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 “비폭력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화해의 희생양을 하나 뺀 모든 사람의 일치다.”
– 르네 지라르,
“철학으로써 ‘고상하고 정신적인 것’을 하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든 것이 너무 ‘고상하고 정신적’이어서 역겨운 시대에 철학은 광대가 되어 지저분한 장바닥에서 질펀하게 쌈박질을 하며 노는 게 낫다. … 이 평범함의 시대에 숭고에 도달하는 유일한 길은 아마도 ‘희극적 숭고’, 즉 스스로 바보-광대가 되는 것뿐이리라.”
– 진중권,
자신의 철학을 장바닥에서 실천하는 철학자. 또는 모든 사람의 일치를 막는 한 사람. 이 사람은 그렇게 산다.


진은숙 : 진중권의 누나. 서울시향 상임 작곡가다. 진중권의 또 다른 누나 진회숙은 음악평론가. 진중권은 두 사람이 하도 같은 노래를 부르고 연주하는 바람에 음악 듣기를 그리 안 좋아하게 됐다고. 목사이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기독교를 믿었지만, 트럼펫 연주를 할 만큼 음악을 사랑했던 아버지는 그에게 종교를 무조건적으로 강요하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에는 아이들과 부딪치는 걸 힘들어해 친구들과 다락방에서 놀기도 했고,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말이 틀린 점을 꼬집다 싸움이 붙기도 했다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흡연 2회, 폭행 1회’로 세 차례 정학을 맞기도 했고, 친구들과 토론을 하며 상대방을 열 받게 하는 ‘이빨싸움’을 하며 입심을 키우기도 했다. 고교 졸업 후에는 “이름이 예뻐서” 서울대 미학과에 입학, 1학년 겨울방학 때 등의 책을 읽으며 큰 인식의 변화를 겪는다. 이후 학생운동에 나서던 그는 “어디 딴 데 낑겨 살기도 어렵다”는 걸 알고 학위에 대한 부담감 없이 독일 유학을 결정한다.

발터 벤야민 : 독일의 철학자. 진중권은 마르크스로부터 사회를 보는 관점을, 비트겐슈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인식의 기초를, 벤야민으로부터 영감의 원천을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독일 정부에서 실시한 장학생 시험에서 1등으로 합격, 독일 유학을 했지만 정작 배우고 싶었던 교수가 다른 대학으로 갔다는 사실을 알고 학위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공부했다. 전위정당을 만들기 위해 비합법적인 단체에서도 활동했고, 구소련의 몰락과 사회주의의 쇠퇴로 충격을 받으면서 사회주의의 문제점과 계승해야 할 점을 고민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어떤 사상이든 비판적인 거리를 갖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모든 사상, 단체와 이견이 있을 때마다 논쟁을 벌이는 건 이런 사고의 결과일 듯. 조갑제 : 전 월간조선 편집장.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를 집필했다. 진중권은 이 책을 패러디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를 발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은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고, 여기에 조갑제의 글부터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등을 패러디하면서 비판 대상의 문제를 비꼬며 웃음을 주는 글의 스타일은 말 그대로 충격적이었다. 이후 그는 ‘조독마’(조선일보 독자마당)에서 그곳 이용자의 주류와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열띤 논쟁을 벌였고, 그곳 독자들이 자신의 글을 읽지 않자 내용과 상관없는 제목으로 ‘낚시’를 하기도 했다. 또한 인터넷 곳곳에서 온갖 이슈에 대해 혼자 반대 입장의 네티즌들과 논쟁을 벌였다. 미학과 철학 전문가 출신의 ‘키보드 워리어’, 또는 메이저 언론과는 다른 인터넷의 담론을 이끄는 ‘밤의 주필’의 탄생. 네티즌들이 벌이던 논쟁들이 그를 통해 하나의 담론이 되고, 실제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황우석 : 한국 역사상 가장 큰 거짓말을 한 교수. 줄기세포 연구결과 조작 사건 당시 진중권은 많은 의혹과 연구상의 문제에도 황우석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줄기세포가 엄청난 국익을 가져다줄 거라는 지지자들을 비판해 논란의 한 가운데 섰다. 이 과정에서 그는 황우석의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두 시간 반 동안 감금되기도 했다. 줄기세포와 영화 논란 등에서 그는 특정 대상에 대한 대중의 맹목적 지지, 애국주의 등을 비판하며 다수의 대중의 반대편에 섰다. 이 때문에 화제가 된 것도 사실이지만, 황우석 사건 당시 그는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다고. 그러나 그는 다수의 의견이나 감정적인 호소 대신 정확한 논리를 중요시하고,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기본적인 전제로 두기 때문에 대중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다. 황우석 사건과 논란 모두 대중이 온갖 고생 끝에 결과를 내놓은 사람에 대한 심정적인 지지와 ‘수출 시 얻게 될 국익’에 대한 기대가 겹쳐 있었던 건 우연이 아니다. 진중권은 논리가 아닌 감정이, 팩트가 아닌 지지 여부가 논쟁의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을 참지 않는다.

