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이 말했다. “한국 오락 프로그램이 너무 재밌어서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설마 그럴까 싶지만, 요즘 오락 프로그램은 정말 심각할 정도로 재밌다. 공중파 TV에서는 몇 년째 장수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매너리즘은 커녕 더욱 더 웃음을 주고 있고, 여기에 케이블 TV는 Mnet 로 지상파를 위협하는 성과를 냈다. 가 뽑은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동시에 화려했던 2010년의 예능에 대한 정리이자 경배다. 또한 올 한해 예능에서 가장 뜨겁게 활약한 엔터테이너 10명과 예능을 빛낸 순간들도 함께 한다.
매일 매일이 위기다. MBC 은 시청률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위기고, KBS 의 ‘1박 2일’과 ‘남자의 자격’은 MC몽과 김성민이 없어 위기다. 신정환의 자리에 김희철을 낙점한 MBC 의 ‘라디오 스타’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위기’라는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그러나 예능의 진짜 위기는 이 프로그램들이 여전히 최고라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은 올해도 온갖 이슈의 중심에 섰고, ‘프로레슬링 특집’에서 “예능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구조를 보여주는 메타 예능의 가능성”(이승한)을 보여줬다. ‘1박 2일’은 최근 40%에 근접한 코너 시청률을 기록했고, ‘라디오 스타’는 MC 교체 이후의 행보가 아슬아슬할지도 모르지만 “오락 프로그램의 가장 기본적인 미덕이 웃음이라면 지난 일 년 간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의 웃음을 전달하는데 성공했다.”(강명석)
에서 ‘남자의 자격’까지
과 유재석이 열어젖힌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시대는 ‘1박 2일’과 강호동으로 굳건해졌고, 현재도 예능의 대세다. 유재석과 강호동에게 더 새로울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들이 지금도 가장 재밌는 MC라는 답이 가능하다. 가 뽑은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에 한 표 차이로 2위를 한 Mnet 가 “시청률은 물론 영향력 면에서도 케이블이 지상파를 압도해 버린”(최지은)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그 굳건함에 어느 정도 균열을 일으켰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 쇼는 공중파 대신 케이블, 유명 MC 대신 오디션 지원자로 “한 주 한 주의 변화가 만드는 예상할 수 없는 성장의 드라마”(윤이나)를 만들었고, “마음을 공략하면 케이블이 공중파 따위 쉽게 이겨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조지영) 결선에서 군데군데 조악한 완성도를 보여준 의 인기가 “하나같이 매력적이던 탑11의 기적 같은 조합의 힘인지 프로그램 자체의 힘인지” 의아한 부분은 있다. 그러나 “‘지금, 여기’ 한국 사회의 욕망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 프로그램”(김선영)이 대중에게 엄청난 호응을 받은 것은 지금 예능의 한 경향을 보여준다. 이후의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예능에 드라마의 스토리와 영화의 연출을 끌어들였다. 와 ‘합창단 특집’으로 “올 한 해 예능 프로그램이 해낼 수 있는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남자의 자격’은 여기에 음악을 더해 예능의 한계를 확장시켰다. 특히 출연자들이 자격증을 따고, 유기견을 맡아 기르면서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한 미션이 아닌 조금씩 자기 자신을 깨나가는 미션”을 한 이 프로그램은 “평균 나이 40의 남자들이 자신의 생활 안에서 조금씩 성장”(위근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내 삶을 돌아보게, 생각해보게 만든다”(정석희)는 점에서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새로운 영역을 발견했다. 와 ‘남자의 자격’은 기존의 쇼 바깥에서 또 다른 ‘리얼’을 찾아냈다.
새로운 형태의 예능에 대한 가능성
그러나 오히려 가장 큰 새로움은 토크쇼에 있었다. 가 뽑은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인 MBC 는 작은 골방에서 무한한 토크의 상상력을 발휘했다. “일회적인 유머의 나열, 충격고백 따위의 꼼수를 부리지 않고 손님을 모시는 진짜 예의”(백은하)를 갖추면서 “부활과 백두산에서부터 이상은과 하찌, YB, ‘쎄시봉 특집’, ‘노래하는 괴짜들 특집’까지 이어진 뮤지션들에 대한 리스펙트”를 보여주는 동시에 “우종완을 발굴하고, 양익준을 조명했으며, 김영옥, 나문희, 김수미를 한자리에”(윤희성) 모아 “게스트를 그저 패널로 소비하는 것이 아닌 새롭게 조합”(이지혜)했다. “토크와 게스트의 넓이와 깊이를 모두 아우르면서도 재미마저도 놓치지 않는”(장경진) 것은 예능의 기본을 지키면서도 그 폭을 무한히 확장한 만의 경지다.
