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6월, 토론 프로그램은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시작됐던 XTM 은 백지연의 명성과 유명 패널의 등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토론이라기보다는 자극적 발언의 연속에 가까웠던 이 프로그램은 11회 만에 종영했다. 그리고 2010년 4월 20일, “재정비해서 1, 2개월 후에 돌아오겠다”(백지연)던 ()이 약 1년 8개월의 예정보다는 길었던 `재정비`를 마치고 드디어 시동을 건다. 방송이 시작되는 20일 오전 11시, 상암 E&M 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MC 백지연과 tvN 최병화 교양제작국장, 의 연출을 맡은 정해상 PD가 참석해 이 물음에 답했다. 는 매주 화요일 밤 10시에 방영한다.
얼마 전 트위터에 ‘고민되고 긴장 된다’고 올렸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가.백지연 : 긴장되거나 걱정된다고는 안했다. 주제가 첨예하다보니, 이 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 중’이라고 올렸다. 사실 많은 분들이 토론 프로그램에 대해서 ‘지루하다’, ‘재미가 없다’, ‘시청률이 낮다’ 등 선입견을 갖고 계신다. 그래서 가장 유의미한 주제를 담아내면서도 토론에 대한 선입견을 극복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다. 지난주에 녹화를 마친 전교조 명단공개 여부의 경우, 어제 전교조 명단이 공개됐고 오늘 오후 2시에 전교조 기자회견이 열릴 정도로 뜨거운 주제다. 사회적으로 찬반이 뜨겁고 논란이 되는 주제를 치우침 없이 다루면서도 시청자들이 토론에 몰입해서 볼 수 있는 흥미 있는 주제를 선정하는 것, 그게 고민이다.“우리의 지향점은 ‘보이는 토론’이다”
백지연 “녹화를 끝내고 나면 1kg이 빠져있다” 그런 고민이 시즌 1에서도 없진 않았을텐데 시즌1이 11회 만에 중단된 이유는 무엇인가.
백지연: 원래는 11회보다 더 방송할 예정이었다. ‘토론 프로그램을 이렇게 할 수 있구나’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그만큼 개선에 대한 열망도 있었다. 프로그램을 재정비해서 1~2달 후에 시즌2의 개념으로 시작하려는 마음이었는데, 그 공백기가 생각보다 길어졌다. 시즌2에 대한 준비와 고민이 깊었기에 공백기가 길었던 것 같다.
그럼 그 달라진 의 구성이나 지향점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정해상 PD : 우리의 지향점은 ‘보이는 토론’이다. 기존 토론 프로그램들은 눈을 감고 듣고만 있어도 되는데, 는 굳이 봐야하는, 시각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들 것이다. 여기에, 전문가 패널들의 공허한 말잔치를 현장에서 평가할 토론평가단 50명을 매주 구성한다. 흥미진진한 토론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최병화 국장 : 자칫하면 토론 배틀이나 화려한 영상이라는 틀에 갇힐 수 있는데, 숨겨진 치열함을 보여주고 싶다. 토론 중간 중간에 ‘목격자’, ‘인터뷰’, ‘백지연의 넛지’ 같은 코너를 마련했다. 가 자극적이고 화려하게 보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존재하는 프로그램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오늘 첫 방송을 보면 설전이 오가는 치열한 토론이지만 말미에는 서로를 따뜻하게 인정해준다.
백지연 : 시청자들은 계도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토론 과정에 시청자들도 함께 참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일부러 정답을 도출하기 보다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있구나, 저 사람의 생각은 저렇구나’하면서 생각의 균형을 맞춰나갔으면 좋겠다. 소통의 게임, 생각의 놀이판이라는 말을 많이 해왔는데, 진행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소통의 게임, 생각의 놀이판은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
백지연 : 우리 프로그램에 와서 소통을 해보자는 의미에서 소통의 게임이라는 말을 썼다. 시민토론자들 간의 토론이 격해져도 통제하지 않는 것은, 정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여지를 주기 위해서다. 흑과 백으로 나뉘어서 ‘이 생각이 옳다’거나 ‘생각 없는 사람들은 그냥 들어라’와 같은 방식을 지양하고, 생각할 여지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다. 소통의 장, 생각의 장이 되고 싶다.
달라지는 것과 유지되는 것이 있을 텐데, 시즌1 때처럼 핸드헬드(Hand-Held) 기법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최병화 국장 : 보이는 프로그램을 지향하기 때문에 비주얼한 효과를 위해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스튜디오 자체를 마당으로 생각하고, 그 곳에서 시민토론단과 전문가 패널 그리고 토론평가단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적절한 카메라 기법을 사용할 것이다. 카메라 워킹이 시즌1보다 정돈되면서도 드라마틱해졌다.
