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ifts of the Magi)
오 헨리 단편소설(크리스마스의 선물 + 경찰관과 찬송가) 원작
출연 : 배승길, 김보민 (윌리 역), 정지환 (짐 역), 문진아 (델라 역), 박진표 (소피 역)
tag : 오 헨리, 크리스마스의 선물, 경찰관과 찬송가, 마지막 잎새는 없다, 이번에도 미소천사 승길 윌리, 쩌렁쩌렁 울리는 성악과 출신 배우들의 목소리
한 마디로 : 탐욕스러운 도시 사람들 대신 가진 것 없어도 사랑하고 행복할 줄 아는 소시민의 이야기
공연은 : 1월 7일 ~ 2월 24일, 대학로 라이브극장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팔아 시계줄을 산 아내와 하나뿐인 금시계를 팔아 빗을 사온 남편. 크리스마스하면 스크루지 영감만큼이나 쉽게 떠오르는 인물들이다. 뮤지컬 은 바로 그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의 선물’과 따뜻하게 겨울을 나기 위해 교도소행을 원하는 부랑자의 이야기 ‘경찰관과 찬송가’를 엮어 만든 작품이다. 1984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제작되어 2010년 한국을 찾은 의 프레스콜이 지난 6일 대학로 라이브 소극장에서 열렸다. 짐(정지환)은 “일자리 말고 다른 건 다 필요 없어”를 외치는 실업자이고, 그의 부인 델라(문진아)는 백화점 쓰레기더미에서 녹색보다 갈색이 더 많은 트리를 들고 온다. 동네에 함께 살아가는 소피(박진표)는 “내가 필요한 걸 다 준다”며 쓰레기통을 사랑하는 거리의 부랑자이다. 부인이 무얼 좋아할지 몰라 가게 물건을 통째로 사버렸다는 도시남녀들과는 너무나 다른 인물들의 크리스마스 이틀 전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깨에 ‘실업’이라는 무거운 짐을 진 자라면
세상 답답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복장 터지는 사람이라면

라이브 반주 대신 MR이 보편화되어 있는 소극장 뮤지컬에서 은 보기 드문 라이브 연주를 선보인다. 무대 양쪽에 숨어있는 연주자들은 피아노와 퍼커션을 이용해 풍성한 음악을 들려주고, 뮤지컬보다는 오페라에 주로 출연했던 정지환과 박진표 등은 넘치는 성량으로 무대를 꽉 채운다. 뮤지컬의 기본인 음악의 수준이 높은 셈. 하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콘셉트로 내세운 만큼 드라마는 너무 착하다. 이야기는 바로 뒷일이 예상 가능할 정도로 흘러가고, 가난하지만 행복한 소시민을 위해 도시사람들은 탐욕스럽고 거짓말을 일삼는 인물들로 단편적인 인물구조를 만들어내며 아쉬움을 남긴다. 이미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소설이 원작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너무 빤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건 역시 ‘공감’이다. 예상대로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델라에게 이입하기란 쉽지 않지만, “우리의 적은 이 도시 자체”라고 외치는 짐과 소피에게는 마음의 빈자리 한구석을 슬쩍 내주게 된다. 내레이터 윌리가 읽어주는 소설책 한 권은 1월 7일부터 2달여 동안 대학로에서 들을 수 있다.

사진제공. 쇼팩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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