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시트콤을 만날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2007년 MBC 이후 이 방송되기까지는 꼬박 2년이라는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 2008년 여름 MBC 을 빼놓기는 아깝다. 어느 날 갑자기 무인도에 떨어진 중소기업 직원들의 본능적이고도 치사한 생존기와 로맨스, 비록 시즌 2가 무산되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기대했던 이들에게 원성을 듣기도 했지만 ‘가족 시트콤’이나 ‘청춘 시트콤’으로 양분되던 장르 안에서 직장이라는 신대륙을 찾아 나섰던 은 짧지만 강렬한 어퍼컷을 날린 작품이었다.
“쓸 때는 재밌었어요. 를 끝냈을 때부터 더 이상 가족 시트콤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서 여러 가지를 모색했거든요. 에는 가족이 거의 안 나왔고, 시트콤을 그만 하려는 생각도 했고, 그런데 방송사에서 원한 게 가족 시트콤이라 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던 덕분에 처럼 무리한 시도도 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정말, 가족이 안 나와도 되니까 해방된 것 같았어요.” 한 작품을 위한 고민 안에서 대한민국 시트콤의 대표작들 제목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송재정 작가는 ‘시트콤의 마에스트로’ 김병욱 감독의 오랜 파트너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 아카데미에 들어갔다가 당시 SBS 예능국의 대부였던 유성찬 작가에게 발탁되어 코미디 작가로 일하던 중 97년 SBS 의 아이디어 작가로 김병욱 감독을 처음 만나 부터 까지 함께 일했다. 자타공인 성격도 취향도 다르지만 “일단 감독님이 웃기다고 하는 건 나도 웃기니까”라는 공통점 하나에서 나온 시너지 효과는 엄청났다.
하지만 보는 이들을 웃다 구르게 만드는 대본을 쓰고 스스로도 “코미디에 강박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과 달리 송재정 작가는 ‘무심하고 시크한’ 편에 더 가깝다. 대전 종갓집의 왁자한 분위기 속에서 자라는 동안 오히려 혼자 조용히 생각하고 상상하는 시간을 즐겼던 소녀는 자라서 “사람들의 본심을 잘 캐치하는 데서 웃음 포인트를 찾아내는” 작가가 되었다. 새로운 요소들을 찾아 넣지 못하면 시트콤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에 미스터리, 멜로, 추리 등 다양한 코드를 더했고 로 새로운 형태를 고민했던 그는 경력이 쌓일수록 고민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바쁘고 불규칙적인 작가 생활 속에서도 최근 ‘공동집필 시스템에 관한 연구’라는 석사 논문을 마쳤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재벌보다는 직장인 얘기, 실제로 우리가 겪는 문제들에 대한 것들을 좀 볼 수 있고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는 그가 정말 직장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들을 골랐다. MBC
1991년. 극본 이윤택, 연출 신호균
“연극 하시는 이윤택 선생님이 쓰신 작품이에요. 잡지사 기자인 최수종 씨가 배종옥, 이응경 두 여자 사이에서 연애하는 이야기와 매 회 기자로서 만나는 사람들의 얘기가 같이 나오는데 사회풍자적인 코드도 강했어요. 고등학생 때 보면서 정말 신선한 충격을 많이 받았죠. 미니시리즈였지만 주간극 같은 형태를 띠고 있어서 매 회 소제목이 따로 있고 이야기를 관통하는 에피소드와 함께 전체로 이어지는 서사가 있는, 제가 지금도 하고 싶은 드라마의 틀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美 NBC
2005년~
“미국 드라마를 열심히 찾아보는 성격은 아닌데 할 때 ‘작가가 가 아니라 를 참고한 것 같다’는 글을 봤어요. 도 안 봤지만 는 아예 몰랐던 거라 호기심에 찾아봤더니 직장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더라구요. 영국판이 오리지널이지만 그건 기분이 정말로 우울해질 만큼 블랙 코미디라서 좀 더 순화를 시킨 미국판이 저한테 맞는 것 같아요. 작은 디테일도 잘 잡아내고, 러브라인도 과장되지 않으면서 리얼하고, 대사가 굉장히 시사적이면서도 지적이라 너무 재밌고 최고라며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다녔어요. (웃음) ‘저런 작품 하나 쓸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해요.”
美 NBC
2006년~
“쇼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사 사람들 얘기라서 볼 때마다 ‘미국에서도 작가는 괴짜구나. 작가로는 어떻게 저렇게 작가같이 생긴 애들을 뽑아놨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그런데 사실 방송사 얘기보다 더 재밌는 건 부사장 잭 도너기 역의 알렉 볼드윈을 둘러싼 에피소드에요. 특히 좋았던 건, 중간에 도너기가 부사장 직에서 물러나 부시 행정부의 고위직으로 들어가서 행정부 내를 통렬하게 비꼬는 이야기였어요. 정말 거침없이 까 주니까 너무 속 시원했고, 도너기가 셀마 헤이엑과 연애하는 얘기도 참 재밌어요.”
표민수-송재정 크로스!
