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과 안영미가 동일선상에서 이야기 될 수 있다. 이것이 의 NO.1 코너를 설명하는 가장 빠른 예일 것이다. 물론 한류의 정점에 선 배용준과 이제 막 KBS 의 울타리를 벗어나 예능 MC에 도전하고 있는 안영미의 스타성과 활동 범위의 간극은 거의 심연에 가까울 정도다. 하지만 NO.1은 단순히 인기 피라미드의 정점에 선 넘버원 톱스타를 위한 자리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1년 동안 매주 새로운 얼굴들로 이 코너를 채울 수도 없었을 것이다. 정확히 말해 NO.1은 대중문화의 여러 카테고리와 텍스트 안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확실히 보여줬던 수많은 넘버원들을 소개하는 자리다. 비록 예능 MC로서는 NO.24 정도 될 것 같은 안영미지만 ‘분장실의 강 선생님’에서의 그녀는 “선배니임~~”이라는 유행어로 시청자를 들었다 놓던 개그계의 NO.1이었다. 때문에 의 NO.1은 단순히 스타라는 말로 쉽게 환원할 수 없이 세분화된 영역 안에서 활동하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에 대한 총체적 그림이라 할 수 있다.

공허한 스타보다는 소비할 실체가 있는 넘버원

2009년 첫 NO.1이 아직 스타보다는 신성이라는 수식이 어울리던 ‘아.미.고’ 시절의 샤이니라는 것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 시기의 그들은 비슷한 또래의 원더걸스만큼 차트에서의 파괴력을 보여주진 못했고, SM 출신의 5인조 남성그룹이라는 외형은 빤해 보였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태민을 비롯해 어린 나이부터 체계적 트레이닝을 거친 이 미소년들은 안정적 발성과 딱딱 들어맞는 군무로 같은 소속사의 소녀시대를 연상케 하는 SM 제국의 뉴 타입 아이돌이 될 수 있었다. 이것은 누나 팬들을 비롯한 아이돌 팬덤이 즐길 메뉴가 더욱 다양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짐승돌’ 2PM 역시 이처럼 다양해진 메뉴의 한 축을 당당하게 채우는 새로운 타입의 아이돌이다. MBC 에브리원 을 통해 그들이 보여준 것은 기획형 아이돌의 틀에 박힌 이미지가 아닌 서로 장난치고 몸 개그를 펼치고 게임에서 승부욕을 드러내는 그 또래 남자애들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정말 흥미로운 건 두 번째 싱글 발매와 함께 진행된 NO.1 때만 해도 가능성에 방점이 맞춰졌던 그들이 약 4개월 후 다시 NO.1에 올랐을 땐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대세’가 됐다는 점이다. 이것은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이후 점진적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 스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인 동시에, 단 한 번의 메가 히트로 스타가 만들어지던 과거와 다른 최근의 어떤 경향을 보여준다. 스스로를 ‘생활형 연기자’라 정의하는 윤상현의 성공기는 이런 경향을 증명하는 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MBC 으로 디지털 음원 차트 수위권과 CF 계약이라는 대박을 냈지만 윤상현은 결코 깜짝 스타가 아니다. MBC 에서 ‘찌질함’의 극단을 보여줬던 그는 MBC 시트콤 을 통해 그 비호감의 이미지에 얄밉지만 정이 갈 수밖에 없는 인간적 면모를 덧씌웠다. 이미 이 지점에서 마니아적 지지를 받던 그는 에서 까칠한 재벌 2세의 외형에 자연스러운 코미디를 접합시키며 ‘태봉 씨’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MBC 으로 역시 스타의 아레나에 입성한 김남길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2009년 드라마가 창조한 가장 개성 있는 캐릭터인 비담을 연기하며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인기를 얻었지만 역으로 비담 역시 김남길이라는 배우가 아니라면 피와 살을 가진 존재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던 천진함과 자유분방함은 영화 의 강무를, 선악의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복잡한 내면은 KBS 의 지안을 닮았다. 반짝 인기에 취하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하는 데 있어 제작사나 감독이나 스태프들이 그 작품을 조금이라도 여유롭게 완성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대중성을 원하는 배우에게 비담이란 기회가 온 건 우연이 아니다. 이처럼 연속적인 활동을 통해 점차 발전하는 과정은 과거의 스타 시스템과 다른 중요한 경향이다. 이제 대중은 실체 없이 공허한 스타라는 기호 자체를 멍하니 바라보며 동경하지 않는다. 그들은 좀 더 구체적인 욕망으로 연예인을 소비한다. 때문에 시장은 세분화되고, 눈에 띄는 뚜렷한 결과물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과거의 히트곡으로 얻은 거대한 네임밸류에 안주하는 대형 가수보다 인디 신에서 독특한 신드롬을 만들어낸 장기하가 더 ‘엣지’ 있는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NO.1이 될 수 있는 건 그래서다. 올해 초 ‘Gee’의 히트와 함께 NO.1에 올랐던 소녀시대가 연말까지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건 ‘Gee’의 여진 때문이 아니라 소녀들이 1년 내내 ‘소원을 말해봐’와 ‘초콜릿 러브’를 연달아 부르고, 유리와 써니가 KBS 에서 몸빼바지를 입고 스스럼없이 망가지기 때문이다.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직조해나가는 별들

물론 이러한 경향 안에서도 존재 자체로 빛나는 슈퍼스타들은 있다. 하지만 배용준과 고현정, 정우성, 비가 2009년에도 빛날 수 있었던 건 누구도 무시 못할 누적된 활동과 결과물을 통해 여간해선 흔들리지 않을 클래스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올해 초 “내가 중심이 되면 화살을 너무 맞으니까 약간 비껴서 있고 싶”어 미실 역을 선택했다고 엄살을 피웠던 고현정은 MBC 으로 대한민국 하반기 드라마를 지배했다. SBS 라는 역사적 걸작의 여주인공이었던 그녀가 재벌가 며느리를 거쳐 다시 컴백하는 파란만장한 시간을 지나오며 서른아홉이란 나이를 즐길 수 있게 되었을 때 이미 미실의 성공은 예견되어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언젠가부터 너무 먼 존재가 된 배용준도 마찬가지다. 사실 2007년 MBC 출연 이후 적어도 한국에선 그와 대중과의 접점이라 할 만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올해 발간한 책 의 일본 출간 기념 이벤트에는 수많은 국내 매체가 따라가서 4만 5천 명의 일본 팬들이 운집하는 초현실적 현장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작품이 아닌 자신의 일본 활동을 거대한 엔터테인먼트적 텍스트로 제공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들의 거대한 행동반경이 아니라 그 반경 안에서 여배우로서든 한류스타로서든 대체 불가능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NO.1은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에 대한 총체적 그림인 동시에 이 시장 전체에 대한 그림이기도 하다. 샤이니부터 강동원까지 일주일 단위로 촘촘하게 1년 동안 코너를 채웠던 이름들은 앨범부터 영화 까지 2009년의 대중문화를 풍성하게 했던 텍스트와 인상적 순간의 주인공이다. 때문에 연출자인 김태호 PD 역시 NO.1이 될 수 있었다. 그들은 인기를 향해 손을 벌리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참여하는 드라마, 영화, 앨범, 예능을 이끄는 능동적 주체다. 2010년 NO.1을 채워갈 얼굴들이 궁금한 건 그래서다. 그것은 결국 그들이 직조해나갈 2010년이 어떨 것인지에 대한 대답이기 때문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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