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후 7시 45분
SBS 와 의 박영규가 으로 들어왔다. 예전 인기가 순풍에 돛단 시절의 연기를 오랜만에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또 박영규의 유치하면서도 뺀질뺀질한 캐릭터는 요즘 전체적으로 차분히 가라앉고 있는 극과 점점 생기가 없어지는(심지어 황정음까지) 캐릭터 사이에서 활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게다가 느닷없는 등장으로 김자옥이 좀 더 극적으로 이순재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이게 됐으니 나름 거대한 흐름에 작은 족적을 남기고 간 셈이다. 그런데 박영규가 재개발 지역에 ‘주유소’ 하나를 새워달라며 김자옥을 유혹하는 돈 없는 뺀질남으로 등장해서 향수도 자극하고 영화 홍보를 제대로 했지만 그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이 있다. 바로 시트콤이라면 절대적으로 피해야 하는 예측 가능한 뻔한 스토리다. 최근 에피소드들을 보면 시트콤이 연말에 연예대상이 아니라 연기대상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지부진한 러브라인 외의 인물들은 서로의 관계망이 붕괴됐고, 그나마 러브라인에 얽힌 청춘들은 일일드라마의 러브라인를 보는 것처럼 웃음기가 싹 빠졌다. 그들 중 그나마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가 준혁(윤시윤)이다. 미워하려다가도 목도리와 장갑을 풀어주며 화 한번 제대로 못 내고 마음이 풀린 그의 순애보와 렌트비 값이라도 달라고 지갑을 털어가는 영규가 대비되며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었다. 준혁 학생도 출발선은 다르지만 순재의 순애보처럼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까.
글 김교석
최종회 MBC 목 밤 9시 55분
“용덕일보를 찾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 마치 용덕일보 기자들이 돌아가며 어깨에 걸쳤던 1인 시위의 팻말처럼 떠오른 저 문구는, 그동안 가 그토록 끈질기게 드라마 바깥 현실로 전달하려던 마지막 진심과도 같았다. 시종일관 단순하게 정직했던 드라마의 최종회답게 절대악은 응징되었고, “진실은 승리” 했으며, 모든 갈등은 훈훈하게 마무리된, 지루할 정도로 순진한 결말이었으나, 저 자막이 떠오른 그때 어쩌면 시청자들은 간절한 진심이 어설픈 형식을 잊게 만드는 희귀한 순간을 체험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는 그보다 많은 경우 그 진심에 어울리는 이야기 방식을 찾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지향점이 뚜렷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진지한 주제의식을 갖춘 드라마였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했던 이유는 그 점 때문이었다. 이 작품이 가장 뻔뻔하고 유쾌한 에너지로 빛났던 순간이 용덕일보의 전신인 먼데이서울 당시였음을 떠올려볼 때, 역시 출발지점에서는 딴지일보 부럽지 않은 불온한 전복의 에너지가 잠재된 드라마였기에 아쉬움이 더욱 크다. 애초의 제목이던 가 풍겼던 뉘앙스처럼 진심을 좀 더 노련하고 불경스럽게 위장할 수만 있었더라면, “웃기는 녀석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의 슬로건은 더 큰 힘을 얻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는 마지막까지 “근성 하나로” 처음의 화두를 붙들고 간 덕분에 실낱같은 희망 하나를 공허하지 않은 결론으로 제시할 수 있었다. 해성(엄기준)의 아버지가 자살한 이유는 “희망이 안보여서지 나약해서가 아니”라고 말한 도혁(이준기)의 대사에서 한 비극이 연상되기에 그 결론은 더 중요했다. 가 “사람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들이 “한사람씩만” 모여도 점점 강해진다는 믿음을 희망이라 말하는 이유는 그 비극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다짐일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그 누군가처럼.
글 김선영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