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 15년 동안 H.O.T, 신화,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을 제작했고 또 성공시켰다. 하지만 H.O.T는 해체 후 멤버 세 명이 음반 인세 배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소속사를 이적했고, 신화는 그룹 멤버 전원이 소속사를 이적했다. 그리고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의 멤버 일부는 소속사를 상대로 계약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 중이다. 그는 아이돌 업계의 신일까, 악마일까. 가장 성공한 사업가이자 가장 많은 논란의 주인공인 한 제작자의 명암.


4월과 5월 : 이수만이 19살에 몸 담았던 포크 듀오. 당시 이수만은 4월과 5월 1집에 참여했으나 건강상의 문제로 탈퇴했다. 하지만 이후 이수만은 서울대 농대 그룹사운드이자 1977년 제 1회 대학가요제 대상을 차지한 샌드 페블스의 2기 멤버(대상을 받은 팀은 6기), 그룹 들개들의 베이시스트 등으로 경력을 쌓으면서 가요계에 정식으로 데뷔해, 1976년 MBC 10대 가요제 신인상을 수상했다. 또한 당시 이수만은 가수들 중 드물게 MC로도 인기를 얻어, 제 1회 대학가요제 MC를 맡은 이후 총 8회 동안 진행을 맡았다. 이수만이 가수 노사연과 친해진 것도 1978년 대학가요제에서 노사연을 ‘가수 현미 씨의 조카’라고 소개하면서부터였다고. 또한 그는 당시 스스로 ‘와이셔츠 단추구멍’이라고 소개하며 자신을 캐릭터화 시키기도 했다.

마삼트리오 : 얼굴이 긴 세 가수 이문세, 이수만, 유열이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음악 활동보다는 당시 이문세가 진행하던 MBC라디오 의 공개방송에서 농담을 더 많이 했던, 장난처럼 모인 그룹에 가깝다. 하지만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이문세를 비롯한 세 가수가 이미지를 신경 쓰지 않고 개그맨 이상의 입담을 자랑했다는 점에서 요즘의 멀티엔터테이너의 시초라 할 수 있을 듯. 김승현 : 10대를 위한 토크쇼 MBC 을 함께 진행한 MC. 본방송을 하는 동안 프로그램 하단에 마이클 잭슨의 영화 등 영상과 각종 정보를 담은 텍스트를 삼원방송하는 획기적인 기획으로 화제를 모았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이수만은 미국에서 “연예산업 전문가와 마케팅 전문가, 변호사가 함께하는” 에이전시의 존재를 알게 됐고, “국민소득이 1만 달러 이상되는 나라의 대중문화 소비주체는 10대”라는 것을 깨닫고 10대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은 이수만이 10대의 감각을 흡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현진영 : 이수만이 제작했던 가수. 이수만은 방송활동과 인천에 세웠던 카페 헤밍웨이의 경영 등을 통해 번 돈으로 1989년 SM기획을 설립(1995년에 SM엔터테인먼트로 회사명 변경)해 현진영을 데뷔시켰다. 그는 현진영을 1년 이상 트레이닝 시키며 ‘토끼춤’을 가르치기 위해 미국에서 트레이너를 데려오기도 했다. 현진영은 이수만의 예상대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현진영은 마약복용으로 가수 활동을 중단했고, 이후 이수만은 자작곡이 가능한 뮤지션 대신 10대 연습생을 선발해 오랜 시간동안 트레이닝 시킨 후 데뷔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H.O.T : 이수만이 제작한 최초의 아이돌 그룹. 데뷔당시 멤버 전원이 10대였고, 리더-춤-재미교포-보컬-막내 등 멤버 각각이 뚜렷한 캐릭터를 가졌으며, 카리스마적인 모습과 귀여운 이미지를 동시에 구현해 10대 소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H.O.T를 시작으로 한국 대중음악 시장은 이수만과 같은 제작자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수만은 제작자가 가수의 음악부터 패션까지 모든 것을 기획하는 것을 시스템화 시켰고, H.O.T의 이름을 딴 음료, 향수, 영화 등 가수의 이미지를 상품화시키며 수익을 극대화 시켰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가수를 상품처럼 인식시켰고, 애초에 H.O.T를 20대가 되면 탈퇴하는 그룹으로 기획했을 만큼 소속 가수에 대해 철저한 영향력을 가지려 했던 그의 경영방식은 팬과 가수의 반발까지도 일으켰다. 또한 2000년대 초반 횡령혐의는 그의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계기가 됐다. 보아 : 한국인 최초로 일본 오리콘 차트 정상에 오른 가수. H.O.T는 이수만의 가수 제작 방향을, 보아는 이수만이 추구하는 시장의 방향을 보여줬다. 그는 보아에게 10대 초반부터 춤과 노래, 언어를 가르치는 등 3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보아를 일본으로 진출시켰다. 어린 시절부터 철저한 트레이닝을 통해 자신의 기획에 어울리는 가수를 키우고, 그 가수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사업을 전개하며, 이를 아시아 전역에 걸쳐 진행하는 것이 이수만의 기본적인 사업모델인 셈. 이수만은 “한중일 합쳐 15억이 넘는 시장 규모”를 가진 아시아에서 1등을 하면 세계에서 1등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최근에는 슈퍼주니어의 한경과 f(x)의 빅토리아와 엠버 등 외국인을 멤버로 포함시키고 있다.

