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톱 아이돌 그룹 스맙(SMAP)의 멤버 쿠사나기 츠요시가 이철환의 을 번역했다. 은 2000년 이철환 씨가 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산문집으로 2004년 4권까지 발매돼 총 300만부가 넘게 팔렸다. 쿠사나기 츠요시는 4권의 전 에피소드 중 29개의 이야기를 골라 번역했고, 그 완성본이 2월 4일 일본에서 이란 제목으로 출간된다. 2003년 번역 의뢰를 받은 지 7년만의 일이다. “뭐든지 성실히 임하는 자세에 신뢰감이 갔다”는 의 출판사 와니북스 측 말처럼 번역은 음악, 연기, 오락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연예인으로선 노력 없이 불가능한 일로, 쿠사나기 츠요시는 “한국만의 애정, 가족의 소중함이 잘 응축된 책이다. 일본 독자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어 기쁘다”는 소감을 남겼다.

무색무취에서 자기만의 향기를 가진 스타로

처음엔 이벤트인 줄 알았다. 아니 사실 그랬다. 쿠사나기 츠요시가 초난강이란 이름으로 한국에 건너와 코믹한 노래를 불러댄 건 한 방송의 기획이 시작이었다. 스맙 멤버 전원이 돌아가며 6개월씩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에서 쿠사나기는 “한국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며 이란 프로그램을 꾸렸다. 그는 이 방송에서 모든 대사를 한글로 했다. 한국의 대학문화를 엿보기 위해선 대학생들을 만났고, 병역 문제를 알고 싶다며 실제 군인과 포장마차에서 술도 마셨다. 톱스타의 별난 이벤트로 그칠 수 있었던 이 프로그램을 쿠사나기는 집념으로 밀어붙였다. 애초 6개월로 예정됐던 은 연장돼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총 10년 동안 전파를 탔다. 의 한석규를 보고 한국에 관심을 가졌고, 모든지 비벼먹는 한국의 식문화가 좋다는 이 남자는 한일전이 열리면 어디를 응원할지 고민하는 일본인이다.

스맙은 톱 그룹이지만 사실 쿠사나기 츠요시는 그리 눈에 띄는 멤버는 아니었다. 멋진 외모로 만인의 연인이 된 기무라 타쿠야, 재미난 입담으로 대중에게 다가간 나카이 마사히로, 코믹한 캐릭터로 오락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띄우는 카토리 싱고 등과 비교하면 그는 무색무취에 가깝다. 쿠사나기에게 한국어는 스맙 안에서 그의 위치를 부각시켜준 하나의 무기기도 하다. 이전까지 쿠사나기에게 유일하게 붙는 수식어는 ‘착한 사람’이었다. 1997년 드라마 으로 시작된 그의 ‘바른생활 캐릭터’는 이후 영화 , 드라마 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2003년 드라마 로 시작된 ‘보쿠(僕) 시리즈’는 쿠사나기의 착한 사람 이미지를 더욱 굳혔다. 지난 1월 15일에는 ‘보쿠 시리즈’의 영화판 도 개봉됐다. 믿음을 갖고 앞만 바라보며 우직하게 살아가는 남자. 어쩌면 한국어보다 그의 더 큰 무기는 이 우직함이 아닐까. 돌연 꺼내 든 한국어 앞에서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 쿠사나기 츠요시는 스맙 안에서도 단연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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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재혁 칼럼니스트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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