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수-목 SBS 밤 9시 55분
의 첫 회는 가장 격정적인 장면을 먼저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윤지훈(박신양)은 부검할 시신을 빼돌리고, 분노한 이명한(전광렬)이 그를 찾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뒤진다. 다경(김아중)은 영문도 모른 채 지훈과 실랑이를 벌이다 얼결에 부검실에 들어간다. 격렬한 감정은 보여줬으되 그 이유에 대해선 함구한 채 ‘62시간 전’이란 자막으로 사건의 발단으로 돌아가는 도입부는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작품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인물 간의 역학 관계를 보여 주는 장면들은 첫 회의 미덕 중 하나다. 다소 설명조로 흐를 수도 있었던 지훈과 명한의 관계는 국회 청문회 장면을 통해 자연스럽고 직관적으로 제시됐고, 죽은 피해자 서윤형(건일)과 주변 인물들 간의 관계도 거짓 증언과 비디오 클립을 동시에 보여주며 명쾌하게 정리됐다. 은 여분의 설명을 해야 할 시간을 아낀 대신, 스토리 전개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지훈이 시신을 빼돌리는 상황은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장면이지만, 박신양과 전광렬은 그 비약적인 상황마저 납득시키는 연기를 보여줬다. 남자 캐릭터들이 1회부터 자기 색깔을 분명히 낸 것에 비하면, 감정의 낙폭이 너무 커서 아직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다경이나, 풍 가죽 트렌치 코트를 입고 다니는 여검사 우진(엄지원)의 캐릭터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아직 1회이고 다경과 우진 모두 사건을 겪으며 인생이 변해가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접기엔 조금 이른 듯하다. 첫 회에 모든 주요 등장인물들과 핵심 사건, 갈등 구조의 브리핑을 군더더기 없이 마친 것만으로도 은 나쁘지 않은 스타트를 끊었다.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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