크리스탈 : 그룹 f(x)의 멤버. 7살에 백화점에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캐스팅 담당자의 눈에 띄어 10대가 된 뒤 트레이닝을 받았다. 이수만은 “우리가 지분을 가진 합자 기업을 만들어 수익의 상당 부분이 우리에게 오는 형태”의 아시아 진출을 이상으로 삼아 CT(Culture Technology)를 통해 이를 실현시키려 한다. SM의 연습생 캐스팅과 트레이닝은 이 CT의 핵심이다. SM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연습생을 선발해 엄청난 숫자의 연습생을 관리한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당분간 새로운 그룹을 데뷔시킬 계획이 없고,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최근에야 여러 아이돌 그룹을 동시에 활동시킨다. 하지만 SM은 2007년 이후 소녀시대, 샤이니, f(x) 등을 연이어 데뷔시켰고, 그들을 동시에 활동 시킨다. 회사 곳곳에 수많은 연습생들이 오가는 SM의 본사는 마치 학교를 연상시키고, SM은 연습생에게 무대 연출방법만을 따로 가르칠 만큼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시킨다. 성공 확률은 높지만 투자비용은 올라갈 수밖에 없는 제작 방식.

소녀시대 : 요즘 자동차와 아파트 빼고는 거의 모든 CF를 찍은 것 같은 아이돌 그룹. 그만큼 대중에게 폭 넓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소녀시대는 ‘Gee’의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전 세대에 걸쳐 인기를 얻었다. 또한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는 음악뿐만 아니라 MC와 연기, 오락 프로그램 고정 출연 등 멀티 엔터테이너로 활동한다. 이제 SM은 “음악을 만드는 회사라기보다는 스타를 만드는 회사”고, 아이돌을 통해 영화, 뮤지컬, 패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전 세대, 전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이돌로 다양한 사업을 하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셈. 그 점에서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 이후 SM의 행보는 SM의 수익모델의 완성단계라 할만하다. 이수만은 “SM에서 생산하는 콘텐츠로 프로그램을 채우는” SM전용극장을 구상하기도 했다. 유영진 : H.O.T시절부터 지금까지 SM 소속 가수의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낸 작곡가 겸 SM의 이사. 하지만 최근 SM의 가장 큰 히트곡 ‘Gee’는 이-트라이브의 곡이었고, 샤이니의 ‘줄리엣’,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는 외국 작곡가가 만들었다. 국내의 아이돌 음악은 현재 미국 중심의 힙합/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한 댄스음악이 유행이다. 그리고 YG에는 미국 출신의 테디, JYP는 원더걸스를 미국에 진출시킨 박진영이 프로듀싱을 맡는다. 반면 유영진은 ‘Sorry Sorry’를 비롯한 곡들에서 여전히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Sexy back’ 시절 유행시켰던 사운드를 사용한다. ‘Sorry Sorry’는 하나의 멜로디 테마를 끝까지 반복-변주하며 곡을 완성, 곡의 중독성을 유지하면서도 곡의 기승전결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유영진의 곡 구성 능력을 증명하지만 그가 최신 팝 트렌드를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또한 SM의 외국 곡은 일정 수준의 성공을 거두기는 했어도 가수의 위치를 바꿔 놓을 만큼의 히트는 기록하지 못했다. 아이돌 사업에서 음악은 사업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소녀시대를 지금의 위치에 올린 결정적인 계기는 ‘Gee’였다. SM에게는 지금 사업적인 비전 이상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바꿀 곡을 만들어낼 작곡가들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동방신기 : 현재 멤버 중 세 명이 SM과 계약 분쟁을 겪고 있는 그룹. 동방신기는 이수만이 “각 그룹의 리더가 될 수 있는 멤버”들만 모아 만들었고, 그룹명부터 아시아 시장을 의식했으며, “동방신기가 이벤트를 열면 늘 7만~10만 명이 참석”한다고 할 만큼 열성팬을 가졌다. 그만큼 동방신기는 캐스팅부터 팬덤에 이르기까지 이수만의 이상이 집약된 그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완벽한 ‘상품’을 만드는 대신 ‘사람’을 놓쳤다. 캐스팅부터 마케팅까지 철저하게 전문화된 관리로 성공 확률을 높이는 SM의 경영방식은 많은 투자비용이 든다. 또한 이수만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람은 쓸모없다. 이익이 100으로 예상되는데 200을 달라고 하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언할 만큼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이런 결과로 소속 가수는 법원이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릴 정도의 계약을 한다. SM은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는 특수성을 주장하지만, 공산품이 아닌 사람의 일에서 인권보다 더 큰 대의명분은 없다. 그리고 이수만이 수익의 원천으로 삼았던 팬덤은 동방신기의 세 멤버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세력이 되고 있다. 모든 것을 자신의 기획대로 이룰 수 있다고 믿은 최고의 CEO, 혹은 아이들의 신. 하지만 그도 이제 좀 더 ‘인간’의 마음에 자신의 기획을 맞춰야할 때가 온 것은 아닐까.

Who is next
SM의 연습생이었던 허영생이 속한 SS501의 리더 김현중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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