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식당에 갔는데 아주머니가 제 이름을 불러주시고 음료수까지 공짜로 주시더라고요. 진짜 신기했어요!” 아직은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마냥 신기한 이 신인은 SBS 에서 무명 뮤지션 썬을 연기하고 있는 이종석이다. 바에서 노래 부르고 고깃배를 타며 돈을 벌 만큼 가난하지만 한류스타 오스카(윤상현)를 향해 “네 음악 구리다”는 말을 내뱉을 만큼 자존심 센 썬은 짧은 분량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낯가림이 심한 성격이라 “윤상현 선배님이 먼저 말을 걸어주시기 전까지 현장에서 거의 왕따였을 정도”지만 수줍은 태도 사이에 종종 화사한 웃음을 내보이는 이 청년, 볼수록 매력적이다.“사람들에게 관심 받고 싶어서”라는 본능적인 이유로 배우를 꿈꿨지만, 배우로서 연기할 수 있는 자리를 얻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열여섯 어린 나이에 모델 활동을 시작했지만 유난히 기 싸움이 심했던 세계에서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고, 아이돌 그룹의 막내로 들어가 데뷔를 준비하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후로도 3년이라는 연습기간을 거치고서야 올해 초 SBS 의 수사관 역으로 데뷔했다. 그래서일까. “평소 친한 소녀시대 효연이랑 통화를 할 때 나도 모르게 썬의 말투를 툭툭 내뱉을” 만큼 배역에 흠뻑 빠져들었고, 어쩌면 생길지도 모르는 오스카와의 러브라인에 대해서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상황을 내심 기다리는 눈치다.데뷔 1년 차에 “놀랍고 신기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신인 배우라도 아쉬움은 있기 마련이다. “극 중에서 노래를 부르는 건 사실 제가 아니라 신인가수 렌이에요. 어쩔 수 없이 대역을 썼지만, 혹시 나중에 다른 작품에서 뮤지션 역할을 맡게 되면 그땐 꼭 제가 직접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라는 바람을 내비친 그에게 ‘언젠가 한번 불러보고 싶은 노래들’을 추천받았다. 평소에 자주 흥얼거리거나 실제로 보컬 트레이닝을 받을 때 수 없이 불렀던 노래들 중에서 어렵게 다섯 곡을 골랐다.
1. 유엔 (UN)의
“초등학교 때 유엔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 때부터 자주 들었던 곡이에요. 노래를 고를 때 가사를 많이 보는 편인데, ‘선물’도 가사가 참 좋잖아요. 원래 노래방에 가도 노래를 잘 안 부르는데, 이 노래는 꼭 부르는 편이에요.” 그가 가장 오래 들었던 곡이자 노래방 18번곡으로 꼽힌 유엔의 ‘선물’은 사랑하는 이에게 뭘 해줘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남자의 마음을 잔잔한 멜로디에 담은 곡이다. 유엔은 ‘파도’를 시작으로 ‘선물’, ‘영원’ 등 많은 히트곡을 내놓았지만 2005년 해체 후 연기자로 전향한 김정훈은 작년 4월 군에 입대했고, 최정원은 지난 2008년 디지털 싱글 앨범 을 발매했다.
2.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유엔의 ‘선물’에 이어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남자답게’를 추천한 그는 “발라드 같은 경우 남자 보컬을 특히 좋아하는 편”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자주 들었던 노래에요. 기분이 안 좋을 때 분위기 잡고 들으면 되게 우울하고 좋아요. (웃음)”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흉내내봤을 법한 환희의 굵고 남성적인 보이스와 브라이언의 섬세한 보컬이 만난 플라이 투 더 스카이는 늘 호소력 짙은 곡들을 들려줬다. ‘Missing You’, ‘Day By Day’, ‘Sea Of Love’ 등의 히트곡을 뒤로 한 채, 현재 환희와 브라이언은 개인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3. Richard Marx의
리차드 막스가 1994년도에 발표한 ‘Now And Forever’는 지금까지 가장 사랑받는 러브송 가운데 하나일 뿐 아니라 아름다운 기타 선율 덕분에 기타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많이 도전하는 연주곡이다. 그래서 최신가요보다 “옛날 노래를 선호”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며 “기회가 되면 기타를 꼭 배우고 싶은” 그가 이 곡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주로 기교가 없는 옛날 노래를 갖고 연습하는 편인데, 예전에 보컬 트레이닝을 받을 때 이 팝송을 많이 불렀어요.”
4. 렌(Len)의
“을 통해 렌 형과 인연을 맺었어요. 형이 라이브카페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 부르는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썬 역할에 참고하려고 놀러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이 노래를 들었는데, 와, 되게 멋지더라고요.” 에서 실제 썬 목소리의 주인공인 렌이 지난달 디지털 싱글 앨범 를 발매했다. 옛 애인과 가로수길을 함께 걷던 추억을 회상하는 곡으로, 그리움의 감정이 고조되는 후반부가 인상적이다.
5. 컴백마돈나밴드의
지금껏 남성보컬이 부른 발라드를 추천하던 그가 마지막으로 고른 곡은 컴백마돈나밴드의 ‘백만송이 장미’다. “옛날 노래를 좋아하는” 그의 취향을 생각해보면 결코 의외의 선택은 아니다. “평소에 드라마를 많이 보는 편인데, SBS 에서 컴백마돈나밴드가 심수봉 선배님의 ‘백만송이 장미’를 리메이크했더라고요. 옛날 노래라 가사도 좋고, 음… 특히 PC방에서 게임할 때 들으면 좋더라고요. (웃음)” 그가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한 번만 들어도 금세 귀에 익는 멜로디 덕분에 ‘백만송이 장미’는 노래방이 아닌 곳에서도 널리 사랑받는 곡이다. 특히나 어머니들이 사랑하는 휴대폰 벨소리 1순위 아니던가.
“다음 작품에서는 대본이 나올 때마다 더 많은 걸 공부할 수 있는 배역을 맡고 싶어요. 의 김주원 같은 역할도 돈 많고 까칠하지만 뭔가 숨겨진 아픔이 있는 것 같아서 더 공부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뎠지만 이종석은 캐릭터 연구를 깊이 할수록 배우로서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성숙한 신인이기도 하다. 동시에 “제가 하고 싶었던 연기니까 자유로운 사생활을 포기할 수 있지만, 그래도… 연애만큼은 자유롭게 하고 싶어요”라며 수줍게 웃어 보이는 그는 아직 22살의 청춘이다. 상반된 매력을 겸비하고 있는 그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와 사진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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