 작품들이 각기 다른 나라에서 제작되었고, 성공을 거치며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작업들이 벌어지고 있다. 가 그 대표적인 예다. 스위스에서 초연이 됐고, 성공을 거쳐 한국에까지 왔다. 이러한 작업들이 뮤지컬의 글로벌화에 기여하고 있다. 역시 공연 중 일본이나 유럽에서 반응이 올 것이라 생각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더 많은 생명력을 얻을 수 있도록 지켜봐야한다. 공연이 그렇게 되기까지는 흥미보다도 그 주제가 얼마나 글로벌한가에 달려있는데, 그런 점에서 은 흥미로운 주제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스타가 되느냐 마느냐는 관객과의 소통에 달려있다”
특히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어떤 점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프랭크 와일드혼: 원래 내 베이스는 공연이 아닌 팝과 재즈 쪽이었다. 세계적인 곡을 쓰고자하는 마인드가 있었고, 특별히 이유를 분석하려 하지 않지만 관객과 나 사이의 화학적 반응이 일어난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한국관객들은 굉장히 감정적이고 큰 감동을 받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슬픈 노래엔 사람의 영혼이 가장 많이 담겨져 있어서 그런 곡을 쓰는 걸 즐겨하는데 이 역시 많은 이들이 사랑해주는 것 같다. 의 경우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700개 프로덕션이 벌어지고 있다. 음악이 주는 사랑은 어떤 장벽도 없는 것 같다. 와 은 공교롭게도 한국에서는 조승우와 김준수가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았다.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겠지만 그들을 어떻게 평가하나.
프랭크 와일드혼: 스타는 관객과의 소통을 얼마나 더 잘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그들이 대사를 하고 노래를 하면 관객들이 그 이야기를 공감하고 믿을 수 있게 되는 것인데, 두 사람은 모두 무대에 섰을 때 특별한 감정을 준다. 둘 다 스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자관객들이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웃음) 이런 건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다.

국내 배우들이 해외에서 어떤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
프랭크 와일드혼: 사실 비교할 수 없다. 세계 모든 곳에 있는 배우들은 그 문화를 가지고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 똑같다. 개인적으로는 각 나라에서 내 공연이 열리다보니 거기서 가장 잘하는 배우들을 얻을 수 있어 행운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브로드웨이가 가지고 있는 공연의 역사, 배경, 인구들을 볼 때 여기보단 좀 더 깊지 않을까 싶은 건 있다.

현재까지 많은 작품을 해왔는데, 앞으로 언제까지 작곡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프랭크 와일드혼: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작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행복하다. 15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는데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가 6년째 한국에서 공연 중이고, 일본에서는 8년째다. 미국이 아닌 여러 나라의 공연 곡을 쓴다는 것이 굉장히 의외이기도 하고. 전 세계에서 내 음악이 사랑받고 있는데 무엇이 나를 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하고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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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경진 three@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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