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지난 번 내가 경고했지. 감히 우리 아들 넘볼 생각 하지 말라고. 넌 어른 말을 코로 듣니? 어디 아직도 씹다만 껌 딱지처럼 그렇게 붙어 있어?” SBS 의 문분홍(박준금) 여사가 했을 법한 폭언을 지난번엔 MBC 시트콤 의 옥엽(조권)이 어머니 미선(박미선) 씨가 승아(윤승아) 씨에게 퍼붓고 있더군요. 어이가 뺨을 친다는 경우가 바로 이런 때이지 싶어요. 옥엽이에게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는 승아 씨 입장에선 억울해서 뒷목 잡고 쓰러질 일이 아닐는지요. 관심의 유무를 떠나 ‘감히’라는 단어부터가 불쾌하기 짝이 없잖아요. 내심 승아 씨 같이 속 깊고 예의바른 며느리 하나 얻었으면 좋겠다고 바라온 저로서는 마치 제가 겪은 수모라도 되는 양 분통이 터지던 걸요. 솔직히 요즘 승아 씨 같은 처자가 어디 흔하답니까. 어른 알아볼 줄 알지요, 거짓말이라곤 모르지요, 게으름을 피울 줄 알길 하나, 그렇다고 남의 흉을 볼 줄 알길 하나, 다소 융통성이 없어 그렇지 알고 보면 더 없는 진국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어따 대고 못돼 먹은 재벌가 사모님 흉내를 내는지 원. 그러나 다른 사람 같으면 절치부심하고 남을 일이 건만, 태생이 워낙 긍정적이어서 인지, 아니면 하도 가당치 않은 상황이라 염두에 두지 않는 건지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더군요. 아니 오히려 미선 씨와 꼭 닮은 엄마가 다정하게 안아주는 꿈을 꾸고 나자 그 다음 날엔 사들고 있던 붕어빵을 미선 씨에게 건네며 친근한 눈빛까지 보내대요.

요즘 세상에 승아 씨 같은 처자가 어디 있나요

사실 승아 씨에게 상처를 줘 온 사람은 이 천방지축 모자뿐이 아닙니다. 승아 씨가 일을 거드는 우등생 보습학원의 실세인 전 실장(전태수)만 해도 본의는 아니었지만 수차례나 모욕에 가까운 면박을 주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아랫사람을 두루 보듬어야 할 김 원장(김갑수)까지도 승아 씨를 대놓고 무시해왔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어요. 무시만 하고 말았으면 다행이게요. 승아 씨를 정략결혼의 희생양으로 삼을 욕심에 수양딸을 삼자는 등 차마 해서는 안 될 제안까지 했었죠. 어쩌다 아르바이트비 십만 원 올려줘 놓고는 그게 아까워 아등바등하는 꼴도 참으로 목불인견입디다. 나중에 얼마나 피눈물을 흘리며 후회하려고 그러시는지 모르겠어요. 승아 씨도 시간이 흐른 뒤 차차 알게 되겠지만, 김 원장님이 그리 하셔서는 결코 안 되는 까닭이 있거든요.

각설하고, 저는 승아 씨가 지금처럼 마냥 착하기만 할 게 아니라 좀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대범하고 포용심 많은 것도 좋지만, 양보와 이해도 다 좋지만 남들이 만만히 여겨 함부로 대하게 해서는 안 되지 싶어서요. 누가 뭘 부탁을 하던 다 들어주고, 누가 어떤 심한 소리를 하든 크게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승아 씨를 보면서 요즘은 살짝 답답한 마음이 들어 그럽니다. 할머님(김영옥)의 극진한 보살핌 아래 반듯하게 성장했기는 하나 상대적으로 자존감은 좀 떨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더라고요. 부당한 처우를 받았을 시에는 항의를 할 줄도 알아야 하고, 괜스런 생트집에는 적극적으로 거부감을 표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무조건 참으려고만 드니 속이 터집니다.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길 바라요

예전에 어떤 교양 프로그램에서 봤는데요. 어릴 적 딸과 아버지의 바람직한 관계 형성은 딸이 커서 세상에 나아가 유연한 인간관계를 쌓을 밑거름이 된다더군요. 실제로 딸의 자아존중감과 독립심이 바람직한 부녀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사례는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받은 바 있다고 해요. 승아 씨도 그 왜 ‘알파걸’이라는 하버드대 아동심리학자 댄 킨들러 교수가 쓴 책 얘기 아마 들어본 적 있을 거예요. 유년 시절 아빠로부터 늘 인정과 신뢰를 받고 있다고 느낀 경우 사회적으로 성공한 알파걸이 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얘기 말이에요.

저와 저희 아버지와의 사이가 워낙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기 때문인지 그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박히더라고요. 커서도 그렇지만 어릴 적엔 특히나 엄히 대하셨던 터라 대화다운 대화조차 나눠본 기억이 없거든요. 그 탓인지 저 역시 사회성이 모자라 그간 여러모로 애를 먹은 경험이 있답니다. 그렇다면 승아 씨의 자존감 부족도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는 불행을 겪었기에, 아버지와 친근한 관계를 갖지 못했던 데에 원인이 있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너무나 마음 아픈 일입니다. 부디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깨달아 가는 시간을 가져 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미선 씨가 다시 한 번 억울한 소리를 하거든 죄송하다는 말만 거듭할게 아니라 시원스레 속내를 얘기 하세요. “아주머니 아들 같은 스타일, 저 싫거든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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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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