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은 썩 유쾌한 드라마가 아니었다. 재벌이 되겠다는 목표로 돌발 행동을 정당화 하는 석봉(지현우)은 내내 ‘재벌의 품위’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능력과 오지랖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직업 안에서도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그의 태도는 오히려 그의 목표를 배반하는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재벌이 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도 단지 “갖고 싶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고 단편적으로 묘사하거나, 자신이 재벌의 핏줄이기 때문이라는 세습적인 근거로 설명하는 그의 태도는 응원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마치 ‘부자’를 직업으로 착각한 듯 적성과 꿈을 생략하는 그의 사고방식은 룸의 손님이자 회사의 상사인 신미(이보영)에게 “시집이나 가라”고 말하는 경악할만한 무례함과 시너지를 이루며 보기 드문 비호감의 주인공을 만들어 냈다. ‘대의’에 편향되기는 신미 역시 만만치 않다. 자신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직원의 해고를 종용하는 권위의식은 물론, 자신의 사고방식을 타인에게까지 강요하는 강박적인 행동은 공감을 사기 힘들었다. 특히 인수하는 중소기업을 찾아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며 직원들의 생존과 결부되는 ‘월급’을 담보로 은근한 협박을 내비치는 그녀의 모습을 마치 유능한 기업가로 묘사하는 중반부는 입맛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 울며 삭발을 해도 약속된 월급을 받지 못하는 드라마 밖의 사람들이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의 개과천선을 위한 도입부가 아니라면,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콘셉트라는 큰 덩어리에 사로잡혀 디테일을 놓치는 드라마의 다음 회에 기대를 걸기 어렵다.
글 윤희성
새 학년, 새 학교에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대학에 진학하며 시작된 의 모토 또한 ‘십대 시절은 끝났다. 옛날 친구들도 끝이고, 프렙 스쿨도 끝났다’다. 그러나 문제는 비록 모습을 보이지는 않아도 이야기를 끌고 가는 ‘가십 걸’의 힘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지겨워질 정도의 밀고 당기기 끝에 사귀게 된 척(에드 웨스트윅)과 블레어(레이튼 미스터)는 제 3의 여인을 끌어들여 연애의 지루함을 타개하려 하지만 그들을 오해하고 비난할 관중들이 없으니 긴장감이 떨어진다. 과거 네이트(체이스 크로포드)에게 사기를 쳤던 카터 베이즌이 재등장해 스토커로 한 몫 하는가 싶더니 친아버지의 관심을 받지 못해 낙심한 세레나(블레이크 라이블리)를 위로하는 기사로 변신하는 전개 또한 뜬금없고, 대부분의 갈등은 감정을 고조시키기도 전에 풀려 버린다. 라이벌 가문 아가씨와 사랑에 빠져 로미오와 줄리엣 구도를 형성한 네이트가 할아버지의 손바닥 안과 바깥을 오가며 갈팡질팡하는 것도 슬슬 지루해진다. 그래서 권력구도가 뚜렷하고 적과 친구가 계속해서 뒤바뀌던 고등학교 시절에는 이들을 모아놓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전개가 가능했지만 이 커플 저 커플이 번갈아 등장해 각자의 이야기만 던지고 빠지는 대학 시절의 시작은 개강 첫 날의 강의실처럼 산만하다. 그럼에도 드레스 차림으로 금발을 휘날리며 말을 타고 질주하는 세레나에게 미친 듯 셔터를 눌러댄 파파라치들처럼, 은 좀처럼 눈을 떼게 되지는 않는 시리즈다. 점점 공허해지지만 여전히 예쁘고 달콤한 판타지의 마력은 다름 아닌 중독성이다.
글 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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