진포로리 : 진중권의 별명.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시위자를 폭행하는 전경에게 “왜 때립니까?”라고 항의하는 것이 애니메이션 에서 종종 “때릴 거야?”란 말을 하는 캐릭터 포로리와 닮아서 생겼다. 그는 촛불시위에 참여해 시위 상황을 현장 중계했다. 그의 정치적 입장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자신의 사상을 실천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만큼은 인정해야 할 부분. 그는 정말로 대중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굴렀다’. 촛불 시위 이후 그는 더욱 유명인사가 됐고, 과거와 달리 그를 꾸준히 지지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하지만 그는 “팬이 있건 없건 특별히 고맙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는다”며 “그들이 열광할 때는 옳다고 생각한다기보다 그들이 듣기 좋아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고, 명예란 “욕을 먹지만 나는 지킬 것을 지켰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인생. 하지만 진중권이 사람들에게 더욱 많이 알려진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논리와 소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람이 적다는 의미 아닐까. 변희재 : 진중권에게 수많은 설전을 건 인물. 진중권은 그에게 ‘듣보잡’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고, 변희재는 진중권을 고소하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의 일은 요약이 불가능할 만큼 많으니 검색을 이용하길 권한다. 다만 눈여겨볼 점은 두 사람의 논쟁 방식이다. , , 등의 창간과 경영에 참여한 변희재는 매체를 통해 진중권을 공격한다. 변희재와 관련된 매체에서, 여러 기사를 통해 진중권에 대한 비판을 제기한다. 반면 진중권은 혼자 자신의 블로그나 기고 매체를 통해 변희재의 주장을 논박한다. 변희재가 여론을 주도하려 한다면, 진중권은 논리를 앞세운다. 또한 변희재는 진중권이 박사 학위가 없다는 점 등 전문가로서의 자격 문제를 비판하고, 진중권은 같은 저술활동이나 영화 매체에 글을 쓰는 것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보여준다. 세상을 살아가는, 또는 논쟁을 펼치는 두 가지 방식. 두 사람의 이후 세대가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세상도 꽤 달라질지도 모른다.

심형래 : 를 만든 감독. 도 진중권이 를 불량품에 비유하며 “한 번 불량품을 겪었기 때문에 다시 볼 생각은 없다”는 요지의 말을 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에 대한 논란은 심형래의 실제 발언과 달리 “진중권 평론가한테 또 씹힐까 봐 두렵죠”라는 제목을 낸 기사로부터 시작됐고, 그의 발언도 트위터에 에 대한 의견을 묻는 사람들에게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때는 진중권이 논란을 촉발시켰다면, 에서는 그가 일으킨 논쟁이 흥행이 되는 것을 확인한 언론이 그를 그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정작 낚시에 성공한 건 진중권일지도 모른다. 그가 온갖 논란과 논쟁에 참여하고, 그 발언이 이슈가 될수록 우리는 세상을 논리로, 소수의 시각으로, 그리고 대중의 언어로 바라볼 수 있다. 그는 황우석을, 심형래를, 노무현을, 이명박을 모두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1人’이다. 그 과정에서 그도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한다. 하지만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 그가 있는 세상과 그가 없는 세상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 아직은, 진중권은 좀 더 이 장바닥 같은 세상에서 싸워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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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과 함께 MBC 등에 함께 출연한 신해철의 에 출연한 차승원이 나온 영화 에 출연한 이원종과 에 나온 박신양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와 사진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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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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