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무대의 진입 장벽이 날로 낮아지고 있다. 시연 중인 대다수의 뮤지컬에는 아이돌멤버가 꼭 등장하고, 뮤지컬배우들은 상대적으로 연극무대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중이다. , 에 이어 ‘무대가 좋다’ 시리즈 일곱 번째로 선보일 (Kiss of the spider woman) 역시 뮤지컬배우 정성화, 최재웅, 박은태, 김승대로 출연진을 꾸렸다. 특히 로 실력을 검증받은 박은태와 김승대의 경우 “연습을 하는지 입시공부를 하는지 모를 정도”(이지나 연출)로 첫 연극을 준비 중이다.
아르헨티나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는 이성적이고 혁명적인 게릴라 정치범 발렌틴(최재웅, 김승대)과 낙천적이고 낭만적인 게이 몰리나(정성화, 박은태)가 한 감옥에서 만나 벌이는 치열한 신경전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특히 가난한 민중을 구원하기 위해 혁명가의 길을 걷는 발렌틴을 되레 많이 배우지 못한 몰리나가 사랑의 이름으로 구원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극 전반에 아이러니와 긴장감을 부여한다. 1976년 소설로 출판된 는 이후 1985년 윌리엄 허트와 라울 줄리아의 영화로, 1992년 뮤지컬로 형식적 변화를 거치며 그 명맥을 이어왔다.
2인극의 호흡을 주목하라
“시종일관 무겁고 진지하지만은 않다”는 정성화의 발언처럼 2월 11일부터 4월 24일까지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에서 공연될 는 텍스트에 담겨진 유머코드와 여유 속에 담긴 치열함을 담아낼 예정이다. 표피적으로는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이지나의 연출은 이 작품을 통해 두 남자 사이 튀는 치열한 관계와 게이를 향한 대중의 시선에 더욱 집중한다. 2인극이라는 구조와 서로를 유일하게 이용하고, 구원하고, 사랑하는 스토리는 뮤지컬 를 연상시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영화와 달리 오롯이 단 둘만의 호흡으로만 이어지는 연극은 배우들에게 가장 큰 짐이다. 하지만 자신의 모습이 충격적일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정성화와 가십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박은태의 발언에는 작품을 존중하는 배우들의 진심이 담겨 있다. 푸근한 인상에서 나오는 강한 페이소스의 정성화와 객관적인 연기가 강점인 최재웅은 원작에 가까운 성숙한 어른의 고뇌를, 상대적으로 채워나갈 빈 여백이 많은 박은태와 김승대는 풋풋하고 색다른 해석에 의한 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몸에서 나온 거미줄에 갇혀버린 한 인간의 외로움과 눈물, 역시 외면할 수 없다.
사진제공. 악어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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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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