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많은 사람들이 이불 속의 온기를 즐기고 있을 주말 아침. 두툼한 점퍼로 무장한 스태프들이 카메라며 장비들을 내려놓지만 누구 한사람 호기심으로 발길을 멈추지 않는다. 급기야 오디오 점검을 위해 스태프 한명이 일산 광장이 쩌렁쩌렁 하도록 sg워너비의 노래를 불러보지만, 제법 감미로운 목소리보다 먼저 귓가를 파고드는 것은 냉엄하게 불어 닥치는 한겨울의 찬바람이다. 커피숍에서 ‘작전회의’중인 현영, 안영미, 정주리, 솔비, 김나영, 김은정, 이상 새롭게 꾸려진 2기 무한걸스의 얼굴에는 벌써부터 걱정스러운 표정이 번진다. 게다가 이날의 미션은 설맞이 택배 도우미. 온종일 야외에서 진행될 촬영 때문에 한복 안에 옷가지들을 잔뜩 껴입었지만 어깨를 움츠리고 종종걸음을 치는 행인들만 보아도 벌써 냉기가 전해지는 기분이다. 특히 지난 주 ‘발라드 부르기’ 미션의 우등생으로 결정된 덕분에 미니 콘서트를 해야 하는 김나영와 안영미는 우승의 기쁨 대신 벌칙 수행의 기분을 안고 찬바람 속으로 걸음을 내 딛는다.
“안녕하세요!”하는 인사와 동시에 시작된 반주에 맞춰 안영미가 시크한 안무를 선보이자 눈치 빠른 김나영이 재빨리 동작을 맞춘다. 이들의 깜짝 출현에 일산 시민들은 무대 앞으로 모여들고,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은 안영미는 호쾌하게 언 입으로 ‘주홍글씨’의 앵콜을 자청한다. “사뢍 해썬 안돼쒀! 만나써도 안돼쒀!” 영영듀엣의 열창덕분인지 어느새 광장은 인파로 가득해지고, 이 열기에 동화된 나머지 멤버들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자동차 밖으로 뛰쳐나와 함께 춤사위를 펼친다. 이들의 게릴라 콘서트에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은 역시 군인들이다. “으악! 정… 정주리!” “쥬얼리 김은정이야!” 오래간만에 만나는 남자친구 때문에 무리해서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온 여자 친구가 눈을 흘기는 줄도 모르고 상기된 얼굴로 달려가는 이들을 그 누가 탓하랴. 이 작은 소동의 원인을 굳이 찾자면 어느새 진짜 자매들처럼 찰떡 호흡을 자랑하고 있는 여섯 여자들의 무한한 매력이 아닐까.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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