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 12월 말 방송을 마지막으로 폐지된다. SBS , , , 그리고 MBC ‘우리 아버지’ 까지 올해 신동엽이 진행하던 프로그램들은 대거 된서리를 맞았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SBS 과 KBS 를 제외하면 거의 케이블 프로그램뿐이다. 누군가는 ‘신동엽의 저주’라 하고, 누군가는 그를 ‘폐지의 아이콘’이라 칭한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명실상부한 1인자였던, 개편 철이 되면 ‘신동엽 모시기’와 ‘겹치기 출연’ 논란까지 빚을 만큼 정상을 달렸던 신동엽은 요즘 예전 같지 않다. 아니, 실은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그랬다.
2006년 결혼과 함께 착하고 얌전해진 신동엽은 특유의 ‘깐족’ 캐릭터를 잃었고, 야심차게 시작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그가 지난해 MBC ‘라디오 스타’에서 말했듯 “웃음을 잃고 가족을 잃고 돈을 잃고… 마음고생은 마음고생대로 하고 수명이 점점 단축”되도록 만들었으며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그의 특기인 토크와 콩트 코미디는 트렌드에서 밀려났다. 유재석, 강호동이 여전한 1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고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부활한 이경규가 KBS 연예대상의 유력한 수상자로 거론되는 지금, 신동엽은 정말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것일까?
신동엽만이 가능한 토크와 19금 개그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신동엽은 여전히 ‘말의 천재’다. “리얼 버라이어티라 긴장된다”던 그는 요즘 에서 예능계의 리베로 윤종신과 콤비를 이룬 토크로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카라를 앉혀놓고 신동엽이 “미팅하는 기분”이라 들떠 하면 윤종신은 “이거 짝짓기 프로그램”이라 분위기를 띄우고 “베컴이나 브래드 피트도 결혼했지만 그러지 않냐”면서 서로 네가 베컴이니 내가 브래드니 맞장구치는 식이다. 오래 전부터 건강한 성적인 코미디의 가치를 설파해왔던 그답게 노골적으로 말하지 않고도 은근한 암시만으로 0.5초의 침묵과 뒤이은 폭소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꿈에서 이상형의 여성이 나왔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깬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길이 순진한 표정으로 “결정적인 순간이 뭐냐”고 물으면 “니가 처음 들었을 때 딱 떠올린 그 생각!”이라 받아치는 순발력은 신동엽만의 재능이다. 그런 면에서 tvN 는 탁월한 바람잡이로서 그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경규가 남성 출연자를 중심으로 진행을 이끌어 가면 신동엽은 30명의 일반인 여성 출연자들과 농담 따먹기를 하는 것처럼 질문을 던지며 그들에게 캐릭터를 만들어준다. 유부남이지만 아저씨 같지 않은, 깔끔하면서도 친근한 태도로 그는 출연자들을 몰아가고 놀려먹는다. 여성 출연자가 “남자의 세차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하면 “그 차 브랜드를 좋아하는군요” 라며 미묘한 속내를 짚어내고 또 다른 여성 출연자가 “저는 성형을 안 했다”며 자랑스레 말하면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발을 구르며 “조금은 하시지 그랬어요!”라 외칠 수 있는 것은 어떤 상대의 어떤 발언으로부터도 개그 코드를 짚어내 받아칠 수 있는 천부적인 토크 내공 덕분이다. 에서 신동엽은 샤이니의 태민이 가슴이 파인 옷을 입고 출연하자 힐끔힐끔 옷 안을 들여다보는 ‘변태 아저씨’로 취급받지만 이는 그가 SBS 시절부터 여장과 할머니 분장 등으로 갈고 닦아온 ‘변태 연기의 천재’ 캐릭터의 연장이기도 하다. 나이 어린 출연자들이 태어나기 전의 시절에 대해 “그 땐 엄마 뱃속이 아니라 아빠 쪽에 있었지?”라며 당당하게 말하고 “(여자를 볼 땐) 가슴을 가장 먼저 본다. 여기서 가슴이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며 ‘19금 개그’를 하고도 지탄받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신동엽뿐이다.
그의 ‘성인용 멘트’를 더 자주 볼 수 있길
리얼 버라이어티의 범람기에 신동엽은 한 인터뷰에서 “나는 내게 어울리는, 잘 디자인할 수 있는 옷(콩트 코미디)을 입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비록 그도 리얼 버라이어티인 ‘오빠 밴드’와 에 뛰어들어야 하는 시대가 왔고 마침내 폐지를 맞게 되었지만 신동엽은 여전히 신동엽만의 코미디를 한다. 그는 유재석이나 강호동처럼 전 세대를 아우르는 MC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누구도 제대로 다루지 않은 영역을 끊임없이 아슬아슬하게 건드리며 ‘아는 사람만 아는’ 웃음을 준다. 2011년에는 그의 ‘성인용 멘트’를 더 자주 볼 수 있길. 엄마 아빠와 함께 볼 수 없더라도 환영이다.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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