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EBS 수 밤 9시 50분
혹시 EBS는 아무도 안 걸어본 길을 걷는다는 사실에 취해버린 건 아닐까. EBS 공사창립 10주년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3부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미 예고됐던 것처럼 3부 ‘매머드의 부활’은 CG를 이용한 스토리텔링 다큐였던 1, 2부의 제작기와 매머드의 멸종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 그리고 체세포 복제를 이용한 매머드의 부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세 가지 주제들이 전혀 유기적이지 않게 들쭉날쭉 구성되었다는 것부터 프로그램으로의 몰입을 떨어뜨렸지만 가장 민망한 건, 에 대한 제작진의 자화자찬, 그리고 고생담의 토로였다. 다큐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다큐, 즉 메타 다큐라 해도 결국은 그것이 또 하나의 유의미한 교양물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김시준 PD를 비롯한 제작진의 코멘트는 3부 자체의 의미를 만들어내기보다는 1, 2부의 업적을 강조하는데 그쳤을 뿐이다. 블루 스크린을 이용한 실사와 CG의 합성은 그 자체로서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 있는 동시에 1, 2부 제작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이었는지도 보여줄 수 있었지만, 제작진들은 그 기술적 메커니즘과 ‘노가다’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기보단 자기들 입으로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술회하는데 그친다. 제작진들이 촬영 장소에서 직접 매머드 역할을 하며 카메라 구도에 도움을 주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내레이션을 통해 “이렇게 만들어진 명장면을 보자”고 말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한국 최초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했다는 건 치하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성과는 1, 2부의 완성도로서 시청자에게 평가받아야 할 것이지, 제작진의 자체 평가로 점수 매길 수 있는 건 아니다.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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