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부 월 KBS2 밤 9시 55분
자신이 만든 감옥에 갇힌 매리(문근영)는 무결(장근석)과의 즐거웠던 과거를 회상하며 울었다. 그 모습을 통해 이들이 웃을 줄 알던 시절을 되새기며 너무나 진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너답지 않게 왜 이래. 그러나 종영을 한 회 앞둔 지금 아마도 의 인물들은 자신의 캐릭터가 무엇인지 까맣게 잊어버렸을 것이다. 세상의 가치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청춘들의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를 현실 기반적인 판타지로 그려낼 것처럼 시작했던 이 드라마는 요컨대, 조로해버렸다. 재력가와의 결혼을 강요하는 아버지나 결혼조차도 사업으로 생각하는 남자의 설정은 사랑의 장애물이 아니라 드라마를 좌우하는 거대한 가치가 되어 버렸고, 그 덕분에 드라마에서 사랑은 오히려 거추장스럽고 지겨운 감정싸움일 뿐이다. 도와주는 것인지 방해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친구들은 계속해서 인물들에게 사랑을 쟁취할 것을 종용하고, 부모들은 사랑에 솔직해지는 것을 억압한다. 하나의 감각을 상실하면 다른 감각마저 정상가동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랑에 불능해진 인물들은 직업도 생활도 모두 엉망이 되었다. 그래서 이들의 행동과 선택은 빈약하다. 게다가 이들은 이 빈약한 몸짓을 고집할 의욕조차 없어 보인다. 실수하지 않으면 배울 수 없고, 무모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심장은 더 이상 젊지 않다. 사건도, 세계관도, 인물 관계도 얄팍한 이 드라마는 주인공의 캐릭터에 거의 모든 것을 기대고 있다. 매리와 무결, 그리고 정인(김재욱)의 매력이 시들어버리는 순간 드라마의 싱그러움이 자취를 감춰버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누구도 성장하지 못한 원인 역시 그러하다. 거대한 서사, 예리한 현실감각을 기대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회를 앞두고 기대보다 불안이 크다. 결국 무결을 향한 매리의 외침은 제작진의 마음에 다름 아니다. 행복하게 사랑하고 싶었는데, 그게 욕심이었나 봐.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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