조영남, 윤형주, 김세환, 송창식이 함께한 ‘쎄시봉’ 특집과 이적, 장기하, 루시드폴, 장윤주의 ‘노래하는 괴짜들’에서는 토크와 노래가, 웃음과 눈물이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동일한 캐릭터로 긴 호흡 속에서 그들의 세계를 만들어낸다면, 토크쇼는 매번 바뀌는 게스트와 한 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할 수 있는 소재와 장르를 끝없이 넓히면서 희로애락과 기승전결이 담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시대에 대한 토크쇼의 대답이다. 또한 SBS 은 토크쇼에 춤, 노래, 개인기는 물론 때론 뮤지컬까지 보여주며 토크쇼와 버라이어티 쇼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KBS 과 Mnet 는 가수의 노래와 경력을 사소한 농담거리로 삼으면서 ‘라디오 스타’로부터 시작된 음악과 토크의 새로운 결합이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토크쇼와 버라이어티 쇼의 바깥에서, KBS 과 KBS 라디오 으로 음악과 토크를 결합한 유희열 역시 새로운 형태의 예능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위기가 아닌 혁신을 위한 시작
그러나 는 “‘고객 맞춤형’ 진행 솜씨”(이가온)를 보여준 유재석의 진행을 밑바탕에 두고, ‘라디오 스타’, , 의 음악적 코드는 윤종신의 존재 없이는 불가능하다. 를 제외하면, 올해 예능의 성과들은 대부분 이미 자리를 굳힌 프로그램이나 인기 예능인으로부터 나왔다. KBS 의 ‘천하무적 야구단’과 KBS 는 폐지가 결정됐고, MBC 와 SBS 는 좀처럼 에 맞설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 KBS 는 여전히 ‘달인’ 김병만과 함께 공개코미디를 지키고 있지만, SBS 은 폐지됐다. 한 때 활발하던 개그맨의 버라이어티 쇼 진출도 예전만 못하다. 방영 7년째의 를 비롯한 기존 프로그램들과 예능인들이 여전히 예능의 중심에 있다는 건 그만큼 새로운 프로그램과 예능인에게 숙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유세윤의 행보는 올해 예능에서 가장 인상적인 퍼포먼스였다. 유세윤은 UV를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발표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를 바탕으로 Mnet 에서 현실과 가상이 혼재된 자신의 역사를 완성시켰다. ‘독립 예능’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는 기존의 매체와 방식에서 벗어난 예능을 보여줬다. 그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여전히 주도적인 위치가 아님에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예능인이 된 것은 2010년 예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예능의 ‘대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영역을 지켰고, 여전히 새로운 영역들을 끊임없이 발견하며 스스로 발전한다. 그들을 뚫을 틈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길이 나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건 아예 길을 새로 만드는 것뿐이다. 그리고 예능은 여전히 유세윤처럼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 허락되는 장르다. 의 윤종신이 말하지 않았나. “예능은 지금 가장 뜨거운 장르”라고. 2010년 예능은 위기가 아니라, 혁신을 위한 시작이었다.
글. 강명석 two@
편집. 이지혜 seven@
매일 매일이 위기다. MBC 은 시청률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위기고, KBS 의 ‘1박 2일’과 ‘남자의 자격’은 MC몽과 김성민이 없어 위기다. 신정환의 자리에 김희철을 낙점한 MBC 의 ‘라디오 스타’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위기’라는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그러나 예능의 진짜 위기는 이 프로그램들이 여전히 최고라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은 올해도 온갖 이슈의 중심에 섰고, ‘프로레슬링 특집’에서 “예능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구조를 보여주는 메타 예능의 가능성”(이승한)을 보여줬다. ‘1박 2일’은 최근 40%에 근접한 코너 시청률을 기록했고, ‘라디오 스타’는 MC 교체 이후의 행보가 아슬아슬할지도 모르지만 “오락 프로그램의 가장 기본적인 미덕이 웃음이라면 지난 일 년 간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의 웃음을 전달하는데 성공했다.”(강명석)
에서 ‘남자의 자격’까지
과 유재석이 열어젖힌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시대는 ‘1박 2일’과 강호동으로 굳건해졌고, 현재도 예능의 대세다. 유재석과 강호동에게 더 새로울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들이 지금도 가장 재밌는 MC라는 답이 가능하다. 가 뽑은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에 한 표 차이로 2위를 한 Mnet 가 “시청률은 물론 영향력 면에서도 케이블이 지상파를 압도해 버린”(최지은)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그 굳건함에 어느 정도 균열을 일으켰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 쇼는 공중파 대신 케이블, 유명 MC 대신 오디션 지원자로 “한 주 한 주의 변화가 만드는 예상할 수 없는 성장의 드라마”(윤이나)를 만들었고, “마음을 공략하면 케이블이 공중파 따위 쉽게 이겨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조지영) 결선에서 군데군데 조악한 완성도를 보여준 의 인기가 “하나같이 매력적이던 탑11의 기적 같은 조합의 힘인지 프로그램 자체의 힘인지” 의아한 부분은 있다. 그러나 “‘지금, 여기’ 한국 사회의 욕망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 프로그램”(김선영)이 대중에게 엄청난 호응을 받은 것은 지금 예능의 한 경향을 보여준다. 이후의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예능에 드라마의 스토리와 영화의 연출을 끌어들였다. 와 ‘합창단 특집’으로 “올 한 해 예능 프로그램이 해낼 수 있는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남자의 자격’은 여기에 음악을 더해 예능의 한계를 확장시켰다. 특히 출연자들이 자격증을 따고, 유기견을 맡아 기르면서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한 미션이 아닌 조금씩 자기 자신을 깨나가는 미션”을 한 이 프로그램은 “평균 나이 40의 남자들이 자신의 생활 안에서 조금씩 성장”(위근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내 삶을 돌아보게, 생각해보게 만든다”(정석희)는 점에서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새로운 영역을 발견했다. 와 ‘남자의 자격’은 기존의 쇼 바깥에서 또 다른 ‘리얼’을 찾아냈다.
