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재석교 신도의 탄생이군요. (웃음)
노홍철 : 형이 너무 너무 바쁘잖아요. 그런데 제가 전에 형한테 별 생각 없이 “여권 케이스 예쁘다” 그랬던 걸 기억해서 생일 선물로 주는 거예요. 제 이름까지 새겨서. 제가 원래 또 제 이름 새기고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와, 감동이잖아요. 그런 일들이 너무 너무 많아요. 말하자면 끝이 없어요. 그런 게 쌓이면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고, 신기하게 형이랑 방송을 많이 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와~ 대단한 사람이구나!”하고 느끼게 된 거죠.

유재석 씨의 영향을 받으면서 방송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영웅호걸’에서는 여성 출연자를 조율하는 MC이기도 한데, 상황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조절할 수 있게 됐나요?
노홍철 : 저는 진행을 할 수 있다거나 판을 짜서 뭘 어떻게 한다거나 그런 능력은 없는 것 같아요. ‘영웅호걸’ 할 때 제 마음은 딱 하나에요. 사람들이 이걸 왜 볼까라고 생각했을 때, 저 때문에 ‘영웅호걸’ 보는 건 백 프로 아닐 거란 말이에요.

“저의 가장 이상적인 포지션은 가장자리”

왜 그러세요! (웃음)
노홍철 : 아니, 그건 백프로예요! (웃음) 그래서 뭘 하든, 이라면 막 나서서 할 것도 ‘영웅호걸’ 할 때는 무조건 “멤버들이 하게 한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 모습이 ‘영웅호걸’의 레스토랑 편에서 드러난 거 같아요. 주방과 홀 사이에서 지배인의 역할을 했는데, 그게 ‘영웅호걸’에서 본인이 찾은 역할 같았어요.
노홍철 : ‘영웅호걸’은 무조건 ‘걸’들 중심이어야 하니까 저는 다른 사람들이 시키는 걸 해요. 얼마 전 영화촬영 미션을 할 때도 큰 배역이 정해지고 남는 걸 제가 했어요.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방송이 일반인이나 낯선 사람이랑 하는 거. 그걸 너무 좋아하니까 잘 되고 안 되고 상관없이 진심을 다 해서 하는 거예요. 레스토랑에서는 제 방송 스킬이 늘었다거나 한 게 아니고 지금까지 걸어온 인생이랑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라 그랬던 것 같아요.

MBC 에서 일본 무전여행 편에 출연했을 때 스태프들이 최고의 출연자라고 칭찬하는 걸 들었어요. 사실 교양국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의외로 보였거든요.
노홍철 : 교양국 프로그램을 너무 너무 좋아해요. 교양은 제가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거라서 너무 땡겨요. 그리고 늘 안 해본 거, 낯선 사람, 낯선 걸 되게 좋아해요. 앞으로 할 수만 있다면 일반인이랑 하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요. 잘할 자신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게 제 인생이에요, 인생. 처음에는 연예인들이랑 하는 게 좋죠. 막 신기한 사람 만나니까. 그런데 1년 2년 3년 하니까 만나는 사람이 비슷하고 얘기도 점점 똑같아지더라구요. 전 흥분하려면 낯선 걸 해야해요. 제가 아마추어니까.

여전히 아마추어라고 생각해요?
노홍철 : 어떤 동료들은 공부를 해요. 예능을 보면서 누가 어떤 애드리브를 하는지 다 보는 거예요. 저는 그러지 않아요. 이 일을 계속 할 거라면 그게 맞는 건데, 제가 그런 걸 배우면 내 색깔이 좀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봐도 모르겠고. (웃음) 그런데 요즘에는 “아~ 쟤가 저기서 저런 걸 배운다는 거구나?”할 때가 있어요. 저는 그런 걸 잘 못하고 할 자신도 없는데, 저 사람은 나보다 수 년을 앞서 있는 거구나. 짱이다! (웃음) 스스로 방송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거의 없기 때문일까요?
노홍철 : 주변에서는 그래요. 이 시기에는 이런 걸 보여줘야 하고, 방송 수명을 연장하려면 이런 프로그램을 좀 맡아야 하고… 이런 거 많이 생각하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게 없어요. 조급함이나 욕심 같은 거. 제 선택 기준은 하나거든요. 무조건 내 인생에 도움 되는 거. (웃음) 전에 했던 는 “있다, 없다?”할 때 막~ 궁금하거든요. 남들이 보면 사소하고 쓸데없는 것 같아도 저한테는 그게 너무 너무 중요한 거예요. 자리로 치면 가장자리가 제일 좋아요. 어떤 사람은 중앙을 가장 좋아하지만, 가장자리는 적당히 안 걸리고, 전체를 관망하면서 에너지 투자 대비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곳이에요. (웃음)

요즘에는 좀 중앙에 서 보라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웃음)
노홍철 : 그렇죠. 가장자리가 좋다고 해도 가운데로 가는 걸 원하실 때가 있어요. 저는 그게 안 되니까 당황스럽긴 하죠. 선배들은 그 자리를 회피하려고 하지 말라고 하고.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직 저의 가장 이상적인 포지션은 가장자리 같아요.

