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보던 것과 조금 다른 모양의 생수병이 제공되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13일, 현장 공개 전에 가진 기자회견을 앞두고 자리에 앉은 이민호와 손예진은 생수병의 모양에 관해 정말 가까운 친구처럼 대화를 나눴다. 보통보다 훨씬 크고 둥근 뚜껑에 물을 덜어서 마시고는 “이건, 컵 대용으로 쓰는 건가 봐”라고 다정하게 알려주는 이민호는 섬세하고 침착한 전진호와 참 많이 닮아 있었다. 그리고 “그런데 뚜껑 아래가 둥글어서 고정시킬 수는 없겠다”라는 이민호의 예리한 관찰의 이야기를 미처 듣지 못하고 물이 담긴 뚜껑을 테이블에 올려놓아 냉큼 물을 쏟아버린 손예진의 모습도 익숙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흘러넘친 물이 기자들의 녹음기까지 적셔버리자 울상이 된 손예진은 급히 휴지로 물기를 훔쳐내며 중얼거렸다. “아, 어떡해. 나 완전 박개인이야.”

소풍 나온 어린이들로 왁자지껄한 대장금 테마파크 안에 위치한 세트장, 그 안에 집 한 채를 짓듯 만들어 놓은 상고재가 실제 한옥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그 정교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각자 역할에 몰입되어 기존의 이미지와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작품에 빠져 있는 두 배우가 거실에 등장하는 순간, 상고재에는 생명력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마당의 소나무와 작은 들꽃, 하얗고 까만 자갈돌까지도 섬세하게 배치된 상고재는 하나의 주인공처럼 존재감을 드러냈다. 리허설의 순간, 어느새 성실한 신인으로 돌아온 이민호는 가장 먼저 마당에 나와 대본을 읽으며 카메라 세팅을 돕고, 다시 꼼꼼한 여배우로 돌아온 손예진은 동선과 대사를 살피며 촬영을 준비한다. 그리고 상고재는 그들을 품에 안고 생방송의 폭풍 속에서 유일하게 지치지 않은 멤버로 꿋꿋하게 제 몫을 해낸다. 이런 튼튼한 집을 물려주신 박교수님은, 정말 좋은 취향이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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