새로운 형태의 예능에 대한 가능성
그러나 오히려 가장 큰 새로움은 토크쇼에 있었다. 가 뽑은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인 MBC 는 작은 골방에서 무한한 토크의 상상력을 발휘했다. “일회적인 유머의 나열, 충격고백 따위의 꼼수를 부리지 않고 손님을 모시는 진짜 예의”(백은하)를 갖추면서 “부활과 백두산에서부터 이상은과 하찌, YB, ‘쎄시봉 특집’, ‘노래하는 괴짜들 특집’까지 이어진 뮤지션들에 대한 리스펙트”를 보여주는 동시에 “우종완을 발굴하고, 양익준을 조명했으며, 김영옥, 나문희, 김수미를 한자리에”(윤희성) 모아 “게스트를 그저 패널로 소비하는 것이 아닌 새롭게 조합”(이지혜)했다. “토크와 게스트의 넓이와 깊이를 모두 아우르면서도 재미마저도 놓치지 않는”(장경진) 것은 예능의 기본을 지키면서도 그 폭을 무한히 확장한 만의 경지다.
조영남, 윤형주, 김세환, 송창식이 함께한 ‘쎄시봉’ 특집과 이적, 장기하, 루시드폴, 장윤주의 ‘노래하는 괴짜들’에서는 토크와 노래가, 웃음과 눈물이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동일한 캐릭터로 긴 호흡 속에서 그들의 세계를 만들어낸다면, 토크쇼는 매번 바뀌는 게스트와 한 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할 수 있는 소재와 장르를 끝없이 넓히면서 희로애락과 기승전결이 담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시대에 대한 토크쇼의 대답이다. 또한 SBS 은 토크쇼에 춤, 노래, 개인기는 물론 때론 뮤지컬까지 보여주며 토크쇼와 버라이어티 쇼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KBS 과 Mnet 는 가수의 노래와 경력을 사소한 농담거리로 삼으면서 ‘라디오 스타’로부터 시작된 음악과 토크의 새로운 결합이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토크쇼와 버라이어티 쇼의 바깥에서, KBS 과 KBS 라디오 으로 음악과 토크를 결합한 유희열 역시 새로운 형태의 예능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위기가 아닌 혁신을 위한 시작
그러나 는 “‘고객 맞춤형’ 진행 솜씨”(이가온)를 보여준 유재석의 진행을 밑바탕에 두고, ‘라디오 스타’, , 의 음악적 코드는 윤종신의 존재 없이는 불가능하다. 를 제외하면, 올해 예능의 성과들은 대부분 이미 자리를 굳힌 프로그램이나 인기 예능인으로부터 나왔다. KBS 의 ‘천하무적 야구단’과 KBS 는 폐지가 결정됐고, MBC 와 SBS 는 좀처럼 에 맞설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 KBS 는 여전히 ‘달인’ 김병만과 함께 공개코미디를 지키고 있지만, SBS 은 폐지됐다. 한 때 활발하던 개그맨의 버라이어티 쇼 진출도 예전만 못하다. 방영 7년째의 를 비롯한 기존 프로그램들과 예능인들이 여전히 예능의 중심에 있다는 건 그만큼 새로운 프로그램과 예능인에게 숙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유세윤의 행보는 올해 예능에서 가장 인상적인 퍼포먼스였다. 유세윤은 UV를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발표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를 바탕으로 Mnet 에서 현실과 가상이 혼재된 자신의 역사를 완성시켰다. ‘독립 예능’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는 기존의 매체와 방식에서 벗어난 예능을 보여줬다. 그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여전히 주도적인 위치가 아님에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예능인이 된 것은 2010년 예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예능의 ‘대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영역을 지켰고, 여전히 새로운 영역들을 끊임없이 발견하며 스스로 발전한다. 그들을 뚫을 틈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길이 나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건 아예 길을 새로 만드는 것뿐이다. 그리고 예능은 여전히 유세윤처럼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 허락되는 장르다. 의 윤종신이 말하지 않았나. “예능은 지금 가장 뜨거운 장르”라고. 2010년 예능은 위기가 아니라, 혁신을 위한 시작이었다.
글. 강명석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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