“아무 배움도 희망도 없었는데 전 잘 될 거 같았어요”

그런 태도는 사업과 관계 있을까요? 지금도 사업을 하고 있고, 사업하는 걸 좋아하니까 방송도 다른 사람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 같아요.
노홍철 : 그렇죠. 언제나 제 중심은 사업이었는데 방송이 생각한 것보다 너무 너무 큰 비중이 되니까, 사업이 줄어들다 없어진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 이건 정말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하고 있어요. 다시 시작하려고 하니까 감이 안 잡혀서 방송을 싹 줄이고 지금 하고 있는 쇼핑몰을 열었어요. 그게 방송과 병행하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서요. 사업을 꼭 하는 이유가 있나요?
노홍철 : 초등학교 때부터 했어요. 어렸을 때 뭔가 관찰하거나 처음 보는 사람한테 낯가리지 않고 얘기하는 걸 잘했어요. 길에서 외국인보면 꼭 말을 걸었어요. 그리고 분석. 그 때는 길거리 리어카에서 ‘빽판’ 테이프를 많이 팔았는데, 저 사람은 왜 저걸 팔고 아이들은 왜 살까 생각해봤어요. 답은 싸니까. 그럼 차이는 뭘까. 빽판 테이프는 투명한 테이프에 대충 스티커가 붙어 있고, 레코드 가게에서 파는 정품은 불투명한 테이프에 더 정교하게 스티커가 있다. 그래서 조금 돈이 있는 애들은 투명 테이프를 사면 자존심 상해했거든요. 그러면 내가 애들에게 뭔가 선물 준다는 기분으로 그걸 해주자. 아버지가 대학 시절 영문과셔서 집에 어학 테이프가 많았거든요.

하하. 어학 테이프가 ‘최신 히트가요 Vol.1’같은 걸로 변했겠군요.
노홍철 : 오해는 하지 마세요! 악한 마음은 아니었습니다. 흐흐흐. 아버지는 이미 그 테이프를 다 떼신 거니까, 저게 다 짐인 거예요. 물론 테이프에 대해 아버지와 그렇게 깊은 대화를 해본 건 아니지만 (웃음) 그런 걸 봐 놨다 정품을 사와서 기가 막히게 복사하고 아버지 회사에서 스티커까지 프린트해서 딱 붙이면 와, 이건 정말 똑같은 거예요. 그 땐 어려서 이런 게 불법이라는 걸 몰랐죠. (웃음) 그래서 정품이 한 3천 5백 원에서 4천원, 길거리 테이프가 1천 5백원이면 제가 한 2천 5백원을 봐요. 이걸 애들한테 꼭 사라고 얘기하지는 않아요.

그럼 어떻게 팔았나요?
노홍철 : 꼭 사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고, 나한테 이런 게 있는데 너 혹시 필요하냐고 물어보면 굉~장히 갖고 싶어해요. 경~쟁적으로! (웃음) 그러니까 나중엔 제가 잠을 못 자고 복사를 해야 할 정도로 애들이 많이 원해요. 학생 기준으로 보면 돈이 너무 너무 많이 벌린 거예요. 그래서 사회 환원으로 애들한테 떡볶이도 사 주고 (웃음) 나도 신나고 얘도 나한테 고마워하고 잘 따르고. 뭔가 CEO의 영업비밀 특강을 듣는 거 같아요. (웃음)
노홍철 : 어디 가서 천원 주고 살 수 있는 걸 나한테 오백 원 주고 살 수 있다면 이 사람은 굉장히 행복한 거잖아요. 물론 제가 백 원에 사왔지만. (일동 폭소) 이게 제 기본적인 논리에요. 이 사람도 좋고, 나도 좋고. 나도 손해 안 보고 이 사람도 손해 안 보고. 물론 딴 사람한테도 피해 안 줘야 되고. 그리고 공급이 있으면, 수요가 꼭 있어요. 제가 똥 모양 장난감도 팔아봤는데, 원래 안 팔려서 ‘땡처리’ 한 거였어요. 그걸 헐값에 사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누군가 내 마음에 엇박자를 놓을 때가 있죠? 그런 사람한테 한번 선물해 보세요”라고 홍보를 하니까 불티나게 팔렸어요. 금전적인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내 노력으로 그런 걸 해봤다는 게 중요했죠. 내가 사람한테 뭔가 어필하려고 했는데 그게 먹혔다는 것도 신나고.

대부분의 사람은 사업할 때 자기 돈이 들어가서 걱정부터 하게 되잖아요. 굉장히 태평한 마음으로 (웃음) 사업을 했군요.
노홍철 : 대책 없이 긍정적일지도 모르겠는데, 난 무조건 잘 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군대 때도 수첩에 “내가 서른두 살 때는 내 집을 하나 갖고, 몇 살 때는 외제차를 하나 갖고…” 이런 걸 써놨어요. 그 때 고참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상하게 저는 너무 될 것 같은 거예요. 아무 배움도 희망도 없었는데, 이상하게 그랬어요. 그래서 제가 맨날 웃고 떠들기만 하니까 친구들이 저한테 “홍철아 내가 너와 같이 놀면 신나서 좋은데 너도 네 미래를 생각해봐야 되지 않겠니”라고까지 충고도 해줬어요. 너는 정말 아무 것도 안 될 것 같다, 나중에 너는 너무 너무 외로울 거라고. 그런데 저는 그냥, 무조건 잘 될 거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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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글. 강명석 two@
인터뷰. 최지은 fiv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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