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은 배우가 아니라 기획자로서 이 자리에 나오신 겁니다.” 사회를 맡은 KBS 이지애 아나운서가 아무리 강조해도 소용없었다. 제작발표회장을 가득 메운 일본 팬들을 손짓 하나로 쥐락펴락하는 ‘욘사마’ 배용준과 여전히 ‘딴따라’로서 건재함을 과시하는 박진영. 27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KBS 의 제작발표회에는 배용준의 일본 팬들을 위해 이례적으로 일본어 통역이 등장했고, 2PM과 미스 A의 팬들도 JYP의 수장 박진영의 등장에 환호성으로 지지를 표했다. ‘스타 기획자’ 배용준과 박진영의 조합은 그렇게 강했다. 그러나 이 야심 찬 두 남자는 아직 ‘제작자’라는 타이틀을 불편해하고, “같은 꿈을 꾸는” “동갑내기 친구”를 만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조심스레 말한다. 배용준, 박진영과 나눈 대화를 옮긴다.

기획뿐 아니라 직접 출연도 하게 됐는데, 어떤 역을 맡게 되었나.
배용준: 재능 많은 친구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고민하는 기린예고 이사장 정하명 역할을 맡았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이 아닌 특별 출연이라는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많은 후배와 촬영했는데, 나이는 어리지만 재능이 많고 열의가 대단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박진영: 음악과 춤 디렉터, 그리고 영어선생 양진만 역할을 맡은 ‘신인배우’ 박진영이다. 진만은 한 때 가수의 꿈을 지니고 있었지만, 큰 상처를 입고 꿈을 잊은 채 쓸쓸히 사는 사람이다. 그러다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꿈을 다시 찾고, 그들을 통해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역할이다. 연기 도전은 굉장히 떨리지만, 배용준과 ‘연기 선배’ 옥택연, 정지훈이 용기를 줘서 도전하게 되었다.“평소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는 ‘배용준의 제작자 데뷔작’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배용준: 많은 분이 나를 제작자로 알고 계신데, 내가 맡은 역할은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다. 작품 전체의 콘셉트와 목표를 제시하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인데, 아마 현장 진행과 연출부 일을 도와주는 것도 하게 될 거 같다. (웃음)

가 탄생한 배경, 그리고 두 사람이 손을 잡은 이유가 궁금하다.
배용준: 평소에 아이들 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엔터테이너를 양성하는 전문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박진영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단 생각을 알게 되어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박진영: 그게 같이 일하게 된 가장 큰 이유고, 그 꿈은 지금도 가지고 있다. 그런 학교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논의도 하고 있고, 이 드라마를 현실로 만들고 싶은 게 우리의 꿈이다.

이 프로젝트 이전에도 두 사람이 그런 꿈을 공유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사이였나.
배용준: 그런 건 아니다. 작품 이전엔 그냥 박진영의 팬이었다.
박진영: 이 드라마를 통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좋은 동갑내기 친구(배용준)다. 요즘은 그냥 각자 일 끝나면 둘이 만나서 맥주 한잔하면서 이야기하는 게 가장 큰 위안이다. 기획자의 입장에서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제작에 임했나.
박진영: 드라마는 내겐 새로운 분야라서 모르는 게 많다. 그래서 드라마에 대한 것은 대부분 배용준이 다 이끌어 주고 있다.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학생들이 스타가 되는 과정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담는 것이었다.
배용준: 스타를 꿈꾸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느끼는 고민과 갈등, 방황, 희망 등의 다양한 감정을 노래와 춤으로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아마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나보다 박진영이 더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뮤지컬이나 영화로 재창조될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박진영의 역할이 중요할 텐데, ‘뮤직 & 댄스 디렉터’라는 직함은 정확하게 어떤 역할인가.
박진영: 드라마에 등장하는 춤과 노래들이 사실적으로 보이고 들리도록, 지금의 유행보다 오히려 앞설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사운드 트랙 작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직접 작곡한 6곡과 다른 작곡가와 함께 작업한 4곡까지 10곡 정도를 새로 작업했다. 그 음악에 맞는 춤도 모두 최고 수준의 안무로 새로 고안했다.

신인 연기자들을 대거 기용했다. 기대만큼이나 연기력에 대한 우려도 클 텐데. 박진영도 연기는 처음 아닌가.
배용준: 드라마에 리얼리티와 진정성은 필수다. 그래서 신인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노래를 하고 춤을 추는 아이들이 주인공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진영: 내가 가르친 친구들보다 뭔가를 못 한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웃음) 힘든 것보다 떨리는 게 컸다. 짧은 시간 안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게 낯설었는데, 배용준이 “연기를 하려고 하지 말고 차라리 박진영을 보여 줘라. 억지로 하려고 하면 더 힘들다”고 충고해 준 게 힘이 많이 됐다. 실제로 스타들을 키워낸 스승으로서, 박진영은 본인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박진영: 드라마 안에서나 실제 생활 속에서나, 함께 일하는 아이들을 제자가 아니라 ‘함께 음악을 사랑하는 동료’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같이 음악을 듣고 같이 설렌다. 녹음해놓고 밖에 나와서 같이 듣고, 무대에 대해 흥분하면서 이야기 하고. 그게 지금까지 잘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배용준은 원조 한류스타이고, JYP 엔터테인먼트도 아시아 전반에 걸쳐 K-POP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신 한류 콘텐츠로서 의 의의가 있다면?
배용준: 이 작품에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최근의 영상 콘텐츠의 흐름은 경계가 허물어지고 섞이는 크로스오버가 주류인데, 도 춤과 노래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라서 뮤지컬이나 영화로 재창조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글. 이승한 fou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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