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밀림에서 애니메이션 에 나오는 숫사자 같은 건 없습니다. 그 역할은 어미 사자가 대신합니다.” 지난 11월 30일 MBC 방송센터에서 열린 창사특집 HD 다큐멘터리 의 시사회에서 최삼규 PD는 의 제작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 밀림에서 조직을 이끌고, 사냥을 하고, 새끼를 키우는 역할을 하는 것은 모두 어미 사자의 몫이라는 것. 은 이 사실에 기초해 숫사자가 아닌 암사자의 관점에서 접근한 흔치 않은 다큐멘터리이자, 암사자 중심의 혈족 공동체인 ‘프라이드’의 생태만을 6개월 이상 추적해 하나의 드라마처럼 만든 ‘다큐드라마’이기도 하다. 을 통해 “BBC와 NHK와는 다른 틈새”를 발견해 자연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싶었다는 최삼규 PD의 이야기를 들었다.
에 대해 설명해 달라.
최삼규 : 우리의 시점에서 사자 새끼의 성장 과정을 밀착 촬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올해 1월 4일에 출발해서 9월에 돌아왔다. 촬영 기간은 6개월 정도로 NHK나 BBC에 비해 상당히 오래 찍었다.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려면 그 곳 국립공원에 촬영료를 내야 하는데, 우리는 를 촬영하면서 그 쪽 정부 관계자들과 신뢰를 쌓아서 촬영료를 면제 받을 수 있었다.“엄마 사자는 이미숙, 새끼 사자는 동방신기”
숫사자가 아니라 암사자에 포커스를 맞춘 이유는.
최삼규 : 보통 다큐멘터리는 숫사자의 사냥 모습을 보여준다. 그게 역동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은 틈새를 노렸다. 기존의 내용 대신 한 가족을 집중 추적하면 새로운 이야기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암사자가 프라이드를 이끈다는 건 어떻게 알게 됐나. 많은 사람들이 숫사자가 가족을 지키는 걸로 알고 있다.
최삼규 : 세렝게티의 사자 연구소에서 연구한 내용이다. 숫사자는 암사자와 짝짓기 하는 것 외에는 실제로 사자 가족 안에서 하는 역할이 미미하다. 같은 사자들을 6개월 동안 찍다보면 그 사자들이 제작진을 알아보지는 않던가.
최삼규 : 알아보는 거 같더라. 후에는 인사도 하는 거 같고. (웃음) 사실 우리가 사자들에게 정이 많이 들어서 이름도 지어줬다. 주인공인 어미 사자는 막 태어난 새끼를 키우려고 하루에 용변 볼 때와 사냥 할 때만 둥지를 떠나는 모습을 보고 의 이미숙이 생각나서 이미숙이라고 지었다. (웃음) 새끼들은 숫자가 다섯이라 동방신기였고, 다 큰 딸 셋은 내가 생각나는대로 심혜진, 문소리, 전미선 이런 식으로 지었다. (웃음)
근접촬영을 한 경우가 많더라. 어떻게 했나.
최삼규 : 위험 때문에 무조건 차를 타고 가까이 가서 차 위에서 찍었다. 오랫동안 한 집단만 촬영하니까 나중에는 사자들도 익숙해 했다. 최고 5m정도까지 접근해서 찍었다.
사운드를 5.1 채널로 방송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삼규 : 고성능 집음 마이크를 사용했다. 5.1채널로 들으면 사자가 걸어가는 소리가 여러 채널로 분리 돼서 들린다. 그리고 찍은 영상은 세렝게티의 실제 색깔에 맞도록 일일이 색보정을 했다. 보도자료에 BBC나 내셔널지오그래피에서도 볼 수 없는 장면이 있다고 돼 있다. 어떤 내용인가.
최삼규 : 원래 임신한 암사자는 출산할 때 쯤 이탈해서 동굴에서 새끼를 낳는다. 그건 사실상 동굴을 찾기 어려워서 지금까지 다큐멘터리에 한 번도 담긴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프라이드의 영역 내에 동굴이 없었는지 나무 밑에서 새끼 사자를 길렀다. 그래서 이게 웬 떡이냐 하고 찍었다. (웃음) 영상을 세렝게티의 사자 연구소에 보여주니까 생후 하루정도 된 사자라고 하더라. 그리고 보통 사자는 밤에 사냥하는데, 세렝게티 측에서 밤 촬영은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밤 촬영을 요구해서 그것도 허락을 받았다. 이런 건 다른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없다.
“다큐멘터리 대신 다큐드라마를 제작한다고 생각하고 촬영한다”
손석희 교수는 어떻게 내레이션을 하게 됐나.
최삼규 : 나와 입사 동기인데, 원래 동물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친구다. 언젠가는 기회가 되면 자기도 현장에 데려가 달라고 할 정도다. 그래서 현장에 가는 건 어렵지만 기회 되면 내레이션을 부탁한다고 했다.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졌다. 손석희 교수에게 어떤 주문을 했나.
최삼규 : 처음에는 같은 것만 하다 이런 걸 하자니 본인도 헷갈려 하더라. 하지만 녹음할 때 뭐라고 안했다. 다른 성우처럼 나긋하게만 할 거면 섭외할 이유가 없으니까. 본인 특유의 목소리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대본도 처음에는 “~했다”체였는데 손석희 교수가 딱딱하다면서 “~했습니다”로 바꿔 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그러니까 본인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나더라.
총 제작비는 얼마 정도인가.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은 있나.
최삼규 : 제작비는 4억 2천 5백만 원 정도다. 이미 프랑스에서 열린 견본시에서 사전 판매 됐고, 지금도 판매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시청자들이 점점 기존의 자연 다큐멘터리에 대한 흥미를 잃는다는 얘기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삼규 : 25년째 자연 다큐를 만들고 있는데, 그게 지금 나의 화두다. 자연 다큐멘터리는 딱딱해서 선뜻 다가서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그래서 다큐멘터리가 아닌 다큐드라마를 제작하자고 생각한다. 에서도 새끼와 어미 간의 이야기 같은 걸 보여주면서 스토리텔링을 강조했다. 이렇게 찍으면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시간과 노력이 배가 된다. 하지만 그만큼 흥미 있고 재미있어지는 것 같다.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현지 리포터를 쓰는 식의 진행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동물들의 촬영만으로 모든 걸 보여주다 보니까 제작비나 여러 현실적인 상황이 쉽지 않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은 무엇인가.
최삼규 : 한 무리의 사자들이 크는 과정을 계속 촬영했는데, 1년이 더 지나면 새끼들에게 갈기가 나는 걸 볼 수 있게 될 거다. 그러면 암사자들이 다시 그들을 쫓아낼 거고. 그 이후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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