송재정 작가는 요즘 표민수 감독과 함께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 예전보다 훨씬 더 밝은 이야기를 원하는 감독과 코미디를 살짝 줄이는 대신 영상에 욕심을 내고 싶어 하던 작가의 만남이다. “에서 재환과 리나 같은 캐릭터가 보여주었던 티격태격 연애를 좀 더 압축해서 보여주게 될 것 같아요. 아주 까다롭고 자기 세계가 독특한 프로와 해맑은 아마추어의 이야기인데 기존의 드라마에서 나오지 않았던 캐릭터를 어떻게 잘 묘사할지가 관건이에요.”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기분 좋은 재미’를 느끼기를 가장 바란다는 그의 첫 번째 미니시리즈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쓸 때는 재밌었어요. 를 끝냈을 때부터 더 이상 가족 시트콤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서 여러 가지를 모색했거든요. 에는 가족이 거의 안 나왔고, 시트콤을 그만 하려는 생각도 했고, 그런데 방송사에서 원한 게 가족 시트콤이라 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던 덕분에 처럼 무리한 시도도 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정말, 가족이 안 나와도 되니까 해방된 것 같았어요.” 한 작품을 위한 고민 안에서 대한민국 시트콤의 대표작들 제목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송재정 작가는 ‘시트콤의 마에스트로’ 김병욱 감독의 오랜 파트너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 아카데미에 들어갔다가 당시 SBS 예능국의 대부였던 유성찬 작가에게 발탁되어 코미디 작가로 일하던 중 97년 SBS 의 아이디어 작가로 김병욱 감독을 처음 만나 부터 까지 함께 일했다. 자타공인 성격도 취향도 다르지만 “일단 감독님이 웃기다고 하는 건 나도 웃기니까”라는 공통점 하나에서 나온 시너지 효과는 엄청났다.
하지만 보는 이들을 웃다 구르게 만드는 대본을 쓰고 스스로도 “코미디에 강박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과 달리 송재정 작가는 ‘무심하고 시크한’ 편에 더 가깝다. 대전 종갓집의 왁자한 분위기 속에서 자라는 동안 오히려 혼자 조용히 생각하고 상상하는 시간을 즐겼던 소녀는 자라서 “사람들의 본심을 잘 캐치하는 데서 웃음 포인트를 찾아내는” 작가가 되었다. 새로운 요소들을 찾아 넣지 못하면 시트콤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에 미스터리, 멜로, 추리 등 다양한 코드를 더했고 로 새로운 형태를 고민했던 그는 경력이 쌓일수록 고민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바쁘고 불규칙적인 작가 생활 속에서도 최근 ‘공동집필 시스템에 관한 연구’라는 석사 논문을 마쳤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재벌보다는 직장인 얘기, 실제로 우리가 겪는 문제들에 대한 것들을 좀 볼 수 있고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는 그가 정말 직장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들을 골랐다. MBC
1991년. 극본 이윤택, 연출 신호균
“연극 하시는 이윤택 선생님이 쓰신 작품이에요. 잡지사 기자인 최수종 씨가 배종옥, 이응경 두 여자 사이에서 연애하는 이야기와 매 회 기자로서 만나는 사람들의 얘기가 같이 나오는데 사회풍자적인 코드도 강했어요. 고등학생 때 보면서 정말 신선한 충격을 많이 받았죠. 미니시리즈였지만 주간극 같은 형태를 띠고 있어서 매 회 소제목이 따로 있고 이야기를 관통하는 에피소드와 함께 전체로 이어지는 서사가 있는, 제가 지금도 하고 싶은 드라마의 틀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美 NBC
2005년~
“미국 드라마를 열심히 찾아보는 성격은 아닌데 할 때 ‘작가가 가 아니라 를 참고한 것 같다’는 글을 봤어요. 도 안 봤지만 는 아예 몰랐던 거라 호기심에 찾아봤더니 직장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더라구요. 영국판이 오리지널이지만 그건 기분이 정말로 우울해질 만큼 블랙 코미디라서 좀 더 순화를 시킨 미국판이 저한테 맞는 것 같아요. 작은 디테일도 잘 잡아내고, 러브라인도 과장되지 않으면서 리얼하고, 대사가 굉장히 시사적이면서도 지적이라 너무 재밌고 최고라며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다녔어요. (웃음) ‘저런 작품 하나 쓸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해요.”
美 NBC
2006년~
“쇼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사 사람들 얘기라서 볼 때마다 ‘미국에서도 작가는 괴짜구나. 작가로는 어떻게 저렇게 작가같이 생긴 애들을 뽑아놨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그런데 사실 방송사 얘기보다 더 재밌는 건 부사장 잭 도너기 역의 알렉 볼드윈을 둘러싼 에피소드에요. 특히 좋았던 건, 중간에 도너기가 부사장 직에서 물러나 부시 행정부의 고위직으로 들어가서 행정부 내를 통렬하게 비꼬는 이야기였어요. 정말 거침없이 까 주니까 너무 속 시원했고, 도너기가 셀마 헤이엑과 연애하는 얘기도 참 재밌어요.”
표민수-송재정 크로스!
송재정 작가는 요즘 표민수 감독과 함께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 예전보다 훨씬 더 밝은 이야기를 원하는 감독과 코미디를 살짝 줄이는 대신 영상에 욕심을 내고 싶어 하던 작가의 만남이다. “에서 재환과 리나 같은 캐릭터가 보여주었던 티격태격 연애를 좀 더 압축해서 보여주게 될 것 같아요. 아주 까다롭고 자기 세계가 독특한 프로와 해맑은 아마추어의 이야기인데 기존의 드라마에서 나오지 않았던 캐릭터를 어떻게 잘 묘사할지가 관건이에요.”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기분 좋은 재미’를 느끼기를 가장 바란다는 그의 첫 번째 미니시리즈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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