“백지연은 속 깊게 콘텐츠를 소화해낸다”정해상 PD “낯선 주제들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시즌 1과 가장 큰 유사점은 MC 백지연의 존재다. 다시 그녀와 작업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정해상 PD :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왜 백지연 씨랑 시즌2를 같이 하는가’이다. 그런데 같이 일해 본 사람이 아니면 못 느끼는 부분이 분명이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속 깊게 콘텐츠를 소화해낸다. 대본 없이 녹화하는 상태에서 그 정도 깊이 있는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MC가,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 한 사람(백지연)밖에 없다. 방송을 보면 114명이 벌이는 치열한 토론의 장에서 MC가 할 수 있는 베스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타인을 설득하는 넛지 저널리즘을 통한 새로운 토론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넛지 저널리즘을 잘 구현할 수 있는 MC가 백지연이기도 하다. 코너 중 하나인 ‘백지연의 넛지’에서 이를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가장 큰 차이점은 토론평가단 구성이다.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나.
정해상 PD: 사실 성별, 연령, 지역이나 학력을 기준으로 50명을 선정하는 건 힘들다. 이슈별로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대상자를 중심으로 선정할 것이다. 가령, 교육관련 주제라면 일반인 50명보다는 학부형 50명이 더 적합할 것이고, 정치 이슈라면 정치외교학 전공 학생이나 정치 관련 동아리를 모집할 수도 있다.
토론평가단이 마지막에 승부를 결정하는데, 다소 정답을 강요한다는 느낌이 있다. 프로그램에 그들을 어떻게 이용할 건가.
정해상 PD : 토론평가단이 승부를 내면 위험한 함정에 빠질 수 있고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 그래서 토론평가단의 평가와 실제 여론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매회 이슈에 대해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와 함께 공식 여론조사를 진행한다. 오늘 방영되는 1회는 녹화방송인데, 앞으로도 녹화방송인가 아니면 생방송인가.
정해상 PD: 아이템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묻혀있는 이슈들을 선정할 경우에는 사전에 치밀한 기획을 통해 준비할 거다.
“전문가나 시민들의 이야기를 주로 담으려 한다”
최병화 국장 “우리는 보이는 프로그램을 지향한다” 트위터를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하겠다고 했는데, 녹화 방송이라면 소통의 의미가 결여되지 않나. 사전에 트위터를 통해 질문을 받는다면 기존 인터넷 게시판과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백지연 : 트위터를 통해 시청자들이 하고 싶은 말에 대해 답하려 한다. 녹화가 길어져서 편집을 하게 되면, 시청자와 내가 보는 부분이 다를 수 있다. 가능한 한 방송시간에 맞춰 트위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러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트위터는 토론을 위한 보조수단의 하나다. 만약 트위터로 진정한 토론이 잘 안된다면 다른 보조수단을 준비할 것이다.
앞으로 예정된 주제나 다루고 싶은 분야가 있는지.
정해상 PD : PD에게 가장 힘든 일은 매주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다. 내가 관심 있는 주제가 대중들에게도 통할까, 사람들이 이걸 볼까, 이런 것을 고민한다. 도마 위에 아이템들은 늘 뻔했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재료를 꺼내볼까 생각중이다. 예를 들어, 종부세 때문에 부자에 대한 담론이 부정적으로 진행될 때, 우리는 ‘부자는 죄인인가’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다. 제목은 가볍지만 충분히 깊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런 낯선 주제들을 준비하고 있다.
시민토론의 성격이라 자칫 진행자의 비중이 축소될 수 있는데 이번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구축하려는 진행스타일은 어떤 것인가.
백지연 : 토론 프로그램 진행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맥을 짚어주는 것이다. 어떤 주제가 정해졌을 때 소주제를 잘 잡아줘야 한다. 교육 개혁이라는 포괄적인 주제에서 교원평가제를 이야기한다거나, 전교조 명단 공개 토론에서 참스승의 의미를 짚어주는 등 토론이 길을 틀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녹화가 길어지면 5시간까지 진행되는데, 그 시간동안 시민들을 통제하다보면 정확히 1kg이 빠진다. 시민들의 격론을 놔두는 것은 그분들의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서 나누는 대화를 옮겨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편집을 할 때도 되도록 내 말은 많이 들어내고 전문가나 시민들의 이야기를 주로 담으려 한다. 내 역할은 시청자들이 평가해주실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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