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효 씨 없는 ‘런닝맨’은 팥 없는 호빵이에요

지효 씨 없는 ‘런닝맨’은 팥 없는 호빵이에요

“월요 커플 이제 헤어졌어요, 오빠. (저번에 배신 때려서 헤어졌잖아요)” “무슨 소리, 이제 시작이야. 누구 맘대로 시작하고 누구 맘대로 끝내! 내가 사랑한다고! 바보 같으니라고.”
지난 회에도 어김없이 송지효 씨와 개리 씨의 밀고 당기는 상황극이 전개되었습니다. 일명 ‘월요 커플’, 두 분이 옥신각신 하는 장면이 SBS ‘런닝맨’을 보는 재미 중 하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농담처럼 티격태격하는 두 분 모습이 재미있으면서도 때론 진심인가?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하거든요. 두 분의 ‘밀당’을 은근히 기다리는 분들, 저 말고도 아마 많지 싶어요. 처음 ‘런닝맨’이 시작될 때를 떠올려 보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요? 홍일점으로 지효 씨가 전격 투입되었다지만 그전까지의 이미지로 봐서는 과연 어떤 역할이 가능할지, 제작진이 뭘 기대하고 캐스팅 했는지 당시엔 도무지 짐작이 안 가더라고요. 남녀 동반 출연의 예능이라면 양념처럼 빠지지 않는 러브라인이 어떻게 형성될지, 그도 영 가늠이 안 됐고요.

처음엔 지효 씨의 합류가 영 마뜩치 않았답니다
지효 씨 없는 ‘런닝맨’은 팥 없는 호빵이에요

물론 지난 해, ‘패밀리가 떴다’에 게스트로 출연했을 적에 선 보였던 포미닛의 핫이슈 댄스가 선입견을 깨는 데에 살짝 도움을 주긴 했지만 그래도 영화 의 잔상이 워낙 강렬해서 말이에요. 게다가 또 다른 작품 도 예사로운 영화는 아니었잖아요. 어디 영화뿐인가요. 드라마에서도 겉으론 새치름하지만 가슴에는 남몰래 불을 품고 있는, 야망을 가진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었죠. MBC 에서의 민효린, 에서의 주몽 부인 예소야가 주는 느낌이 바로 그랬으니까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때는 제가 지효 씨를 좀 미워했습니다. 아니 효린이라는 건방진 여자 애가 마뜩치 않았다는 게 맞는 말일 거예요. 차가운 이미지지만 실은 마음이 여린 황태자 신(주지훈)을 쥐락펴락 하는 모양새가 어찌나 얄밉던지요. 그래서 극 후반부에 효린이 역시 채경이(윤은혜) 못지않은 딱한 개인사를 지녔다는 게 밝혀졌지만, 그래도 동정심조차 안 일더라고요. 그런저런 사유로 선입견을 갖고 있던 터라 ‘런닝맨’ 초반에는 별 호감 없이 지켜봤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웬걸, 지효 씨 없는 ‘런닝맨’은 그야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요,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 아닐는지요.

평소엔 순진무구한 표정의 ‘멍지효’였다가 본격적으로 숨바꼭질이 시작되고 나면 마치 양파껍질이 벗겨지듯 갖가지 면목을 드러내는 지효 씨, 참으로 놀랍습니다. 외모는 모델 뺨치지만 실은 어리바리한 광수 씨와 단독으로 붙을 때는 언제 조신했냐는 듯 일순간 ‘욕지효’로 변신하지요. 그러다 능력자 김종국 씨에게 잡히고 나서 대번에 무릎을 꿇고는 놓아달라고 통 사정을 할 때 보면 그보다 연약한 처자는 다시 없잖아요. 그러다 때로 하하 씨와 맞닥뜨릴 땐 ‘욱지효’가 되어 하하 씨를 한방에 제압하기도 하고요. 풋풋한 연하 청년 송중기와의 알듯 모를 듯 로맨스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죠. 예능 안에서 이처럼 얽히고설킨 다양한 관계가 형성되기도 쉽지 않잖아요. ‘월요 커플’의 개리 씨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지효 씨를 이용해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리고 ’패밀리가 떴다‘에서 이미 지효 씨의 재능을 알아 본 유재석 씨의 적절한 뒷받침이 있었겠지만, 어쩌면 지효 씨 스스로가 영리하게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저번 X맨 찾기 미션 때는 시치미 뚝 떼고 멤버들을 속여 넘겨 혼자 런닝볼을 차지하기도 했잖아요. 에서 좋은 소식 기대해도 되겠죠?
지효 씨 없는 ‘런닝맨’은 팥 없는 호빵이에요

늘 숨고 쫓기는 도망자 역할에 진이 다 빠졌던지 “나 이젠 숨는 거 안 할 거야!”라는 선언을 하더니 드디어 지난 KTX 광명역 편에서는 김종국 씨와 짝을 이뤄 미션팀을 쫓는 추격자로 나섰더군요. 능력자에 미션팀 에이스 지효 씨가 합세했으니 최강의 추격팀일 밖에요. 브레인 지효 씨가 눈과 귀가 되어 정확한 지령을 내리고 능력자가 뒤를 쫓는 광경은 이 따로 없는 진풍경이더라고요. 그리고 전에 지효 씨를 한번 놓아주었던 하하 씨를 살려줄까 말까 잠시 고뇌하는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기도 했어요. 결국 지효 씨의 필살기 매달리기 한 판으로 마지막 남은 김제동 씨를 포획해 미션팀의 임무는 실패로 끝이 났습니다. 작전 종료 후 만족하다는 듯 지은 지효 씨의 사랑스러운 미소가 올 예능의 백미이지 싶어요. 쫓길 때에도 쫓을 때에도 최선을 다하는, 드라마든 영화든 예능이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지효 씨. 올해 SBS 에서 좋은 소식 기대해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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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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